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김치 전용 밀폐 용기 여러 개에 김치를 나눠 담아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이 깊어지면 김장을 하거나 절임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그는 집이 많다. 다 담근 김치를 큰 통 하나에 꾹꾹 눌러 담아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면 당장은 속이 편하지만, 한 달쯤 지나 꺼내 먹다 보면 어느 날부터 국물이 톡 쏘고 배추 줄기가 무르기 시작한다.
그럴 때 대부분 김치를 꺼낸 다음 남은 것을 다시 눌러 국물에 잠기게 하고 뚜껑을 꽉 닫아 둔다. 그래도 일주일만 지나면 신맛이 또 올라오고, 결국 남은 김치는 찌개나 볶음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
김치가 빨리 시어지는 것은 담근 솜씨보다 담아 둔 방식과 관련이 큰데, 큰 통 하나에 다 넣지 않고 며칠 먹을 양만 작은 통 여러 개에 나눠 담으면 손대지 않은 통은 훨씬 오래 처음 맛을 유지한다.
큰 통 하나에 모아 둔 김치가 더 빨리 시어지는 이유
큰 김치통의 뚜껑을 열어 김치와 국물이 보이는 가까운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큰 통 하나에 모아 담으면 김치를 한 번 꺼낼 때마다 통 안에 든 김치 전체가 공기와 만난다. 뚜껑을 열고 젓가락이나 국자를 넣는 사이 찬 기운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바깥 공기가 들어가는데, 공기가 닿은 김치는 그때부터 익는 속도가 빨라지고 겉면이 먼저 무르거나 군내가 난다.
꺼낸 뒤에 다시 눌러 담고 국물을 덮어 두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그 동작을 하루에 한두 번씩 되풀이하면 통 안쪽은 이미 여러 번 공기를 들이마신 상태가 된다. 큰 통은 양이 많아 다 먹을 때까지 걸리는 기간도 길어서, 마지막에 남은 김치는 수십 번 열린 통 안에서 버틴 셈이 된다.
공간도 문제인데, 김치가 익으면 가스가 올라오고 그 가스가 빠질 자리가 없으면 통 안에 압력이 쌓여 뚜껑 틈으로 국물이 새어 나온다. 그래서 김치는 한곳에 몰아 두기보다 먹을 양과 두고 익힐 양을 갈라 담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김치 시어지지 않게 작은 통에 나눠 담는 방법
작은 밀폐 용기에 김치를 통 높이보다 낮게 나눠 담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1~2리터쯤 들어가는 김치 전용 밀폐 용기 서너 개다. 유리나 두꺼운 플라스틱 용기가 좋고, 냄새가 잘 배는 얇은 반찬통은 쓰지 않는다. 그중 한 통에는 일주일 안에 먹을 양만 담고 나머지는 두세 통에 비슷한 양으로 나눈 다음, 김치를 통 높이의 8할까지만 넣고 위쪽을 한 뼘 가까이 비워 둔다. 가득 채우면 익으면서 올라온 국물이 며칠 안에 뚜껑 틈으로 넘친다.
한 통을 채웠으면 손으로 위에서 꾹 눌러 김치 사이에 든 공기를 빼고, 담글 때 생긴 국물을 떠서 김치가 잠길 만큼 붓는다. 그다음 김치 위에 깨끗한 비닐을 한 장 펼쳐 덮고 가장자리를 눌러 밀착시키면 공기와 닿는 면이 줄어든다.
김치 위에 깨끗한 비닐을 펼쳐 가장자리를 눌러 밀착시키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뚜껑을 닫은 다음에는 담근 날짜를 뚜껑에 적어 두고, 먹을 통 하나만 꺼내기 쉬운 앞자리에 두고 나머지는 김치냉장고 아래쪽이나 냉장고 안쪽에 넣는다. 먹는 동안에는 앞에 둔 통만 열고, 나머지 통은 그 통을 다 먹을 때까지 뚜껑을 열지 않는다.
김치냉장고 서랍 안에 닫힌 김치통을 앞뒤로 나눠 정리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 먹은 통은 바로 설거지해 말려 두고 그다음 통을 앞으로 옮긴다. 이미 신맛이 오른 김치를 나눠 담아도 처음 맛으로 돌아가지는 않으니, 나눠 담는 일은 김치를 담근 직후나 사 온 날에 하는 것이 좋다. 통이 모자라면 두 통으로만 갈라 담아도 한 통에 두는 것보다 낫다.
김치는 한 통에 모아 두는 쪽이 손이 덜 가는 것 같지만, 담는 날 삼십 분만 더 들여 작은 통 여러 개로 갈라 두면 겨울이 끝날 때까지 맛을 지킬 수 있으니 올해는 나눠 담아 보길 권한다. 김치통을 나누는 일은 식구들이 한 해 동안 날마다 먹는 반찬의 맛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