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를 먼저 날린 뒤 양념을 입혀 윤기 있게 볶아 낸 어묵볶음.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어묵볶음은 한 번 만들어 두면 며칠은 꺼내 먹는 반찬이다. 만들자마자 따뜻할 때는 말랑하고 간도 알맞게 배어 있어 밥이 잘 넘어가는데, 반찬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음 날 꺼내 보면 어묵이 뻣뻣하게 굳어 있어 젓가락으로 집으면 부러질 것처럼 뻣뻣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볶을 때 기름을 조금 더 넉넉히 두르거나, 먹기 직전에 전자레인지에 한 번 더 돌려 보기도 한다. 잠깐은 부드러워지는 듯하지만 접시에 덜어 놓고 몇 분만 지나면 다시 뻣뻣해지고, 기름을 더 넣은 쪽은 느끼한 맛만 남아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다.
이때 순서를 하나만 바꾸면 결과가 달라진다. 팬에 기름을 두르기 전에 물 4~5스푼을 먼저 넣고 볶는 것인데, 볶음 요리에 물부터 붓는다는 것이 낯설게 들려도 식은 뒤에 어묵이 말랑하게 남는 데는 이 순서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식은 어묵이 딱딱해지는 이유
마른 팬에서 센 불로 볶는 어묵 조각의 표면과 팬 바닥을 가까이 담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어묵은 생선살을 갈아 반죽해 모양을 잡은 뒤 익혀서 만든 식품이라, 원래 속에 수분을 상당히 머금고 있다. 이 수분이 어묵의 말랑한 식감을 만드는데, 팬에 올려 센 불로 볶는 동안 속에 있던 수분이 빠져나가면 반죽이 조여들면서 질기고 뻣뻣한 상태로 변한다.
기름을 먼저 두르고 볶으면 이 현상이 더 심해진다. 달군 기름이 어묵 표면에 먼저 닿으면 겉면에 기름막이 생겨 어묵은 기름만 흡수하게 되고, 속에서 빠져나가는 수분은 그대로 날아가 버린다. 볶는 동안에는 뜨거운 기름 덕분에 부드러워 보이지만, 식으면서 기름이 굳으면 표면이 눅진해지고 속은 마른 채로 딱딱해진다.
물을 먼저 넣으면 반대가 된다. 약한 불에서 물이 천천히 끓으며 올라오는 김이 어묵을 감싸 속까지 수분이 스며들고, 표면도 부드럽게 풀어진다. 이렇게 수분을 채워 둔 어묵은 뒤에 기름과 양념을 넣고 볶아도 속이 마르지 않아, 식은 뒤에도 말랑한 상태가 유지된다.
어묵볶음 물 먼저 넣고 촉촉하게 볶는 방법
썰어 둔 어묵과 양파, 대파, 양념을 조리 전 깨끗한 조리대에 필요한 만큼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따로 없고 물 4~5스푼이면 충분하다. 어묵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두고, 함께 볶을 양파나 대파, 그리고 간장과 설탕 같은 양념은 미리 덜어 둔다. 기름과 참기름은 손이 닿는 자리에 두되 이 단계에서는 꺼내 놓기만 한다.
아무것도 두르지 않은 마른 팬에 썰어 둔 어묵을 먼저 넣고, 그 위에 물 4~5스푼을 고르게 뿌린 다음 불을 약하게 켠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젓가락이나 주걱으로 어묵을 계속 뒤집어 주는데, 물이 한쪽에만 몰리지 않아야 어묵이 고르게 수분을 머금는다.
약한 불의 팬에서 물과 함께 어묵을 뒤집어 고르게 익히는 과정.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물이 다 증발할 때까지 약한 불에서 그대로 볶는다. 팬을 기울였을 때 바닥에 고인 물기가 보이지 않고 김이 잦아들면 1차로 볶는 과정이 끝난 것이고, 이때 어묵을 하나 집어 보면 처음보다 도톰하고 말랑하게 부풀어 있다. 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어묵이 퍼지면서 흐물거리니 4~5스푼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팬 바닥에 물기 없이 도톰해진 어묵을 젓가락으로 집어 보이는 1차 볶음 완료 상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이제 식용유를 두르고 양파와 대파, 간장과 설탕 같은 양념을 넣어 중간 불에서 2~3분 볶아 양념이 어묵에 고르게 입혀지면 불을 끈다. 참기름 1스푼은 불을 끈 뒤에 둘러야 향이 날아가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 어묵을 써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바쁠 때는 끓는 물에 어묵을 1~2분 데쳐 건진 뒤 볶아도 같은 효과가 난다.
반찬통에 담아 두었다가 꺼내 먹을 반찬이라면 이 순서로 한번 볶아 보길 권한다. 볶기 전에 물 몇 스푼을 먼저 쓰는 일은 며칠에 걸쳐 먹을 반찬을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처음과 비슷한 식감으로 먹기 위한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