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와 세 번째 쌀뜨물을 유리 볼에 받아 둔 주방 조리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날이 서늘해지면 저녁상에 된장찌개를 올리는 날이 부쩍 늘어난다. 밥을 지으려고 쌀을 씻다 보면 뽀얀 물이 두세 번은 나오는데, 대부분 그대로 싱크대에 흘려보낸다. 그러고 나서 찌개 냄비에는 수돗물을 새로 받아 붓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맹물로 끓인 된장찌개는 한 숟갈 떠먹었을 때 어딘가 싱겁고 겉도는 느낌이 든다. 된장을 한 술 더 풀어 보면 짠맛만 세지고 구수한 맛은 그대로라서, 국물이 묽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손이 더 가는데도 맛은 제자리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쌀을 씻으면서 버리던 그 뽀얀 물이 바로 된장찌개 국물을 잡아 주는 육수다. 두세 번째로 나온 쌀뜨물만 따로 받아 두면, 멸치나 다시마를 우리지 않고도 국물에 농도와 구수한 맛을 더할 수 있다.
맹물로 끓인 된장찌개 국물이 묽게 겉도는 이유
된장찌개가 담긴 작은 냄비에서 묽은 국물을 국자로 떠 보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된장찌개 국물 맛은 된장 한 가지로 결정되지 않는다. 맹물에 된장만 풀면 짠맛과 된장 특유의 향은 올라오지만 국물 자체에 받쳐 주는 맛이 없어서, 된장 맛만 따로 도드라지고 재료에서 나온 맛과 섞이지 않는다. 국물이 묽다고 느껴 된장을 더 푸는 것도 해결이 되지 않는데, 모자란 것이 된장의 양이 아니라 국물의 농도라서 보탤수록 짠맛만 앞선다.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 육수를 내면 받쳐 주는 맛이 생기지만, 저녁마다 물을 끓이고 건더기를 건져 내는 과정을 거치기는 번거롭다. 재료를 미리 사 두고 챙겨 놓아야 하는 일이기도 해서, 평일 저녁에는 결국 수돗물을 받는 쪽으로 손이 간다.
쌀뜨물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쌀을 손으로 비벼 씻으면 쌀 겉면에 있던 전분이 물에 풀려 나와 물이 뽀얗게 흐려지는데, 이 전분기가 국물에 녹으면 숟가락에 걸리는 농도가 생기고 된장의 짠맛과 재료에서 나온 맛이 한데 어우러져 구수한 맛이 깊어진다. 그래서 찌개 냄비보다 쌀 씻는 단계에서 먼저 손을 대야 한다.
맹물 대신 쌀뜨물로 된장찌개 끓이는 방법
쌀을 두 번째로 헹군 뽀얀 물을 투명한 볼에 받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쌀을 처음 헹군 물은 그대로 버린다. 쌀 포대에서 묻어 온 먼지나 부스러기가 섞여 있어 국물에 쓰기에는 맞지 않는다. 두 번째와 세 번째로 쌀을 비벼 씻은 물이 쓸 물인데, 전분기가 충분히 풀려 적당히 뽀얗게 흐려진 상태다. 2인분 기준으로 이 쌀뜨물을 300~500ml, 종이컵으로 한 컵 반에서 두 컵 반쯤 볼에 받아 둔다.
받아 둔 쌀뜨물을 냄비에 붓고 된장을 2~3큰술 넣은 다음, 불을 켜기 전에 숟가락으로 된장 덩어리를 먼저 풀어 준다. 찬물에서 풀어 두면 덩어리가 남지 않고 고르게 섞인다. 그러고 나서 중불에 올려 끓이는데, 끓기 시작해 하얀 거품이 올라오면 두부와 애호박, 감자처럼 준비한 재료를 넣고 5분에서 10분쯤 더 끓인다.
불을 켜기 전 쌀뜨물에 된장을 숟가락으로 풀고 있는 냄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쌀뜨물은 바닥에 전분이 가라앉아 눌어붙기 쉬우니 중간에 한두 번 바닥까지 저어 준다. 국물이 처음보다 살짝 걸쭉해지고 숟가락으로 떠올렸을 때 흐르는 속도가 느려지면 다 끓은 것이다. 간은 마지막에 보는데, 된장은 제품마다 염도가 달라서 짜게 느껴지면 쌀뜨물을 조금 더 부어 묽히고 싱거우면 된장을 반 술씩 나눠 넣는다.
익은 두부와 애호박이 든 된장찌개 국물을 숟가락으로 저어 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남은 쌀뜨물은 상온에 두면 금방 상하니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실에 넣고 하루나 이틀 안에 쓰는 것이 좋다. 씻지 않고 바로 밥을 짓는 무세미는 전분이 풀려 나오지 않아 이 방법을 쓸 수 없고, 쌀을 너무 세게 여러 번 헹궈 물이 거의 맑아진 뒤라면 그 물로는 농도가 생기지 않는다.
오늘 저녁에 밥을 지을 일이 있으면 두 번째로 헹군 물부터 볼에 받아 두고 된장찌개 육수로 써 보길 권한다. 날마다 올리는 찌개 국물 맛이 달라지는 데에 돈이 따로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