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바닥에서 띄운 페트병 위에 젖은 운동화 두 짝을 거꾸로 세워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비는 여름 소나기처럼 쏟아지다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부슬부슬 이어지는 날이 많아, 우산을 썼어도 신발은 결국 젖어서 들어오게 된다. 발등까지 스며든 물이 양말을 적시고, 현관에 벗어 놓은 운동화에서는 손으로 눌러도 물이 배어 나온다. 내일 아침에도 그 신발을 신어야 하는데 저녁 내내 두어도 안쪽은 여전히 축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 많이 하는 대처가 신문지를 뭉쳐 신발 안에 밀어 넣고 현관 바닥에 눕혀 두는 것이다. 겉면은 몇 시간이면 보송해지지만 발가락이 닿는 앞쪽과 바닥 안쪽은 다음 날 아침에 신어 보면 여전히 차갑고 눅눅하다. 그 상태로 신발장에 넣으면 며칠 뒤 문을 열었을 때 쉰내가 올라오고, 가죽이 우는 것처럼 모양이 틀어지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선풍기도 드라이어도 아니고 마시고 버리려던 1.5리터 페트병 하나다. 빈 페트병 위에 신발을 거꾸로 엎어 꽂아 세워 두기만 해도 바닥에 눕혀 말릴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빨리 마른다.
신발 안쪽 공기가 갇혀 마르지 않는 이유
옆으로 눕힌 젖은 운동화의 발목 입구와 현관 바닥에 닿은 밑창을 가까이에서 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젖은 신발이 좀처럼 안 마르는 이유는 물이 많아서가 아니라 물기를 머금은 공기가 신발 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인데, 신발은 발목 쪽 한 군데만 열려 있는 자루 모양이라 안쪽 공기가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문다. 축축한 공기가 눌러앉아 있는 동안에는 안감이 머금은 물이 증발할 자리가 없다.
바닥에 눕혀 두면 상황이 더 나빠진다. 신발 밑창이 현관 바닥에 딱 붙어 있어 아래쪽으로는 공기가 아예 통하지 않고, 유일하게 열린 발목 입구마저 옆으로 누운 탓에 젖은 공기가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 겉면만 마르고 속은 그대로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페트병 위에 신발을 엎어 세우면 이 구조가 반대로 바뀐다. 발목 입구가 아래를 향하면서 신발 안에 고여 있던 물기와 무거운 젖은 공기가 아래로 빠져나가고, 그 자리로 마른 공기가 계속 밀려 들어온다. 게다가 페트병이 신발을 바닥에서 30센티미터 넘게 띄워 주기 때문에 밑창 바깥쪽까지 사방으로 바람이 닿는다.
페트병에 젖은 신발 거꾸로 꽂아 말리는 방법
라벨을 뗀 페트병 두 개에 물을 조금 채우고 운동화를 거꾸로 꽂기 전의 준비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라벨을 벗긴 1.5리터 빈 페트병 두 개다. 물을 3분의 1쯤 채워 두면 신발 무게에 넘어지지 않는다. 신발은 먼저 끈과 깔창을 빼내고, 마른 수건으로 겉면과 안쪽을 꾹꾹 눌러 물기를 빨아들인다. 깔창은 신발 안에 둔 채로는 절대 마르지 않으니 반드시 빼서 벽에 비스듬히 세워 따로 말린다.
물기를 턴 신발은 발목 입구가 아래를 향하도록 페트병 주둥이에 푹 눌러 꽂는다. 병 입구가 신발 안쪽 깊숙이 들어갈수록 안정적으로 서고, 두 짝을 나란히 세울 때는 서로 붙이지 말고 한 뼘쯤 띄워야 사이로 바람이 지나간다. 자리는 햇볕이 드는 창가보다 바람이 통하는 현관이나 베란다가 낫다.
발목 입구가 아래로 향하도록 페트병 주둥이에 꽂아 간격을 두고 세운 운동화.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더 빨리 말리고 싶다면 신문지를 구겨 신발 앞코까지 밀어 넣었다가 30분마다 새 신문지로 갈아 준다. 신문지는 물기를 빨아들인 뒤에는 오히려 젖은 채로 안에 남아 있게 되므로, 꺼냈을 때 축축하면 바로 바꿔 넣어야 계속 물기를 빨아들인다. 선풍기를 약하게 틀어 신발 쪽으로 보내 주면 반나절이면 안쪽까지 마른다.
운동화 앞코 안쪽까지 구긴 신문지를 넣고 약한 바람을 보내는 보조 건조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드라이어나 난로로 뜨거운 바람을 직접 쐬는 것은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밑창 접착제가 열에 물러져 옆면이 벌어지고 가죽은 뻣뻣하게 굳는다. 다 말랐는지는 손을 넣어 앞코 안쪽을 만져 봤을 때 차갑고 눅눅한 느낌이 없으면 된 것이고, 깔창은 따로 마른 뒤에 다시 끼워 넣는다.
비 오는 날 신발을 그날 저녁에 말려 넣는 습관을 들여 보길 권한다. 젖은 채로 신발장에 넣은 하루가 쌓여 멀쩡한 신발을 버리게 되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