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세대 포크가수 은희 씨가 2002년 매입했던 함평 폐교를 딸 김키미 씨 부부가 돌아와 직접 수리하며 살려내고 있습니다.
-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대신 꺼진 바닥을 합판으로 꿰매고 버려진 집기를 재활용해 세월의 흔적과 온기를 보존합니다.
- 부모의 노후와 천연염색 가업을 잇는 이들의 도전은 완성된 집이 아닌 끊임없이 가꾸는 삶의 터전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보여줍니다.

20년 전 1세대 포크 가수 은희 씨가 매입했던 전남 함평의 6천 평 폐교 부지가 딸 김키미 씨와 사위 이준협 씨 부부의 손길을 거쳐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연로해진 부모님이 거대한 공간을 감당하지 못해 방치될 위기에 처하자, 자녀 세대가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와 직접 건물을 보수하며 세대를 잇는 공간 심폐소생에 나선 것입니다.
20년 전 매입한 6천 평 폐교가 세대를 거쳐 보수되면서 새로운 보금자리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20년 된 폐교로 돌아온 자녀 세대, 손수 집을 고치다
1999년에 폐교된 혼불남초등학교는 2002년 가수 은희 씨 부부가 매입해 천연염색 작업실이자 보금자리로 꾸몄던 곳입니다. 하지만 무려 6천 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와 대형 본관 건물은 시간이 흐르며 부모님의 힘에 부치기 시작했고, 곳곳이 먼지와 세월의 흔적으로 덮여 갔습니다.
2년 전 이곳으로 들어온 딸 김키미 씨와 사위 이준협 씨는 죽어가던 공간을 되살리기 위해 직접 연장을 들었습니다. 전문 시공업체에 맡겨 완전히 깨끗하게 갈아엎는 방식 대신, 꺼진 교실 바닥에는 합판을 덧대어 꿰매고, 낡은 난로에 새 연통을 직접 잘라 연결하며 온기를 되찾아주었습니다.
기존의 흔적을 지우기보다 그 위에 세월의 역사를 덧입히며 가족의 손길로 정성스럽게 가꾼 소중한 보금자리입니다.
새 집을 짓는 대신 세월의 흔적을 꿰매는 이유
이들 부부가 선택한 수리 방식은 ‘지우는 리모델링’이 아니라 ‘새기는 보수’입니다. 오랜 세월이 깃든 교실 바닥과 골동품들은 깨지고 터져도 버리지 않고, 덧대고 고쳐 쓰면서 건물 자체의 역사와 이야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키높이에 맞춰 뚫려 있던 부엌 창문 위에는 딸의 팔높이에 맞춘 선반이 새로 올려졌습니다. 과거 삼복더위에 천연염색 작업을 마친 엄마가 열을 시키던 실내 수영장부터, 손님들로 북적이던 집에서 어린 딸이 홀로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작은 욕실까지, 공간마다 가족의 고유한 서사가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어머니가 일구던 천연 염색 터전은 자녀들이 이곳으로 돌아와 삶을 꾸려가는 새로운 동력이 되었습니다.
부모의 가업과 노후를 책임지기 위한 결단과 동력
부부가 잘 해오던 책방과 카페를 뒤로하고 이 거대한 폐교로 돌아온 결정적 이유는 부모님의 노후와 생계 때문이었습니다. 연로한 부모를 모시고 살기 위해서는 기존의 작은 수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에, 도망치듯 피했던 어머니의 천연염색 가업을 다시 이어받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특히 가장 관리가 어려웠던 본관 신축 건물은 부부의 노력 끝에 손님들을 맞이하는 카페 겸 전시 공간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먼지가 쌓여 버려져 있던 옛 공연용 오디오 스피커와 차 테이블을 고쳐 쓰며, 멈춰 있던 공간에 다시 사람의 온기와 소리를 채워 넣었습니다.
부모님이 일궈온 공간을 사람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간이었습니다.
완성이 아닌 끊임없이 돌보는 공간으로의 변화
학교 건물 특성상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뜨거운 단열의 한계가 존재하지만, 부부는 그 불편함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난로 옆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고, 계절의 변화를 정원 창가에서 바라보는 여유가 고단한 노동의 시간을 채워줍니다.
집을 단지 완성해놓고 누리는 결과물이 아니라, 매일 손끝으로 돌보고 가꿔나가는 과정 자체로 바라보는 주거 철학이 이 폐교 집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고되지만 끊임없이 다듬어가는 과정 속에서 공간과 사람이 함께 자라납니다.
집은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목적지가 아니라, 끊임없이 돌보고 가꾸며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지방 폐교와 노후 공간 재탄생이 던지는 화두
이번 함평 폐교의 대변신은 방치되는 지방의 수많은 폐교와 노후 공간이 어떻게 새로 쓰일 수 있는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단순히 상업적으로 개발하거나 완전히 새로 짓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 세대의 이동과 손수 해내는 노동의 가치가 결합할 때 공간이 진짜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부모 세대의 꿈이 담겼던 공간을 자식 세대가 고쳐 이어가는 이들의 삶은, 오늘도 완성을 향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온전히 품어내기 위해 지속되는 현재진행형입니다.
FAQ
폐교를 주거 공간이나 작업실로 개조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방대한 규모에 따른 단열과 난방 문제, 그리고 오래된 구조물의 보수 작업입니다. 방송 속 부부 역시 겨울철 추위와 여름철 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난로와 수영장을 활용하고, 벽지와 바닥을 부분적으로 직접 꿰매듯 보수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폐교 공간을 효율적으로 살려내는 셀프 개조 방식은 무엇인가요?
모든 것을 갈아엎기보다 세월의 흔적을 남기며 부분 보수하는 방식입니다. 깨진 자재나 낡은 바닥을 합판 등으로 덧대고, 낡은 스피커나 테이블 등 기존 집기를 직접 갈고닦아 카페 및 응접 공간으로 재활용했습니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 폐교로 들어가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요?
연로해진 부모님이 거대한 폐교 공간을 혼자 관리하기 힘들어진 현실과, 부모님의 천연염색 가업을 이어 생계를 도모하고 노후를 함께 모시기 위한 자녀 세대의 결단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