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 문 가장자리를 손으로 받쳐 천천히 닫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전자레인지 앞에서는 손이 바빠지기 마련이다. 다 데운 그릇을 두 손으로 꺼내 들고 남은 손가락으로 문을 밀어 닫거나, 급할 때는 팔꿈치로 툭 쳐서 닫기도 한다. 문이 탁 소리를 내며 닫히면 제대로 잠긴 것 같아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그렇게 몇 해를 쓰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버튼을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거나, 돌아가기는 하는데 음식이 미지근하게 나온다. 겉은 멀쩡해 보이니 이유를 알 수 없고, 수리비를 알아보다가 결국 새 제품을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고장의 시작은 대부분 문을 닫는 순간에 있다. 문을 어떻게 닫는지, 안을 비운 채 돌리는지, 무엇을 넣는지, 튄 음식물을 그때그때 닦는지에 따라 같은 제품도 쓰는 기간이 크게 갈린다. 손이 가는 순서만 조금 바꿔도 수리 기사를 부를 일이 줄어든다.
문을 세게 닫을 때마다 조금씩 틀어지는 안전 스위치
문 안쪽의 세 걸쇠와 본체 슬롯이 가지런히 맞물리는 전자레인지 문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전자레인지 문 안쪽에는 작은 안전 스위치가 세 개 넘게 들어 있다. 문이 조금이라도 열리면 전기를 끊어 전파가 밖으로 새지 않게 막는 장치인데, 이 스위치들은 문에 달린 걸쇠가 들어오고 나가는 순서에 맞춰 차례로 눌리도록 정렬돼 있다. 걸쇠가 밀려 들어가는 깊이가 몇 밀리미터만 달라져도 그 순서가 어긋난다.
문을 세게 닫으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걸쇠와 스위치에 전해진다. 한두 번으로는 표가 나지 않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몇 해를 반복하면 정렬이 틀어지거나 스위치 안쪽 접점이 깨진다. 문은 여전히 잘 닫히는데 버튼을 눌러도 작동하지 않는 고장이 대부분 여기서 나온다.
안쪽을 상하게 하는 원인은 따로 있다. 전파는 음식에 든 수분에 흡수되면서 열로 바뀌는데, 안이 비어 있으면 흡수할 대상이 없어 전파가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고 그 에너지를 전파를 만들어 내는 부품이 그대로 받아 과열된다. 금속 그릇이나 알루미늄 호일을 넣었을 때 불꽃이 튀는 것도 전파가 금속 표면에서 튕겨 나오기 때문인데, 한 번만 튀어도 안쪽 벽면에 자국이 남는다.
음식이 담긴 도자기 그릇을 전자레인지 회전판 중앙에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전자레인지 고장 없이 오래 쓰는 방법
알루미늄 호일은 전자레인지 밖에 두고 도자기 그릇만 넣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문은 손잡이나 문 가장자리를 잡고 끝까지 손으로 받쳐 닫는다. 팔꿈치나 손등으로 밀면 힘 조절이 안 돼 충격이 그대로 들어가니, 그릇을 먼저 조리대에 내려놓고 빈손으로 닫는 것이 좋다. 마지막 1센티미터쯤 남았을 때 속도를 줄여 딸깍 걸리는 느낌까지만 밀어 주면 충분하다.
돌리기 전에는 안에 음식이 들어 있는지 한 번 본다. 시험 삼아 빈 채로 작동시켜 보는 일은 하지 않고, 아이가 버튼을 눌러 보는 일이 잦은 집이라면 평소에 물을 반쯤 담은 컵을 안에 넣어 두면 안심할 수 있다. 데울 양이 한두 숟가락으로 아주 적을 때도 물컵을 같이 넣어 준다.
그릇은 전자레인지 사용이 표시된 유리나 도자기, 플라스틱으로 고른다. 금테가 둘린 접시, 스테인리스 그릇, 알루미늄 호일, 금속 클립이 달린 포장은 넣지 않는다. 배달 용기 뚜껑에 은박이 붙어 있는 경우도 있으니 데우기 전에 한 번 확인하고, 돌리는 중에 불꽃이 보이면 바로 정지 버튼을 누르고 문을 연다.
벽에 튄 음식물은 여러 번 데워지면 새카맣게 타서 굳는데, 그 자리가 전파를 몰아서 흡수해 다시 불꽃을 부른다. 일주일에 한 번, 물을 반 컵쯤 담은 그릇을 2~3분 데워 김이 차오르게 한 다음 5분쯤 두었다가 물수건으로 닦으면 굳은 자국도 쉽게 지워진다. 수세미나 칼로 긁으면 벽면 코팅이 벗겨져 그 자리가 다시 상하니 쓰지 않는다.
물그릇으로 김을 낸 뒤 물수건으로 전자레인지 안쪽 벽을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전자레인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여닫는 물건이라 손버릇이 그대로 쓰는 기간이 된다. 오늘 저녁부터 문을 손으로 받쳐 닫는 것 하나만 바꿔 보길 권한다. 문을 조심해서 닫는 일은 7년에서 10년은 쓸 물건을 몇 해 만에 버리지 않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