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사이 간격을 두고 걸어 둔 가을 겉옷과 옷장 바닥의 제습제 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 옷을 꺼내는 시기가 되면 옷장은 한 해 중 가장 빽빽해진다. 여름에 입던 반팔을 아래 칸으로 밀어 넣고 그 자리에 재킷과 코트를 걸다 보면 옷걸이가 서로 닿을 만큼 붙어 버리고, 한 벌을 꺼내려고 손을 넣으면 옆에 걸린 옷까지 같이 딸려 나올 정도가 된다.
이렇게 채워 놓고 나면 대개 제습제를 칸마다 하나씩 더 넣는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 코트를 꺼내 보면 어깨와 겨드랑이 쪽에서 축축한 곰팡이 냄새가 올라오고, 정작 제습제 물통은 절반도 차지 않은 채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다.
제습제를 더 넣어도 냄새가 잡히지 않는 것은 순서가 반대이기 때문인데, 옷과 옷 사이에 손 한 뼘 정도 틈을 먼저 만들어 놓은 다음에 제습제를 넣어야 한다. 간격만 제대로 잡으면 제습제 개수는 지금의 절반으로 줄여도 된다.
빽빽하게 걸린 옷 사이까지 닿지 않는 제습제
옷걸이가 서로 닿을 만큼 가까이 모인 옷장 봉의 겉옷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옷장에 곰팡이가 가장 먼저 생기는 자리는 뒷벽이나 문 안쪽이 아니라 옷과 옷이 맞붙어 눌린 사이다. 옷걸이를 빈틈없이 걸어 두면 그 사이로 공기가 오가지 못해서, 입고 들어온 옷에 남은 땀기나 비를 맞은 자리의 물기가 마르지 못하고 옷감 속에 그대로 갇힌다.
통에 든 제습제가 습기를 빨아들이는 범위는 옷장 안에서 비어 있는 공기까지다. 안에 든 염화칼슘 알갱이가 주변 공기의 수분을 끌어당겨 물로 녹아내리는 방식이라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야 습도가 내려가는데, 눌린 옷 사이는 공기가 멈춰 있어서 제습제를 두 개 세 개로 늘려도 그 안쪽 습기는 남는다.
게다가 습기를 머금은 옷 한 벌이 다른 옷에 계속 맞붙어 있으면, 그 한 벌에서 시작된 곰팡이와 쿰쿰한 수납 냄새가 맞닿은 옆 옷으로 그대로 옮아붙는다. 그래서 옷장 곰팡이는 습기를 빨아들일 것을 더 넣는 쪽이 아니라, 옷 사이에 공기가 지나갈 길을 먼저 내 주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빽빽한 옷장에 한 뼘 간격 만들어 거는 방법
옷장 봉 앞에서 벌린 손으로 옷걸이 사이 간격을 가늠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필요한 것은 자도 도구도 아니고 손 한 짝이다.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벌린 한 뼘은 성인 손이면 대개 15~20cm쯤 되는데, 이 정도만 떨어져 있어도 옷을 꺼낼 때 옆 옷이 딸려 나오지 않고 사이로 공기도 지나간다. 봉 길이를 한 뼘으로 나눠 보면 그 칸에 걸 수 있는 옷이 몇 벌인지 바로 나온다.
먼저 걸려 있던 옷을 전부 꺼내 침대나 바닥에 펼쳐 놓고 걸어 둘 옷과 개어 둘 옷을 나눈다. 니트와 티셔츠, 트레이닝복처럼 걸어 두면 어깨가 늘어나는 옷은 개서 서랍이나 상자로 옮기고, 재킷과 코트, 셔츠처럼 접으면 자국이 남는 옷만 봉에 남긴다. 봉에 남길 양은 칸의 70~80% 정도다.
침대 위에 접어 둘 니트와 옷걸이에 남길 재킷을 나눠 놓은 정리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남긴 옷을 다시 걸 때는 옷걸이를 한 뼘씩 띄우면서 두꺼운 겉옷과 얇은 옷을 번갈아 건다. 다 걸고 나서 옷 사이에 손바닥을 세워 넣어 보고 걸리는 데 없이 쑥 들어가면 간격이 제대로 잡힌 것이고, 손등이 양쪽 옷에 다 닿으면 한두 벌을 더 빼는 게 좋다.
간격을 띄운 겉옷 사이에 손바닥을 세워 넣어 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간격을 잡은 다음에 제습제를 넣는데, 습한 공기는 아래로 내려오니 옷장 바닥 양쪽 구석에 놓고 칸마다 하나면 충분하다. 세탁소에서 씌워 준 비닐은 벗겨 내고, 하루 입은 옷이나 빨아서 갠 옷은 옷장 밖에 반나절쯤 걸어 말린 뒤에 넣는다. 문은 2주에 한 번쯤 30분 열어 두는 것이 좋다.
가을옷을 거는 날 옷걸이를 몇 개 덜 걸어 두는 것만으로 제습제에 드는 돈도 줄고 겉옷에 배는 냄새도 막을 수 있으니, 올해는 제습제를 사러 가기 전에 옷 사이 간격부터 손으로 재 보길 권한다. 옷 사이를 띄워 두는 일은 한 철 입은 옷을 다음 해에도 그대로 입을 수 있게 챙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