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육수에 바지락과 배추를 넣어 끓인 배추된장국 한 그릇입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로 넘어가면서 배추가 굵어지고 속이 차오르면 배추된장국을 끓이는 집이 많아진다. 겉잎을 몇 장 떼어 멸치육수에 넣고 된장만 풀면 되니 손도 많이 가지 않고, 밥상에 올리면 식구들이 국그릇을 비우는 흔한 국이다.
그런데 같은 재료로 끓였는데도 국물이 유난히 텁텁한 날이 있다. 된장을 조금 덜 넣어 보기도 하고 멸치를 더 넣어 육수를 진하게 뽑아 보기도 하지만, 구수한 맛은 나는데 숟가락을 놓고 나면 입안이 묵직하게 남는다.
이럴 때 손을 대야 하는 것은 된장 양이 아니라 국물 재료다. 평소 찜이나 칼국수에 넣던 바지락을 배추된장국 국물을 내는 데 먼저 쓰면, 된장 특유의 텁텁함 없이 훨씬 시원한 국물이 된다.
배추된장국 국물이 텁텁하게 남는 이유
멸치육수에 바지락이 입을 벌리며 국물을 내는 냄비 안 모습입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멸치육수에 된장만 풀어 끓인 국물은 구수한 맛 한 가지로만 버틴다. 배추에서 단맛이 조금 나오기는 하지만 된장의 짠맛과 콩 특유의 묵직한 맛을 받쳐 주기에는 모자라서, 그 묵직함이 그대로 혀에 남는다.
여기서 맛이 부족하다고 된장을 더 풀고 오래 끓이면 오히려 반대로 간다. 된장은 열을 길게 받으면 구수한 향이 날아가고 짠맛만 남는 재료라서, 끓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국물은 진해지는 대신 더 텁텁해진다.
바지락은 이 빈자리를 채우는 쪽으로 쓴다. 조갯살 안에 든 감칠맛 성분이 껍데기가 벌어지는 순간 국물로 빠져나오는데, 이 맛이 된장의 묵직함을 아래에서 받쳐 주면서 국물 전체가 맑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바지락을 건더기로 나중에 넣는 것이 아니라, 된장을 풀기 전에 먼저 넣고 국물부터 내야 한다.
배추된장국에 바지락 넣어 시원하게 끓이는 방법
해감한 바지락과 배추, 된장, 대파를 조리대 위에 필요한 만큼 준비한 모습입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멸치육수와 해감한 바지락 2컵, 알배추나 배추 겉잎, 된장, 대파 한 대다. 된장은 집된장과 시판 된장을 2큰술씩 섞어 쓰면 집된장의 깊은 맛과 시판 된장의 부드러운 간이 함께 나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바지락은 물 1리터에 굵은소금 1큰술을 풀고 검은 봉지를 덮어 어둡게 한 다음 30분 이상 담가 두어 모래를 뱉게 한다.
냄비에 멸치육수를 올리고 해감한 바지락을 먼저 넣은 뒤 강불로 끓인다. 뚜껑을 덮지 않고 그대로 두면 거품이 올라오는데, 이 거품을 숟가락으로 걷어 내면 국물이 한결 깔끔해진다.
강불에 끓는 바지락 육수 위의 거품을 긴 숟가락으로 걷어 내고 있습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바지락이 하나씩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바로 중약불로 낮춘다. 이때 된장을 풀어 넣는데, 국물에 그냥 떨어뜨리면 덩어리가 남으니 국자에 된장을 올리고 국물을 조금 떠 가며 으깨 풀어 준다. 그다음 배추를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 중약불을 유지한다.
국자에 올린 된장을 뜨거운 국물로 풀어 넣는 조리 단계입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배추 흰 줄기를 젓가락으로 눌러 보아 힘없이 휘면 다 익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슷하게 썬 대파를 넣고 1분만 더 끓인 다음 불을 끈다. 대파를 먼저 넣고 오래 끓이면 색이 누렇게 변하고 단맛도 빠지니, 불을 끄기 직전에 넣는 것이 좋다.
해감이 끝난 뒤에도 입을 벌리지 않은 바지락은 골라 버리고 쓴다. 바지락에서 짠맛이 나오니 간은 다 끓인 뒤에 한 번 맛을 보고 맞추는 것이 안전하고, 모자라면 된장을 반 큰술씩 더 풀면 된다.
배추가 굵어지는 이맘때 배추된장국을 끓인다면 바지락 한 봉지를 사서 이 순서대로 해 보길 권한다. 날마다 올리는 국 하나가 시원해지면 그 밥상에서 식구들이 먹는 양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