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김치냉장고 아래 칸에서 꺼낸 김치로 찌개를 끓이면 시큼하기만 하고 깊은 맛이 나지 않는 날이 있다. 설탕을 넣어 신맛을 눌러 보지만 이번에는 국물이 달큼해져 시원한 맛이 사라진다.
이럴 때 된장을 반 숟가락 넣으라는 이야기가 요리하는 사람들 사이에 돈다. 실제로 국물이 달라지기는 하는데, 흔히 함께 붙는 설명은 자료를 찾아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치가 시어지는 동안 벌어지는 일
김치찌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김치의 신맛은 발효가 진행되면서 쌓이는 젖산에서 온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가장 맛있는 시기를 산도 0.6에서 0.8퍼센트, 유산균이 그램당 1억 마리 이상인 상태로 잡는데, 이 시기를 지나면 산에 강한 유산균이 우세해지면서 젖산이 계속 늘어난다. 처음의 시원한 탄산감이 사라지고 신맛만 남는 것이 이 단계다.
신맛이 강해지는 정도와 산도는 서로 붙어 다닌다. 국내 학회지 연구에서도 발효 온도를 달리해 재어 보니 산도가 오를수록 사람이 느끼는 신맛이 함께 세지는 것이 확인됐다.
그러니 찌개 냄비에 들어가는 김치는 이미 산이 많이 쌓여 있는 상태다. 국물을 손보는 일은 그 산을 어떻게 다루느냐에서 출발하게 된다.
된장이 신맛을 중화한다는 설명의 문제
김치찌개에 된장 풀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흔히 붙는 설명은 된장이 알칼리성이라 산을 중화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식품저장유통학회지에 실린 측정값을 보면 된장의 산도는 3.96에서 5.28 사이로, 된장 자체가 산성 식품이다. 알칼리가 산을 중화한다는 그림과는 사정이 다른 셈이다.
감칠맛이 신맛을 눌러 준다는 설명도 근거가 약하다. 감칠맛 연구를 정리한 논문은 기본 맛만 푼 물에서 글루탐산이 다른 맛을 키우지도 누르지도 않는다고 밝히고 있어서, 감칠맛 자체가 신맛을 지운다고 보기는 어렵다. 복합적인 음식에서는 다른 성분과 함께 작용해 전체 맛을 두툼하게 만드는 쪽이다.
그렇다고 된장을 넣는 일에 얻을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같은 학회지 자료에서 된장의 유리아미노산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글루탐산이었고 시판 제품에서 100그램당 2400밀리그램 안팎까지 나왔으므로, 국물에 감칠맛을 더하는 재료로는 근거가 분명하다.
설탕과 된장을 함께 쓰는 방법
김치찌개에 설탕 넣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신맛을 실제로 눌러 주는 쪽은 오히려 설탕이다. 중국과 덴마크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자당을 넣자 구연산과 주석산의 신맛 강도 평가가 뚜렷하게 낮아졌고, 다른 연구에서도 설탕을 넣으면 신맛을 알아채는 문턱 자체가 올라갔다. 신맛을 다루는 재료와 감칠맛을 채우는 재료가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그래서 두 가지 재료를 목적에 따라 나눠 쓰는 쪽이 낫다. 신맛이 지나치게 튄다면 설탕을 아주 조금 넣어 각을 죽이고, 국물이 얇게 느껴진다면 된장을 반 숟가락 풀어 감칠맛을 채우는 식이다.
넣는 양은 적게 시작할수록 되돌리기가 쉬워진다. 된장은 짠맛과 특유의 구수한 향이 함께 들어오므로 4인분 기준으로 반 숟가락에서 시작하고, 넣은 뒤에는 반드시 간을 보고 소금과 국간장을 줄여야 한다.
김치찌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넣는 시점은 국물이 끓기 시작한 뒤가 맞다. 찬물에 미리 풀어 두면 끓어오르는 동안 된장 덩어리가 그대로 떠다니므로, 국물이 끓은 다음 국자에 덜어 풀어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그래야 된장이 겉돌지 않고 국물에 녹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