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로 느슨하게 싼 배추를 뿌리 쪽이 아래로 가게 베란다 바닥에 세워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10월 중하순이 되면 김장을 앞두고 배추를 미리 사 두는 집이 많다. 값이 오르기 전에 여러 포기를 한꺼번에 들여놓고 절이는 날까지 며칠에서 일주일 넘게 두게 되는데, 사 올 때는 단단했던 배추가 막상 김장날 꺼내 보면 겉은 축 늘어지고 속은 흐물흐물해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배추를 들여놓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겉잎을 다듬는 것이다. 흙이 묻고 벌레 먹은 잎이 바깥에 붙어 있으면 지저분해 보이고 냄새도 날 것 같아서, 푸른 잎을 여러 장 벗겨 내고 속의 노란 부분만 남겨 깔끔하게 정리해 둔다. 그런데 그렇게 다듬어 둔 배추가 오히려 더 빨리 무르는데, 이유가 바로 벗겨 낸 그 겉잎에 있다.
지저분해 보이는 겉잎 네다섯 장을 남긴 채, 자라던 방향 그대로 뿌리를 아래로 두고 세워서 서늘한 그늘에 보관하면 김장날까지 처음 사 왔을 때의 단단함이 한결 오래 간다.
겉잎을 벗겨 내면 속잎부터 마르는 배추
푸른 겉잎을 네다섯 장 남긴 배추의 단단한 잎층을 가까이에서 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배추는 무게의 대부분이 물이라서 밭에서 뽑히는 순간부터 잎에 든 물기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바깥쪽 푸른 잎은 두껍고 질긴 데다 표면에 기름기 같은 막이 있어 물기를 잘 내보내지 않지만, 안쪽 노란 잎은 얇고 부드러워 공기에 바로 닿으면 금방 수분을 잃는다.
그래서 겉잎을 다 벗겨 내면 바람을 막아 주던 층이 없어지면서 속잎이 곧바로 마른 공기와 만나고, 며칠만 지나도 잎 끝이 투명하게 변하며 손으로 집었을 때 힘없이 늘어진다. 마르지 않게 하려고 비닐봉지에 담아 묶어 두면 안쪽에 물방울이 맺히고, 그 물기가 닿은 자리부터 녹아내리듯 무른다.
겉잎 네다섯 장을 그대로 두면 이 두 가지가 한꺼번에 해결된다. 질긴 겉잎이 속잎 대신 마르면서 바람을 막아 주고, 잎과 잎 사이로 공기가 드나들어 물방울도 맺히지 않는다. 겉잎은 어차피 절일 때 떼어 내는 부분이라 말라도 아깝지 않으니, 다듬는 일은 김장하는 날로 미루는 쪽이 낫다.
김장 전에 사 둔 배추 싱싱하게 보관하는 방법
물로 씻지 않은 배추에서 손으로 축 늘어진 바깥 잎 한 장만 골라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사 온 배추는 씻지 않고 그대로 둔다. 물이 닿으면 잎이 겹친 안쪽에 물기가 고여 그 자리부터 무르기 때문인데, 흙은 절이기 전에 털어 내면 된다. 떼어 내는 것은 완전히 시들어 축 늘어진 잎과 벌레가 파먹어 구멍이 난 잎뿐이고, 멀쩡한 푸른 잎은 네다섯 장 남긴다.
그다음 신문지를 두세 장 펼쳐 한 포기씩 따로 싼다. 뿌리 쪽을 아래로 두고 신문지로 포기 전체를 둘러 감싼 다음 위쪽을 느슨하게 접어 두는데, 꽉 눌러 붙이지 않고 틈을 남겨야 안쪽이 축축해지지 않는다.
신문지 두 장으로 배추를 감싸고 윗부분을 느슨하게 접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싼 배추는 뿌리가 아래, 잎 끝이 위로 가게 세워서 둔다. 밭에서 자라던 방향 그대로 세우면 무게가 뿌리 쪽으로 실려 잎이 눌리지 않는데, 눕혀 두면 바닥에 닿은 쪽 잎이 짓무르고 포기 모양도 비뚤어진다. 자리는 2~5도쯤 되는 서늘한 그늘이 알맞아 난방을 하지 않는 베란다나 바깥 창고가 좋고, 낮에 해가 드는 쪽과 밤에 영하로 떨어지는 쪽은 피한다. 얼었다 녹은 배추는 조직이 풀려 절일 때 물이 많이 빠진다.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겉잎만 보면 알 수 있다. 바깥 잎이 쪼그라들고 색이 바래는 것은 속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라 그대로 두면 되고, 신문지가 눅눅해졌으면 새것으로 갈아 준다. 겉잎에 물기가 흐르고 누런 물이 비치는 포기는 더 두지 않고 먼저 절이는 쪽이 낫다. 이렇게 두면 일주일에서 보름은 무리 없이 간다.
신문지를 벗긴 배추의 바깥 잎 상태를 손으로 살펴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김장을 앞두고 배추를 사 두었다면 다듬고 싶은 손을 잠시 참고 겉잎째 세워 두길 권한다. 절이기 전까지 배추가 얼마나 단단한지가 김치 맛을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