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흰 접시에 한 겹으로 펼친 멸치볶음과 아몬드가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멸치볶음은 밑반찬 중에서도 손이 자주 가는 반찬인데, 팬에서 막 덜어 접시에 담았을 때는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다가 한 끼만 지나면 맛이 달라진다. 식은 멸치를 집어 먹으면 입안에서 물컹하게 눅눅하고 삼킨 뒤에 비린 맛이 남는다. 도시락에 싸 보내거나 며칠 두고 먹을 생각으로 넉넉히 만들어 두면 이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럴 때 대부분 기름을 조금 더 두르거나 물엿과 올리고당을 넉넉히 넣어 번지르르하게 만든다. 윤기는 나지만 비린 맛은 그대로 남고 단맛만 더해져서 식으면 끈적하게 엉겨 붙는데, 다진 마늘이나 고춧가루로 냄새를 덮어도 한 김 식으면 다시 올라온다. 바꿀 것은 재료가 아니라 순서다. 양념을 넣기 전에 기름을 두르지 않은 마른 팬에서 멸치를 먼저 볶아 주면 된다.
식은 멸치볶음에서 비린 맛이 올라오는 이유
지퍼백에서 덜어 낸 마른 멸치를 깨끗한 유리 그릇에 담아 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마른 멸치는 바짝 말라 보여도 속에는 수분이 남아 있다. 봉지를 열었을 때 손에 닿는 느낌이 서늘하고 눅눅하다면 그만큼 습기를 먹고 있다는 뜻이고, 냉장실이나 냉동실에 두었던 멸치는 꺼낸 자리에서 바로 팬에 넣으면 더 축축한 상태로 들어간다. 이 수분에 멸치 기름이 섞여 비린 맛의 바탕이 된다.
여기에 기름과 양념을 먼저 넣으면 멸치 겉면이 기름과 간장 막으로 덮인다. 속에 든 수분은 빠져나갈 길이 막힌 채 그대로 갇히고, 비린 맛도 양념 속에 섞여 남는다. 접시에 담아 식는 동안 갇혀 있던 수분이 겉으로 배어 나오면서 멸치가 축 처지고 양념은 끈적하게 변한다.
기름 없이 마른 팬에 먼저 볶으면 그 수분이 팬 바닥 열에 그대로 날아간다. 멸치 살이 옅은 노란빛으로 노릇해질 때까지 볶는 동안 비린 맛을 내던 성분도 수분과 함께 빠지고, 살이 단단하게 조여져서 나중에 넣는 양념이 겉에만 얇게 묻는다. 그래서 양념에 손을 대기 전에 멸치부터 말리는 쪽으로 순서를 잡는 것이 좋다.
멸치볶음 비린 맛 빼고 바삭하게 볶는 방법
잔멸치와 양념 재료, 반으로 나눈 아몬드를 조리 전에 따로 덜어 놓았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잔멸치 100g을 기준으로 간장 1큰술, 맛술 1큰술, 올리고당이나 물엿 1큰술, 식용유 1큰술, 다진 마늘 반 작은술을 미리 덜어 둔다. 생땅콩이나 아몬드, 호두 같은 견과류를 한 줌 정도 같이 준비하면 짠맛이 눌리고 고소한 맛이 살아나는데, 알이 크면 손으로 반씩 쪼개 둔다.
팬에는 아무것도 두르지 않은 채 중약불에 먼저 올려 달군다. 손바닥을 팬 위 10cm쯤에 댔을 때 열이 올라오면 멸치를 쏟아 넣고 나무주걱으로 쉬지 않고 뒤적인다. 2~3분쯤 지나면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고 색이 옅게 노릇해지면서 살이 뻣뻣해지는데, 그때가 수분이 빠진 상태다. 센 불에 올리면 금방 타서 쓴맛이 나므로 중약불을 지킨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서 나무주걱으로 잔멸치를 고르게 볶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볶은 멸치는 바로 체에 쏟고 가볍게 흔들어 잔 가루와 부스러기를 털어 낸다. 이 가루가 섞인 채로 양념에 들어가면 먼저 타면서 쓴맛을 낸다. 체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 거의 없어지면 멸치만 그릇에 덜어 둔다.
볶은 멸치를 스테인리스 체에 담아 부스러기를 가볍게 털어 내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빈 팬에 식용유와 다진 마늘을 넣고 약불에서 마늘 향이 올라올 때까지 볶은 다음 간장과 맛술, 올리고당을 넣는다. 양념이 보글거리기 시작하면 멸치와 견과류를 넣고 20~30초 안에 재빨리 버무린 뒤 바로 불을 끈다. 양념이 멸치에 고르게 묻은 정도에서 멈춰야 하고, 더 볶으면 양념이 졸아 식었을 때 딱딱해진다.
불을 끈 멸치볶음은 넓은 접시나 쟁반에 한 겹으로 펼쳐 식힌다. 그릇에 수북하게 쌓아 두면 김이 빠져나가지 못해 다시 축축해진다. 완전히 식은 뒤에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며칠은 바삭한 상태가 유지되고, 중멸치처럼 살이 두꺼운 멸치를 쓸 때는 마른 팬에 볶는 시간을 1분쯤 더 주는 것이 좋다.
다음에 멸치볶음을 만들 때는 기름을 두르기 전에 마른 팬 볶기부터 해 보길 권한다. 멸치에 든 수분을 먼저 날려 두면 그다음에 어떤 양념으로 볶아도 식은 뒤까지 비린 맛이 따라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