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 볼에 쌀을 담아 씻고, 그 옆 조리대에 비어 있는 밥솥 내솥이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쌀을 씻을 때 밥솥에서 내솥을 꺼내 그대로 싱크대로 가져가는 사람이 많다. 씻은 자리에서 곧바로 물을 맞추고 밥솥에 도로 끼우면 되니 그릇을 하나 덜 쓰게 되고, 설거지거리도 늘지 않아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 온 집이 적지 않다.
그런데 몇 해 쓴 내솥을 들여다보면 바닥 가운데가 유난히 뿌옇거나, 검은 코팅이 조각조각 일어나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오래 써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지만, 밥이 바닥에 눌어붙기 시작하고 주걱으로 긁을 때 소리가 달라지면 그제야 마음이 쓰인다.
내솥 바닥이 그렇게 되는 데는 쌀을 씻는 자리가 큰 몫을 한다. 쌀을 따로 볼에 담아 씻은 다음 내솥으로 옮겨 담아야 하는 이유와, 내솥 상태를 어떻게 살피고 언제 바꾸면 되는지를 정리했다.
쌀알이 스치면서 벗겨지는 내솥 안쪽 코팅
밥솥에서 꺼낸 내솥 안쪽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으로, 바닥 한가운데에만 옅은 흐릿한 자국이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전기밥솥 내솥 안쪽에는 밥알이 눌어붙지 않도록 불소수지 같은 재료로 코팅이 입혀져 있다. 이 코팅은 열을 고르게 전하고 다 된 밥이 잘 떨어지게 해 주는 대신 두께가 아주 얇아서, 단단한 것이 닿아 문질러지면 그만큼 깎여 나간다.
쌀알은 물에 담가도 한동안 단단한 상태로 있는 알갱이라서, 손바닥으로 비벼 씻는 동안 수백 알이 바닥과 옆면을 한꺼번에 훑고 지나간다. 한두 번 씻어서는 표가 나지 않지만 날마다 그렇게 몇 해를 되풀이하면 잔 기스가 쌓이고, 결국 코팅이 들뜨면서 벗겨진다.
코팅이 벗겨진 자리에는 그 아래 금속면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내솥에 쓰이는 알루미늄이나 니켈, 크롬 같은 성분이 밥을 짓는 동안 물과 열에 직접 닿게 된다. 스테인리스 내솥이라면 바닥에 붉은 기가 도는 것이 신호이고, 그 상태면 이미 부식이 진행된 것이다. 그래서 씻는 자리부터 내솥 밖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
밥솥 내솥 긁지 않고 쌀 씻는 방법
볼에 부은 첫 물을 한쪽으로 기울여 따라 버리는 장면으로, 물이 뿌옇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쌀을 씻을 볼 하나와 체 하나면 된다. 스테인리스 볼이든 플라스틱 쌀 바가지든 상관없고, 세 식구 밥이면 지름 20cm 안팎에 씻는 동안 쌀이 절반을 넘지 않는 크기가 손에 잡기 편하다.
볼에 쌀을 붓고 물을 넉넉히 부은 다음 첫 물은 서너 번 크게 저어 바로 따라 버린다. 마른 쌀은 물을 만나는 첫 순간에 물을 가장 빨리 빨아들이기 때문인데, 겨 냄새가 밴 물을 오래 두면 그 냄새가 쌀 속으로 들어간다. 그다음부터는 물을 자작하게 붓고 손가락을 세워 가볍게 휘저어 주면 쌀알끼리 스치면서 겉의 전분이 씻겨 나온다.
물은 두세 번 갈아 주고, 뿌옇던 물이 바닥의 쌀알이 비칠 만큼 옅어지면 다 씻긴 것이다. 씻은 쌀은 체에 밭쳐 물기를 잠깐 뺀 뒤 내솥으로 옮겨 담고 눈금에 맞춰 물을 부으면 된다. 내솥을 설거지할 때도 부드러운 스펀지와 주방 세제만 쓰고, 금속 수세미나 굵은 소금으로 문지르지 않는다. 밥을 풀 때 쓰는 주걱도 금속보다는 밥솥에 딸려 온 플라스틱 주걱이나 나무 주걱이 안전하다.
체에 밭쳐 물기를 뺀 쌀을 내솥으로 옮겨 담는 순간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이렇게 써도 내솥은 소모품이라 계속 쓰지는 못한다. 바닥 코팅이 벗겨져 금속이 드러났거나 붉은 기가 보이면 닦아서 되돌릴 수 없으니 내솥만 따로 사서 바꾸는 것이 좋고, 겉보기에 멀쩡해도 3~4년에 한 번은 새것으로 바꿔 주면 충분하다.
부드러운 스펀지와 주방 세제로 내솥 안쪽 바닥을 닦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쌀을 볼에 옮겨 씻는 일은 손이 한 번 더 가는 대신 밥솥을 훨씬 오래 쓰게 해 주니, 오늘 저녁밥부터 그릇 하나를 꺼내 보길 권한다. 내솥을 챙기는 일은 식구들이 날마다 먹는 밥이 지어지는 자리를 챙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