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채 무칠 때 '이것'부터 넣어보세요"…색도 곱고 물도 안 생깁니다


흰 사기 접시에 담긴 붉은 무생채 가닥을 위에서 가까이 담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흰 사기 접시에 담긴 붉은 무생채 가닥을 위에서 가까이 담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가을이 깊어지면 무가 굵어지고 속이 단단해져서 생으로 썰어 먹어도 아린 맛이 덜하다. 이맘때 무 한 개를 사 와 채 썰어 무생채를 담그면 국밥에 곁들이기도 좋고 밥에 비벼 먹기도 좋아, 밑반찬 하나로 밥상이 그럴듯해진다.

그런데 막상 무쳐 놓고 보면 마음에 안 드는 날이 많다. 어떤 가닥은 붉게 물들고 어떤 가닥은 허옇게 남아 색이 얼룩덜룩하고, 상에 올릴 때쯤이면 접시 바닥에 벌건 물이 흥건하게 고인다. 물기를 따라 버리고 다시 무쳐도 조금 지나면 또 물이 생긴다.

양념을 더 넣거나 덜 넣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넣는 순서에서 갈리는 문제다. 채 썬 무에 액체 양념을 넣기 전에 고춧가루만 먼저 넣어 색을 입히면, 색이 고르게 들고 물도 훨씬 덜 생긴다.

양념을 한꺼번에 넣으면 무생채 색이 얼룩지는 이유

투명한 유리 볼 안에서 붉은 양념이 고르게 묻지 않은 무채를 손으로 가볍게 섞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투명한 유리 볼 안에서 붉은 양념이 고르게 묻지 않은 무채를 손으로 가볍게 섞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무는 대부분이 수분이라, 채로 썰어 놓으면 잘린 단면에서 물이 계속 배어 나온다. 여기에 소금이나 액젓처럼 짠 것이 닿으면 무 속에 있던 물이 더 빠르게 밖으로 빠져나오는데, 채가 가늘수록 잘린 면이 많아 나오는 물의 양도 그만큼 늘어난다.

고춧가루와 액젓, 마늘, 설탕을 한꺼번에 넣고 버무리면 바로 그 물 위에서 양념이 섞인다. 고춧가루는 무 표면에 붙기도 전에 흘러나온 물에 먼저 풀려 버리고, 그래서 국물만 시뻘겋고 정작 무 가닥에는 색이 얇게 묻는다. 손이 많이 닿은 자리만 진하게 물들어 얼룩이 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물기를 짠 무에 고춧가루부터 넣으면 가루가 풀릴 물이 없어서 무 표면에 그대로 달라붙는다. 무를 몇 번 뒤집어 주는 동안 남아 있던 옅은 물기가 가루를 적시면서 가닥마다 붉은색이 고르게 배고, 색이 자리를 잡은 다음에 액체 양념이 들어가니 색이 다시 씻겨 나가지 않는다.

무생채 색 곱게 들이고 물 안 생기게 무치는 방법

깨끗한 손으로 절인 무채 한 줌을 꼭 짜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깨끗한 손으로 절인 무채 한 줌을 꼭 짜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무는 2~3mm 두께로 채를 썬다. 너무 가늘면 금방 숨이 죽어 물러지고, 두꺼우면 양념이 겉돈다. 무 1kg을 기준으로 굵은소금 1큰술을 뿌려 10~15분만 절인 다음, 두 손으로 한 줌씩 쥐고 물이 떨어지지 않을 만큼 꼭 짠다. 이 물기를 얼마나 짜느냐가 접시에 물이 고이는지를 가른다.

물기를 짠 무에 고춧가루를 3큰술쯤 넣고 다른 양념 없이 손으로만 조물조물 버무린다. 가루가 뭉쳐 있으면 체에 한 번 내려 넣는 편이 색이 곱다. 무 가닥 어디를 집어 들어도 허연 자리가 보이지 않고 전체가 같은 붉은색이면 색이 다 든 것이니, 여기서 2~3분 그대로 두어 색을 안정시킨다.

고춧가루가 고르게 묻은 무채를 유리 볼에서 손으로 뒤집어 섞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고춧가루가 고르게 묻은 무채를 유리 볼에서 손으로 뒤집어 섞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색이 밴 뒤에 멸치액젓과 다진 마늘, 국간장, 올리고당을 넣는다. 한꺼번에 붓지 말고 액젓부터 조금씩 넣어 간을 보면서 더하는 것이 좋은데, 무에 남은 물기 정도에 따라 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때 생강을 한 꼬집만 넣으면 무 특유의 풋내가 눌리면서 맛이 한결 깊어지고, 단맛이 모자라면 매실액으로 채운다.

붉게 물든 무채가 담긴 볼에 멸치액젓을 작은 숟가락으로 조금씩 넣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붉게 물든 무채가 담긴 볼에 멸치액젓을 작은 숟가락으로 조금씩 넣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마지막 버무림은 짧게 끝낸다. 손목에 힘을 주고 오래 치대면 무가 으깨져 물이 다시 나오니, 아래위를 뒤집듯 열 번 안쪽으로 가볍게 섞고 손을 뗀다. 무친 뒤에는 냉장고에 넣어 두고 이삼일 안에 먹는 것이 좋고, 오래 두고 먹을 생각이라면 한 번에 다 무치지 말고 절여 둔 무를 반만 꺼내 무치는 방법도 있다.

무생채는 재료가 단출해서 손맛보다 순서가 맛을 좌우하는 반찬이다. 고춧가루를 먼저 넣는 순서 하나만 지켜도 색이 고르게 들고 끝까지 오독오독한 무생채가 되니, 가을 무가 한창인 이맘때 한 번 그대로 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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