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굼부리 / 한국관광공사-두드림 |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산굼부리는 땅이 아래로 꺼지며 만들어진 분화구다. 봉우리가 솟은 다른 오름과 달리 평평한 들판 한가운데가 움푹 파여 있어,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분화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바깥 둘레는 약 2,067m, 깊이는 100~146m다. 용암이 쌓여 산을 이루는 대신 폭발이 땅을 뚫고 내려앉힌 마르형 분화구여서 천연기념물 제263호로 지정돼 있다.
분화구 가장자리와 그 둘레의 완만한 언덕은 억새가 덮고 있다. 제주 억새는 9월 말부터 이삭을 올려 10월에 절정에 이른다. 이 시기에는 분화구 테두리를 따라 억새가 띠처럼 이어지고, 언덕 전체가 한 가지 색으로 넘어간다. 억새밭 너머로는 중산간 오름이 낮게 겹쳐 서 있어 시선이 멀리까지 나간다.
평지처럼 보이다 발밑에서 꺼지는 분화구
산굼부리 / 한국관광공사-두드림 |
매표소를 지나면 완만한 오르막 산책로가 이어진다. 가파른 등산로가 아니라 폭이 넓은 길과 데크로 되어 있어, 분화구 전망 지점까지 숨차게 오를 일은 없다. 길 양옆은 내내 억새밭이고, 고도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주변 들판과 오름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전망 지점에 서면 원형 분화구가 발밑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안쪽 사면은 나무와 덤불로 덮여 있어 바깥의 억새밭과 색이 다르다. 분화구 안으로는 내려갈 수 없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식이다. 능선을 따라 자리를 옮기면 분화구만 크게 보이는 곳, 분화구와 주변 오름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 곳이 번갈아 나온다.
해가 낮아지는 오후에 은빛으로
산굼부리 / 한국관광공사-두드림 |
억새는 빛을 받는 방향에 따라 색이 크게 달라진다. 해가 머리 위에 있는 한낮에는 누런빛에 가깝지만, 해가 낮아진 오후에 빛을 마주 보고 서면 이삭 끝에 빛이 걸리며 평원 전체가 은빛으로 보인다. 같은 자리에서도 돌아서는 방향에 따라 색이 바뀌는 셈이다.
억새밭 사이로는 데크길이 놓여 있어 키 큰 억새 사이를 지나며 걷게 된다. 이삭이 어깨 높이까지 올라오는 구간에서는 바람이 지날 때마다 억새가 한쪽으로 눕고, 길이 꺾이는 지점에서는 억새 너머로 분화구 테두리와 중산간 오름이 함께 들어온다. 억새밭 위로 낮게 이어지는 능선 말고는 시야를 가리는 것이 거의 없다.
산굼부리 / 한국관광공사-두드림 |
10월에는 억새를 보러 오는 사람이 몰려 주차장과 산책로가 붐빈다. 사람 적은 길을 걷고 싶다면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오전에 찾는 편이 낫고, 억새의 은빛을 보려면 오후 늦게 가는 편이 낫다. 분화구 주변은 그늘이 거의 없어 볕이 강한 날에는 모자를 챙기는 것이 좋다.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과 입장료
산굼부리 / 한국관광공사-두드림 |
매표소에서 출발해 전망 지점을 지나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데는 40분 정도 걸린다. 길이 순환형이라 왔던 길을 되짚을 필요가 없고, 중간중간 분화구 쪽으로 난 전망 데크에서 걸음을 멈추게 된다.
입장료는 어른 7,000원, 청소년과 어린이 6,000원이다. 어르신과 제주도민은 5,000원을 받는다. 9월과 10월에는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 40분에 닫으며, 입장은 오후 6시까지만 받는다. 겨울에는 닫는 시간이 더 이르다.
해 질 무렵의 억새를 보려고 늦게 출발하면 입장 마감에 걸릴 수 있으니, 40분 코스를 감안해 시간을 잡는 편이 좋다. 분화구 일대는 중산간 지대라 해안보다 바람이 세고 기온도 낮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