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보관법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늦여름에 쌀통 뚜껑을 열었다가 쌀벌레나 갈색 나방이 푸드덕 날아오르면 경악할 수 밖에 없다. 쌀벌레는 창으로 날아든 것이 아니라 도정하고 포장하는 사이에 알로 쌀 속에 들어와 있던 것이다. 방충망을 촘촘히 막아도 쌀을 살 때 알이 따라 들어오니, 뒤늦게 잡는 것보다 알을 먼저 죽여 놓는 편이 빠르다.
도정한지 조금 지난 쌀을 사 오면 봉지를 뜯기 전에 며칠 얼려 두기만 해도 알부터 어른벌레까지 한꺼번에 죽어서, 여름 내내 쌀통 앞에서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된다. 얼리는 김에 밀폐용기로 옮겨 담으면 새 벌레가 기어들 틈까지 함께 막힌다.
영하 18도에서 3일이면 알까지 죽는 쌀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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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벌레라고 부르지만 쌀통에 보이는 것은 대개 쌀바구미와 화랑곡나방 애벌레 둘이다. 쌀바구미는 몸길이가 3mm에서 4mm쯤 되고 긴 주둥이로 쌀알에 구멍을 뚫어 알을 낳는데, 한 마리가 평생 알을 300개까지 낳는다. 몇 마리가 눈에 띌 때는 쌀알 속에 알이 이미 퍼진 뒤여서, 보이는 놈만 걷어 내면 다음 달에 또 나온다.
영하 18도에 3일을 두면 알과 애벌레, 번데기, 어른벌레가 다 죽고, 추위를 가장 잘 버티는 알까지 잡으려면 일주일을 채운다. 가정용 냉동실이 대체로 영하 20도 언저리라 온도를 따로 맞출 것 없이 한 칸만 비워 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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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도쯤 되는 냉장실에서는 벌레가 죽는 대신 움직임이 굼떠지기만 하니, 여름을 나려면 냉동실을 한 번 거쳐야 한다. 냉동실 자리가 좁으면 한 봉지씩 차례로 얼려도 되는데, 먼저 언 봉지부터 실온에 두었다가 쌀통에 채우면 된다.
마트 비닐 포장 그대로 쌀을 세워 두면 화랑곡나방 애벌레가 억센 턱으로 봉지를 뚫고 들어간다. 유리나 금속, 두꺼운 플라스틱 밀폐용기는 애벌레가 뚫지 못하니 냉동을 마친 쌀은 이런 통으로 옮겨 담는다.
지퍼백에 쌀을 납작하게 펴서 얼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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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포대째 밀어 넣으면 가운데까지 냉기가 닿지 않으므로, 지퍼백에 두세 끼 지을 분량씩 나눠 담는다. 봉지를 도마에 눕히고 손바닥으로 위에서 아래로 쓸어 공기를 빼면 쌀알이 한 겹으로 밀려 나가면서 납작해진다. 그 상태로 지퍼를 끝까지 눌러 잠그면 냉기가 양면에서 들어와 가운데 쌀알까지 하룻밤 새 얼어붙는다.
납작해진 봉지는 냉동실 바닥에 눕혀 넣고 3일에서 일주일을 그대로 둔다. 다 얼린 쌀은 봉지를 뜯지 말고 봉한 채로 서너 시간 두어 실온까지 오르기를 기다린다. 차가운 쌀알을 바로 꺼내면 겉면에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그 물기가 쌀통에 들어가면 곰팡이가 핀다.
쌀통은 마른 행주로 안쪽을 훔쳐 물기를 없앤 다음에 쓰고, 바닥에 남은 묵은 쌀겨는 뒤집어 털어 버린다. 빈 페트병에 한두 끼씩 나눠 담아도 좋은데, 입구가 좁아 벌레가 드나들지 못하고 뚜껑도 꽉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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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 담은 쌀은 4도 냉장실에 넣어 두면 밥맛이 오래가고, 넣을 데가 없으면 10도를 넘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둔다. 싱크대 아래 붙박이 쌀통은 물을 쓸 때마다 습기가 차오르고, 볕이 드는 창가는 쌀알이 말라 금이 간다.
여름에는 보름, 겨울에는 한 달 치만 사서 이 순서를 밟아 두면 쌀통을 열 때 손이 멈칫할 일이 없다. 뽀얀 쌀알만 그대로 남아 한 컵 퍼 올릴 때 사르륵 흘러내리고, 밥을 안치는 아침이 한결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