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장갑을 낀 손이 스테인리스 배수구 거름망을 쥐고, 흰 스티로폼 과일 포장망으로 구멍 뚫린 옆면을 문지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추석이 지나고 나면 집집마다 사과와 배가 들어 있던 선물세트 상자가 하나씩 남는다. 과일을 꺼내다 보면 알맹이를 감싸고 있던 스티로폼 포장망이 한 줌씩 나오는데, 흠집을 막아 주던 역할이 끝났으니 대부분 그대로 종량제 봉투에 넣게 된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자리가 싱크대 배수구다.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느라 기름기 있는 음식물이 계속 내려가다 보니 거름망 구멍 사이가 미끈거리고, 뚜껑을 열 때마다 퀴퀴한 냄새가 올라온다. 그렇다고 설거지하던 수세미로 거름망을 문지르자니 그 수세미로 다시 그릇을 닦을 일이 마음에 걸린다.
이럴 때 버리려고 모아 둔 과일 포장망을 한 개만 꺼내면 된다. 주방세제를 묻혀 거품을 낸 다음 거름망 안팎과 배수구 통 안쪽을 문지르고 5분만 두었다가 씻어 내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미끈거림과 냄새를 같이 없앨 수 있다.
수세미로는 닿지 않는 거름망 구멍 사이 미끈거림
싱크대 위에 올려 둔 스테인리스 거름망의 옆면 구멍 두세 개 가장자리에만 옅은 자국이 남아 있고 나머지 면은 깨끗하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배수구 거름망이 손에 미끈하게 잡히는 것은 음식물에서 나온 기름기와 잘게 부서진 찌꺼기가 물기와 엉겨 얇은 막을 이루고 있기 때문인데, 이 막은 시간이 지날수록 두꺼워지면서 구멍 가장자리에 들러붙는다. 배수구 뚜껑을 열 때 올라오는 냄새도 대부분 이 막에서 나온다.
문제는 이 막이 평평한 면이 아니라 구멍과 구멍 사이, 그리고 배수구 통 안쪽의 둥근 굴곡에 붙어 있다는 점이다. 수세미는 넓은 면으로 눌러 닦는 도구라서 튀어나온 부분만 스치고 지나가고, 힘을 주어 눌러도 구멍 사이까지는 들어가지 않는다. 겉만 닦이니 며칠이면 다시 미끈해진다.
과일 포장망은 여기서 생김새가 다르다. 가느다란 줄이 그물처럼 얽혀 있어서 손으로 쥐고 문지르면 줄 하나하나가 거름망 구멍 사이로 파고들고, 탄력이 있어 배수구 통 안쪽의 굽은 면을 따라 눌린다. 그러니 겉을 훑는 대신 구멍 사이에 낀 막을 벗겨 내는 쪽으로 손을 써야 하고, 여기에 거품과 시간을 더하면 한결 수월해진다.
과일 포장망으로 배수구 거름망 미끈거림 없애는 방법
싱크대 옆에 흰 과일 포장망 두 개와 주방세제 통, 베이킹소다를 담은 작은 그릇, 분홍 고무장갑이 나란히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과일 포장망 한두 개와 주방세제, 베이킹소다 한두 스푼, 고무장갑이 전부다. 포장망은 사과나 배를 감쌌던 것이면 크기가 알맞고, 두세 겹으로 접어 쥐면 손에 힘이 고르게 들어가 문지르기 편하다.
먼저 거름망을 들어 올려 안에 걸린 큰 음식물 찌꺼기를 털어 버린다. 찌꺼기가 남은 채로 문지르면 세제가 찌꺼기에 먹혀 거품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그다음 접어 둔 포장망에 주방세제를 조금 짜 넣고 물을 살짝 묻혀 손바닥 안에서 몇 번 비벼 거품을 충분히 낸다.
고무장갑을 낀 두 손이 두 겹으로 접은 과일 포장망에 주방세제를 짜 넣고 손바닥 안에서 비벼 흰 거품을 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거품이 올라오면 거름망을 한 손으로 잡고 바깥쪽부터 안쪽까지 원을 그리듯 문지른다. 구멍이 뚫린 옆면은 위아래로 짧게 여러 번 문질러야 구멍 사이까지 닦인다. 배수구 통 안쪽에는 베이킹소다를 한두 스푼 고루 뿌린 다음 같은 포장망으로 벽을 따라 문지르면 굳어 있던 막이 훨씬 잘 떨어진다.
거름망을 빼낸 배수구 통 안쪽에 흰 베이킹소다를 뿌린 뒤 과일 포장망을 쥔 손이 둥근 벽면을 따라 문지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 문질렀으면 바로 헹구지 말고 거품과 베이킹소다를 그대로 둔 채 5분을 기다린다. 5분이 지나면 따뜻한 물을 부어 거름망과 통 안쪽을 씻어 내고, 손으로 만졌을 때 미끌거림이 없으면 다 된 것이다. 염소계 세제(락스)를 함께 붓지는 않고, 쓰려면 물로 충분히 헹군 다음에 따로 꺼낸다.
청소에 쓴 포장망은 바로 버린다. 음식물 찌꺼기가 줄 사이에 끼어 있어 헹궈서 다시 쓰면 오히려 냄새가 옮는다. 베이킹소다를 뿌린 상태로 오래 세게 긁으면 표면에 잔 흠집이 날 수 있으니 힘을 빼고 문지르는 것이 좋다.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명절이 지나고 과일 포장망이 남았다면 버리기 전에 한두 개만 싱크대 옆에 두고 배수구를 닦아 보길 권한다. 배수구를 손보는 일은 날마다 설거지를 하는 자리에서 냄새가 올라오지 않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