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에 담긴 신김치찌개와 옆에 놓인 작은 사과즙 잔이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이 깊어지면 김치냉장고 아래쪽에 넣어 둔 김치가 제법 익는다. 뚜껑을 열면 시큼한 냄새가 훅 올라오고, 한 조각 집어 먹어 보면 혀 안쪽이 찡할 만큼 신맛이 세다. 이 정도로 익은 김치는 그대로 반찬으로 내기 어려워서 대개 찌개 냄비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푹 신 김치는 끓인다고 신맛이 누그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국물에 신맛이 그대로 우러나서 한 숟갈 떠먹고 미간이 찌푸려지는 일이 흔하다. 이럴 때 설탕을 한 스푼 넣어 달래 보지만 단맛만 따로 도드라질 뿐 뾰족한 신맛은 그 자리에 남아, 달면서도 시큼한 어정쩡한 국물이 되기 쉽다.
이럴 때 집에 있는 사과즙을 한 스푼 쓰면 국물 맛이 달라진다. 찌개가 거의 다 끓었을 때 사과즙을 넣고 30초만 더 끓이면 날이 서 있던 신맛이 눌리고 은은한 단맛이 돌아 밥이 술술 넘어간다.
설탕을 넣어도 뾰족하게 남는 신김치의 신맛
국자로 떠 올린 김치찌개 국물 속에 익은 김치와 돼지고기가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김치가 시어지는 것은 익는 동안 젖산이 늘어나기 때문인데, 김치냉장고에 오래 둔 김치일수록 국물에 녹아 있는 젖산이 많아져 혀에 닿는 순간 찌르는 듯한 신맛이 난다. 이 젖산은 끓인다고 날아가는 성분이 아니라서, 오래 끓일수록 김치 속에 있던 것까지 국물로 빠져나와 신맛이 더 세진다.
여기에 설탕을 넣으면 단맛이 더해지기는 하지만 신맛 자체는 줄어들지 않는다. 혀는 강한 신맛과 강한 단맛을 따로따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두 맛이 섞이지 않고 각각 도드라진다. 신맛을 덮어 보려고 설탕을 계속 더 넣다 보면 찌개가 아니라 단 국물이 되어 버린다.
사과즙은 넣었을 때 나타나는 결과가 다르다. 사과에 든 과당은 설탕보다 부드럽게 퍼지는 단맛이라 국물 전체에 고르게 섞이고, 함께 들어 있는 펙틴이 국물에 약간의 점도를 만들어 신맛이 혀에 닿는 속도를 늦춘다. 신맛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서리가 둥글어진 맛으로 바뀌는 셈이다. 다만 사과즙은 오래 끓이면 단맛과 향이 날아가므로 넣는 시점이 중요하다.
작은 계량스푼에 담긴 사과즙을 거의 완성된 김치찌개에 넣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신김치찌개 시큼한 맛 잡는 방법
국물 800ml 기준으로 사과즙 15ml를 계량스푼에 담아 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쓰는 양은 많지 않다. 국물 한 냄비, 그러니까 800ml 정도를 기준으로 사과즙 한 스푼, 약 15ml면 충분하다. 시판 사과즙을 쓰면 편하고, 명절에 들어온 사과가 남았다면 사과를 강판에 갈아 국물만 한 스푼 떠서 써도 된다. 설탕을 이미 넣은 찌개라도 사과즙은 한 스푼만 쓴다.
넣는 시점은 찌개를 다 끓인 다음이다. 김치와 돼지고기를 볶아 물을 붓고 김치가 무르도록 끓인 뒤, 간을 보고 이제 불을 꺼도 되겠다 싶을 때 사과즙을 넣는다. 물을 부을 때 같이 넣으면 끓는 동안 단맛과 향이 다 날아가 넣으나 마나 한 상태가 된다.
사과즙을 넣은 뒤에는 중불에서 30초만 더 끓이면서 국자로 두세 번 저어 국물 전체에 섞는다. 30초가 지나면 불을 끄고 한 숟갈 떠서 맛을 본다. 혀를 찌르던 신맛이 한 박자 늦게 올라오고 뒷맛에 단맛이 남으면 제대로 된 것이다. 여전히 시다면 반 스푼만 더 넣고 30초를 더 끓이는데, 두 스푼 세 스푼까지 늘리면 찌개에서 과일 향이 나 밥반찬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맛이 되니 한 스푼 반은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국자로 김치찌개를 두세 번 저어 사과즙을 국물에 섞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김치볶음도 방법은 같아서 거의 다 볶았을 때 사과즙 한 스푼을 두르고 30초만 더 볶으면 된다. 사과즙이 없다면 양파즙 한 스푼을 대신 쓸 수 있는데, 양파즙은 사과즙과 반대로 조리 초반에 넣고 중불에서 5분 안에 익혀야 매운 기가 빠지면서 단맛만 남는다. 감자를 좋아한다면 중간 크기 한 개를 썰어 끓이는 중간에 넣어도 되는데, 감자 전분이 산 성분을 빨아들여 국물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사과가 제철인 이맘때는 집에 사과 한두 개쯤 있기 마련이니, 신김치를 꺼낼 때마다 한 스푼씩 갈아 써 보길 권한다. 시어버렸다고 미뤄 두던 김치 한 포기를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한 끼로 바꾸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