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국물에 소고기와 투명하게 익은 무, 대파가 담긴 소고기무국 한 그릇.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9월 하순으로 들어서면 무가 굵어지고 속이 단단하게 차오른다. 무가 달아지는 이맘때 소고기무국을 한 냄비 끓여 두면 며칠 밥상 걱정이 줄어드는데, 막상 끓여 놓고 보면 국물 위에 기름이 동그랗게 떠 있고 국물 전체가 뿌옇게 흐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숟가락으로 떠내 봐도 기름은 잠시 뒤 다시 표면으로 올라오고, 국물 속에 잘게 섞인 기름까지는 떠지지 않는다. 한 김 식혀 냉장고에 넣었다가 위에 굳은 기름을 떼어 내는 방법도 있지만, 저녁상에 바로 올릴 국에는 쓸 수 없는 방법이다.
기름은 다 끓이고 나서 걷어 내는 것보다 처음부터 들어가지 않게 하는 쪽이 훨씬 쉽다. 국거리를 참기름에 볶는 대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넣으면 30분 안에 맑고 시원한 무국이 된다.
볶아 넣은 소고기가 무국 국물을 뿌옇게 만드는 이유
냄비 안에서 국거리 표면의 잿빛 거품을 국자로 걷어 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국거리로 쓰는 양지나 사태에는 살코기 사이사이에 기름이 들어 있는데, 참기름을 두르고 볶으면 참기름과 고기에서 녹아 나온 기름이 한데 섞여 냄비 바닥에 깔리고 그 위에 물을 부으니 기름이 고스란히 국물로 들어간다. 여기에 겉에 남아 있던 핏기까지 열을 받아 굳으면서 잿빛 거품이 되어 떠오른다.
이 거품과 기름이 국물 속에서 잘게 흩어지면 국물이 뿌옇게 보이고, 한 숟가락 떠먹었을 때 입안에 기름기가 남아 텁텁하다. 국을 끓이는 내내 거품을 걷어 내도 이미 국물에 풀린 기름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반대로 펄펄 끓는 물에 고기를 넣으면 겉면이 바로 익어 오그라들면서 안쪽의 육즙은 붙잡아 두고 겉의 핏기와 기름만 물 쪽으로 빠져나온다. 그 물을 버리고 찬물에 한 번 헹구면 겉에 붙은 거품까지 떨어져 나간다. 그래서 국물을 맑게 하려면 다 끓인 뒤가 아니라 고기를 냄비에 넣기 전에 손을 대야 한다.
국거리 데쳐서 맑은 소고기무국 끓이는 방법
양지 국거리와 큼직하게 썬 무, 대파를 조리 전 깨끗한 쟁반에 나누어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네다섯 식구가 먹을 양이면 소고기 국거리 300g과 무 500g, 대파 3분의 2대, 물 2L를 준비한다. 고기는 기름이 많은 차돌박이보다 양지나 사태처럼 결이 고운 부위가 맑은 국에 어울리고, 무는 들었을 때 묵직하고 자른 면이 뽀얀 것이 단맛이 진하다. 다시마는 사방 6cm 크기로 두 조각이면 충분하다.
냄비에 물을 넉넉히 받아 팔팔 끓이고 고기를 넣는다. 고기가 붉은 기를 잃고 오그라들면서 잿빛 거품이 올라오면 1분을 넘기지 말고 바로 건진다. 더 두면 육즙까지 빠져 고기가 퍽퍽해진다. 건진 고기는 찬물에 헹궈 거품을 씻어 내고, 데친 물은 그대로 버린다.
데친 소고기를 찬물에 가볍게 헹구는 손과 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헹군 고기를 냄비에 담고 물 2L와 다시마 두 조각을 넣어 센불로 끓인다. 끓어오르면 중약불로 줄여 10분을 두고 다시마는 이때 건져 낸다. 다시마를 계속 두면 국물이 미끈해진다. 무는 사방 3cm 정도로 도톰하게 썰어 넣고 다시 센불로 올렸다가 끓어오르면 중약불에서 15분을 더 끓인다.
맑은 국물에 도톰한 무와 데친 소고기를 넣고 끓이는 냄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무가 속까지 투명해지고 젓가락이 쑥 들어가면 다진 마늘 1큰술, 국간장 2큰술, 멸치액젓 2큰술을 넣고 후춧가루를 조금 뿌린다. 간이 모자라면 소금을 완두콩알만큼 넣어 맞추고, 어슷 썬 대파는 불을 끄기 직전에 넣는다. 국물이 그래도 뿌옇다면 데치는 시간이 길었거나 끓는 내내 센불을 유지한 경우이니, 국물이 잘게 일렁이는 정도의 불을 지키는 것이 좋다.
무가 제철인 이맘때 소고기무국을 끓일 일이 잦다면 고기를 데쳐 넣는 순서를 한번 지켜 보길 권한다. 국물이 맑아야 무에서 우러난 단맛이 기름에 가려지지 않고 그대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