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뚜껑 안쪽의 증기 배출구와 분리한 압력 추가 가까이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밥을 지어 보온으로 몇 시간 두었다가 뚜껑을 열면 쿰쿰한 냄새가 먼저 올라오는 때가 있다. 밥 윗부분은 푸석하게 마르고 색도 누렇게 변해 있어서 그날 아침에 지은 밥인데도 하루 지난 밥처럼 느껴진다. 식구들이 날마다 먹는 밥이라 한 번 냄새를 맡으면 그다음부터는 계속 신경이 쓰인다.
이럴 때 대부분은 내솥부터 꺼내 수세미로 박박 문지른다. 뚜껑 안쪽도 물수건으로 닦고 고무패킹 틈까지 훑어 보는데, 며칠만 지나면 쿰쿰한 냄새가 또 올라온다. 닦은 자리와 냄새가 나는 자리가 서로 달라서, 힘을 들여 씻어도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
밥솥 냄새는 대부분 뚜껑에 달린 증기 배출구와 압력 추 안쪽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구멍을 뚫는 가느다란 전용 청소핀은 밥솥을 살 때부터 뒤쪽이나 바닥 홈에 꽂혀 있어서, 따로 살 것 없이 꺼내 쓰기만 하면 된다.
내솥을 박박 닦아도 밥에서 쿰쿰한 냄새가 올라오는 이유
밥솥 뚜껑의 증기 배출구 주변과 압력 추를 분리한 자리가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밥이 끓을 때 내솥 안에서는 쌀에서 나온 전분이 녹은 걸쭉한 거품이 올라온다. 이 거품은 증기와 함께 뚜껑 쪽으로 밀려 올라가 압력 추 안쪽과 증기 배출 구멍, 뚜껑 안쪽 고무패킹, 넘친 물이 모이는 물받이에 조금씩 달라붙는다. 밥을 지을 때마다 얇게 쌓이니 몇 달이면 누런 막처럼 굳는다.
문제는 이 자리가 설거지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인데, 증기 배출구는 구멍이 이쑤시개보다 가늘어 수세미가 들어가지 않고 압력 추는 겉에서 봐서는 안쪽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내솥을 아무리 문질러도 냄새가 나는 자리는 그대로 남고, 밥을 새로 지으면 그 자리를 지난 증기가 밥에 냄새를 다시 옮긴다.
구멍이 전분으로 좁아지면 냄새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취사 중에 빠져야 할 증기가 제대로 못 빠져 압력이 고르지 않게 걸리고, 보온 중에는 반대로 습기가 갇혀 밥 윗부분이 푸석해진다. 압력 조절 구멍이 막힌 채로 쓰면 위험할 수 있어 밥솥마다 청소핀을 같이 넣어 주는 것이다.
밥솥 증기 배출구에 낀 전분 뚫는 방법
전원을 뽑고 식힌 밥솥 뒤쪽 홈에서 가느다란 청소핀을 꺼내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전원 플러그를 뽑고 밥솥을 완전히 식힌다. 취사나 보온 직후에는 뚜껑과 추 주변이 뜨겁고 안에 남은 증기가 새어 나올 수 있어 한 시간쯤 그냥 두는 것이 안전하다. 내솥은 꺼내 두고, 빈 밥솥을 조심스럽게 기울여 뒤쪽이나 바닥 홈에 꽂힌 가느다란 청소핀을 뽑아 준비한다.
뚜껑을 열고 압력 추를 한 방향으로 계속 돌리면 대부분의 제품에서 추가 위로 빠진다. 추를 들어내면 아래에 있던 증기 배출 구멍이 드러나는데, 밝은 곳에서 들여다보면 누렇게 굳은 전분이 구멍을 반쯤 덮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열린 밥솥 뚜껑에서 압력 추를 들어내자 아래의 증기 배출 구멍이 드러난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청소핀을 그 구멍에 곧게 넣고 몇 번 위아래로 움직여 굳은 전분을 밀어낸다. 핀을 비스듬히 넣거나 억지로 힘을 주면 구멍이 상할 수 있으니 수직으로 가볍게 넣는 것이 좋다. 핀이 걸리는 느낌 없이 끝까지 들어가고 구멍 안쪽으로 빛이 통하면 다 뚫린 것이다.
가느다란 청소핀을 증기 배출 구멍에 수직으로 가볍게 넣어 청소하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분리한 추와 그 아래 커버는 미지근한 물에 헹군 다음 안쪽을 면봉으로 돌려 가며 닦는다. 면봉이 하얗게 나올 때까지 몇 개를 바꿔 쓰면 되고, 뚜껑 안쪽 고무패킹과 물받이도 같이 닦는다. 씻은 부품은 물기가 남으면 냄새가 도로 나니 마른 수건으로 닦고 반나절쯤 말린 뒤에 제자리에 끼운다.
이 청소는 한 달에 한 번이면 충분하고, 잡곡밥이나 죽을 자주 하면 보름에 한 번이 좋다. 구멍을 뚫어도 취사 중에 옆면으로 증기가 새거나 보온한 밥이 유난히 빨리 변색되면 고무패킹 수명이 다한 신호로, 패킹은 1년에서 1년 6개월마다 바꾸는 것이 좋다.
밥솥은 날마다 쓰면서도 안쪽 구멍까지 들여다보는 일은 드물다. 오늘 저녁에 밥솥이 식은 뒤에 뒤쪽 홈부터 한번 확인해 보길 권한다. 증기 구멍이 열려 있어야 아침에 지은 밥이 저녁까지 제 맛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