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든 반찬통 바닥 한가운데에 화살표 세 개로 된 삼각형과 그 안의 숫자 5가 눌러 찍혀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저녁상에 올릴 반찬을 냉장고에서 꺼내고, 어제 먹다 남은 배달 음식을 데울 때 대부분 담겨 있던 플라스틱 용기째로 전자레인지에 넣는다. 그릇을 따로 꺼내 옮겨 담고 설거지거리를 하나 더 만드는 일이 번거로워서인데, 뚜껑만 살짝 열어 두고 버튼을 누르는 것이 익숙한 순서가 되어 있다.
용기가 멀쩡해 보이면 괜찮다고 여기기 쉽다. 몇 번 돌려도 모양이 그대로였고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었으니 다음에도 그냥 넣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꺼내 보면 바닥이 우글쭈글하게 주저앉아 있거나 기름이 닿은 자리가 하얗게 흐려져 있는 용기가 나온다.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열을 견디는 정도가 제품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인데, 이 차이는 용기 바닥에 찍힌 삼각형 안 숫자 하나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에 넣기 전 확인해야 하는 플라스틱 내열 온도
전자레인지 안에 국물 반찬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가 뚜껑을 비스듬히 얹은 채 들어가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전자레인지는 음식 속 수분을 진동시켜 데우는 방식이라 열이 음식에서 먼저 오르고, 그 열이 그대로 용기에 전달된다. 국이나 찌개처럼 국물이 있는 음식을 데우면 용기에는 100도 전후의 온도가 걸리고,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물보다 온도가 더 빨리 올라가 국물 음식보다 뜨거워지는 부분이 생긴다.
문제는 플라스틱마다 이 온도를 버티는 힘이 다르다는 점이다. 내열 온도가 낮은 재질은 100도 근처에서 물러지기 시작해 바닥이 주저앉거나 벽이 우는데, 이때 재질을 무르게 만들려고 넣은 성분이 뜨거운 기름과 만나면서 음식 쪽으로 녹아 나올 수 있다. 한 번 녹아 나온 성분은 음식과 섞여 버려서 다시 걸러 낼 방법이 없다.
빈 플라스틱 용기 바닥 한쪽이 안으로 얕게 주저앉아 물결처럼 휘어 있고 그 자리에만 옅은 흰 자국이 남아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전자레인지에 써도 되는 플라스틱은 사실상 두 가지로 좁혀진다. 2번으로 표시되는 HDPE는 내열 온도가 70~100도, 5번으로 표시되는 PP는 121~165도로 높은 편이고, 두 재질에는 비스페놀A가 들어 있지 않아 데워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다. 특히 5번 PP는 즉석밥 용기나 죽 그릇처럼 데워 먹는 음식을 담는 데 쓰일 만큼 열에 강하다.
반찬통 바닥 숫자 확인하고 전자레인지에 넣는 방법
형광등 아래에서 용기 바닥을 비스듬히 기울여 삼각형 안 숫자 2를 확인하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확인은 용기를 뒤집는 것으로 끝난다. 바닥 한가운데나 가장자리에 화살표 세 개가 삼각형을 이룬 표시가 찍혀 있고, 그 안에 1부터 7까지 숫자가 하나 들어가 있다. 색 없이 눌러 찍은 경우가 많아 잘 안 보이면 불빛 아래에서 바닥을 비스듬히 기울여 보면 글자가 드러난다.
숫자가 5번이면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넣어도 된다. 2번이면 내열 온도가 100도에 걸쳐 있으니 국물 음식은 2분을 넘기지 않게 짧게 끊어 데우고, 중간에 한 번 꺼내 저어 주면 한쪽만 뜨거워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숫자 대신 'MICROWAVE SAFE'나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이라고 적혀 있으면 그 표시를 따르면 된다.
그 밖의 번호이거나 바닥에 아무 표시가 없다면 유리나 도자기 그릇에 옮겨 담아 데우는 것이 안전하다. 배달 음식에 딸려 오는 검은 용기와 투명한 뚜껑은 재질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아, 뚜껑은 빼 두고 몸통만 확인하는 편이 낫다. 데울 때 뚜껑을 덮어야 한다면 접시를 위에 얹어 두면 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검은 배달 용기에 담겨 있던 볶음 음식을 흰 도자기 그릇으로 옮겨 담고 있고, 투명한 뚜껑은 옆에 따로 빼 두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5번이라도 오래 써서 바닥이 이미 울거나 표면이 하얗게 일어난 용기는 전자레인지에 넣지 않는 것이 좋다. 한 번 변형된 자리는 열을 고르게 받지 못해 다음에 더 빨리 물러진다. 기름이 많은 튀김이나 볶음을 데울 때는 5번 용기라도 아래에 키친타월을 깔고 그릇째 바꿔 담는 쪽이 낫다.
장을 봐 온 반찬통을 정리할 때 바닥을 한 번씩 뒤집어 보고 5번인 것만 따로 모아 두면, 급할 때마다 숫자를 찾지 않아도 되니 이 방법을 써 보길 권한다. 날마다 먹는 음식이 담기는 그릇을 고르는 일은 반찬을 고르는 일만큼 챙길 값어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