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양못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에는 수백 년 묵은 왕버들 고목이 물가를 빙 둘러선 위양지가 들어앉았다. 공식 이름은 밀양 위량못이고, 1987년에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67호로 지정됐다. 못 넓이는 62,790㎡에 이르고 물가를 도는 둘레길은 1km 남짓이라,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이면 넉넉하다.
9월 초에 이 못을 찾으면 물낯에 그대로 비친 짙은 녹음과 굵은 왕버들 줄기를 만난다. 못가를 흰 이팝나무 꽃이 뒤덮는 때는 5월 초여서, 9월에는 그 꽃 대신 여름 숲을 통째로 되비친 물그림자를 본다.
임진왜란 뒤에 다시 쌓아 올린 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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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처음 판 때는 통일신라에서 고려 사이로 짐작할 뿐 정확한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고, 임진왜란 때 무너진 못을 1634년에 밀양부사 이유달이 다시 쌓아 올렸다. 지금 물을 가둔 둑도 그때 쌓은 선을 그대로 잇는데, 못의 생김새는 조선 후기부터 크게 바뀌지 않았다.
못 한가운데 작은 섬에는 완재정이라는 정자가 물에 그림자를 드리운 채 앉았다. 임진왜란 때 포로로 끌려갔던 학산 권삼변이 이 정자를 구상했고, 그가 떠나고 약 300년이 지난 1900년에 안동권씨 후손들이 공사를 마쳤다. 완재정은 2017년에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633호가 됐고, 건너가는 다리가 없어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다.
물가를 따라 늘어선 왕버들 노거수는 두세 사람이 팔을 벌려야 겨우 안을 만큼 줄기가 굵다. 가지가 수면 쪽으로 낮게 휘어 내려와서, 바람이 잦아든 아침에는 잎사귀와 그 그림자가 물낯에서 맞붙는다.
물낯에 통째로 비친 짙은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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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위양지의 물낯은 둘레를 두른 숲과 늘어진 왕버들 가지를 거울처럼 그대로 되비친다. 잎이 아직 짙은 초록을 지키는 철이라 물에 잠긴 그림자도 검푸르게 내려앉는다. 단풍이 물드는 때는 아직 이르니, 색이 바뀐 숲그림자를 보려면 가을이 더 깊어진 뒤에 와야 한다.
이 못이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카메라를 들고 물가를 도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물그림자를 또렷하게 담으려면 수면이 잔잔한 이른 아침이 낫고, 해가 높이 오르면 반사광이 세져 숲 윤곽이 뭉개진다.
숲길에서 데크길로 이어지는 둘레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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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한 바퀴 도는 탐방로는 흙바닥 숲길로 시작해 구간마다 나무 데크길로 이어진다. 데크 구간은 바닥이 평평하지만, 숲길 쪽에는 나무뿌리가 드러난 데가 있어 발밑이 고르지 않다.
물가를 따라 걷다 보면 완재정이 보이는 각도가 계속 바뀌어, 같은 정자를 여러 방향에서 본다. 못 북쪽에는 왕버들이 촘촘히 서서 그늘이 이어지고, 둑 위 구간은 나무가 성글어 볕이 그대로 든다. 길이 완만해 오르내림이 거의 없으니, 아이와 나란히 걸어도 걸음이 크게 처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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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가 반려견 동반 여부를 따로 정해 두지 않아서, 개를 데려가려면 출발 전에 시청에 전화로 물어봐야 한다. 데크와 숲길이 번갈아 나오는 길이라 목줄은 짧게 잡고, 배변봉투도 함께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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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에 들어가는 데는 입장료를 받지 않고, 주차 면수도 넉넉한 편이라 차를 대기가 어렵지 않다. 이팝나무가 절정에 오르는 5월 초 주말에는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렵지만, 9월 초는 그 철이 아니라 주차장이 한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