연한 녹차물에 나무 젓가락과 주걱을 담가 둔 주방 볼.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나무 젓가락이나 주걱은 손에 닿는 느낌이 부드럽고 코팅 냄비에 흠집도 나지 않아 한번 쓰기 시작하면 오래 쓰게 된다. 그런데 몇 달 지나면 표면이 어쩐지 미끈거리고 젓가락 끝이 거뭇해진다. 볶음이나 부침 요리에 자주 썼다면 물로 헹궈도 손끝에 기름기가 남아 있는 느낌이 그대로다.
그래서 대부분 주방세제를 묻힌 수세미로 박박 문지르고, 볕이 잘 드는 창가나 베란다에 널어 바싹 말린다. 햇볕에 말려야 냄새도 빠지고 깨끗해진다고 알고 있어서인데, 이렇게 관리한 나무 수저일수록 반년이 못 되어 끝이 갈라지고 표면이 하얗게 일어난다.
나무 수저는 오히려 세제와 햇볕에서 멀리 둘수록 오래 쓴다. 기름때는 차를 마시고 남은 녹차 티백과 녹차 우린 물로 빼고, 물기를 닦은 다음 그늘에서 말리는 것으로만 바꿔도 한 벌을 쓰는 기간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세제와 햇볕이 나무 젓가락을 더 빨리 망가뜨리는 이유
나무 젓가락 끝의 결을 가까이에서 보여 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나무는 겉이 매끈해 보여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구멍이 촘촘하게 나 있다. 볶음 요리를 뒤적이거나 뜨거운 밥을 풀 때 기름이 이 구멍 안쪽까지 스며들고, 시간이 지나 공기와 만나면서 끈적하게 변하면 특유의 묵은 기름 냄새가 난다.
주방세제를 묻혀 문질러도 수세미가 닿는 곳은 표면뿐이라 구멍 안쪽에 든 기름은 그대로 남는다. 오히려 세제가 그 구멍으로 같이 들어가 여러 번 헹궈도 다 나오지 않고, 씻는 동안 머금은 물까지 더해져 나무가 부풀었다 마르기를 되풀이하게 된다.
여기에 햇볕까지 더해지면 겉면만 급하게 마르면서 속과 겉이 줄어드는 정도가 달라져 나무가 뒤틀리고 결을 따라 금이 간다. 녹차 우린 물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녹차에 든 카테킨 성분이 기름기를 잘 녹여 내기 때문에 세제를 쓰지 않아도 묵은 기름과 냄새가 함께 빠진다.
그늘진 주방 선반에서 간격을 두고 말리는 나무 수저.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나무 젓가락에 밴 기름때 녹차물로 빼는 방법
미지근한 물에 우린 녹차 티백을 흔들어 연한 녹색이 된 물.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차를 우려 마시고 남은 녹차 티백 한두 개와 미지근한 물이면 된다. 대야나 큰 볼에 손을 넣었을 때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40도쯤의 물을 받고, 우려낸 티백을 넣어 물이 연한 녹색을 띨 때까지 몇 번 흔들어 준다. 새 티백을 뜯을 필요 없이 마시고 난 것으로 충분하다.
설거지를 마친 나무 젓가락과 주걱을 이 녹차물에 담그고 20분쯤 그대로 둔다. 기름기가 심한 주걱은 담가 둔 티백을 꺼내 수세미처럼 쥐고 나뭇결을 따라 앞뒤로 문지르면 되는데, 손으로 만졌을 때 미끌거림이 없으면 기름때가 빠진 것이다. 마지막에 흐르는 물로 한 번 헹군다.
녹차 티백으로 나무 주걱의 앞면을 결 방향으로 닦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오래 써서 때가 깊이 밴 나무 수저는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식초를 소주잔 한 컵 정도 넣어 3~5분만 삶는다. 더 오래 끓이면 나무가 물을 너무 많이 머금어 갈라지기 쉬우니 시간을 지키고, 건져 낸 뒤에는 마른행주로 물기를 눌러 가며 닦아 볕이 들지 않고 바람이 통하는 곳에 세워 말린다.
통 하나에 여러 개를 몰아 꽂으면 가운데가 마르지 않으니 사이를 띄워 두는 것이 좋고, 한 달에 한 번쯤은 다 마른 나무 수저에 식용유나 들기름을 키친타월에 묻혀 얇게 바르고 다시 그늘에서 말린다. 기름막이 생기면 물과 양념이 나무 속으로 덜 들어간다. 그래도 젓가락 끝이 검게 변하거나 표면이 하얗게 일어나 거칠어지면 그때가 바꿀 때다.
오늘 저녁 차를 마시고 남은 티백이 있다면 버리지 말고 젓가락 통부터 비워 놓고 시작해 보길 권한다. 날마다 입에 들어가는 도구를 세제 대신 녹차물로 씻는 일은 식구들이 먹는 음식에 무엇이 묻어 들어가는지를 챙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