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넘긴 한옥이 60채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진짜 한옥마을 여행지


개평한옥마을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개평한옥마을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경남 함양 지곡면에는 기와지붕이 낮게 이어진 마을이 하나 있는데, 백 년을 넘긴 한옥이 예순 채 가까이 남아 있는 개평한옥마을이다. 관광지로 꾸며 놓은 곳이 아니라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 골목을 걷다 보면 담장 너머로 생활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을 이름부터가 이곳의 지형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개평이라는 말은 두 개의 하천 사이에 놓인 땅이라는 뜻이고, 실제로 마을을 끼고 개울 둘이 흘러 한자 개 자 모양을 이룬다.

이 마을이 이름을 얻은 것은 풍경 때문이 아니라 여기서 나고 자란 한 사람 때문인데, 그 이름을 모르고 골목을 걸으면 그냥 오래된 한옥촌으로만 남는다.

두 개울 사이라서 개평

개평한옥마을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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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하동정씨를 중심으로 풍천노씨와 초계정씨가 함께 터를 잡아 왔고, 오백 년 가까이 같은 성씨들이 대를 이어 살아온 집성촌이다. 함양이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리며 선비의 고장으로 꼽힌 바탕에 이 마을이 있다.

골목은 폭이 좁고 담장이 높지 않아, 걷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마당과 지붕이 그대로 들어온다. 담장은 흙과 기와를 켜켜이 쌓아 올린 옛 방식 그대로다.

여름이면 이 담장을 따라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올리는데, 회색 기와와 흙담 사이로 붉은색이 끼어드는 계절이라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도 이때가 가장 많다.

개평한옥마을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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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에는 술도가가 하나 있어 솔송주라는 이름의 술을 빚고 있다. 하동정씨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온 가양주로 솔잎과 송순을 넣어 담그는데, 문화관을 겸하고 있어 빚는 과정을 볼 수도 있다.

집집마다 대문 형태와 마당 구조가 조금씩 달라, 한 채만 보고 나오기보다 골목을 따라 여러 채를 지나쳐 보는 편이 이 마을을 이해하기에 낫다.

정려 편액 다섯이 걸린 솟을대문

개평한옥마을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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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집이 일두고택이다. 조선 전기의 학자 일두 정여창의 후손들이 지켜 온 집으로, 솟을대문부터 다른 집과 격이 다르다.

대문 위쪽에는 편액이 여러 장 나란히 걸려 있는데, 나라에서 충신과 효자에게 내린 정려를 새긴 것들이다. 한 집안에서 이만한 수의 정려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집의 내력을 말해 준다.

다만 이 집을 정여창이 살던 집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가 세상을 뜨고 칠십 년쯤 지난 선조 무렵에 지어졌다. 안채는 삼백 년 전쯤 다시 세웠고 사랑채는 구한말에 올린 것이라, 한 집 안에 여러 시대가 겹쳐 있다.

개평한옥마을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개평한옥마을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사랑채는 기역 자로 꺾이며 누마루를 달아 두어 마당과 담장 너머까지 시선이 뻗고, 안채는 일자로 길게 앉아 살림 공간을 넓게 잡았다. 별당과 아래채, 광채, 사당까지 갖춘 구조라 조선 사대부 집의 짜임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정여창은 1450년에 태어나 1504년에 세상을 떠난 학자로, 김종직의 문하에서 공부했고 성리학을 파고들어 조선 오현의 한 사람으로 문묘에 모셔졌다. 무오사화로 유배되었다가 갑자사화 때 이미 죽은 몸으로 다시 화를 입었다.

그의 호인 일두는 한 마리 좀벌레라는 뜻인데, 자신을 그렇게 낮춰 부른 사람의 집이 지금 마을에서 가장 큰 집으로 남아 있는 것이 묘한 대목이다.

개평한옥마을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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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 마당에는 돌을 쌓아 산 모양을 낸 작은 정원이 있어, 사랑채 누마루에 앉으면 그 너머로 마을 지붕이 층층이 겹쳐 보인다.

함양에서 하루를 잡는다면 개평마을에서 시작해 읍내의 상림 숲으로 넘어가는 순서가 자연스러운데, 신라 때 최치원이 물길을 돌리며 조성했다는 숲이라 이 마을과는 또 다른 시간대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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