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이 떨어져서 더 빛이 납니다" 1,500그루 나무와 바다를 품은 사찰 여행지


백련사_강진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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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 도암면 만덕산 중턱에 앉은 백련사는 절집 자체보다 절을 감싼 숲으로 더 알려진 곳인데, 일주문을 지나 오르는 길 양쪽이 통째로 동백나무 숲이다. 1962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숲으로, 어른 키의 서너 배까지 자란 나무가 1,500그루 넘게 모여 있다.

동백을 보러 간다는 말에 여름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 텐데, 실제로 이 숲의 꽃은 2월과 3월에 피고 진다. 그렇다면 한여름 백련사는 볼 것이 없느냐 하면 그렇지가 않아서, 오히려 이 계절에만 제 몫을 하는 것들이 따로 있다.

바닷가 절이라는 점, 고려 때 이곳에서 시작된 결사, 그리고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산초당과 이어지는 숲길이 여름 백련사를 채우는 세 가지다.

잎만 남은 1,500그루가 만드는 한여름 숲

백련사_강진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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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는 잎이 두껍고 반들거려 볕을 그대로 튕겨 내는데, 이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면 한낮에도 숲 안쪽이 어둑해지니 꽃이 없는 계절에 이 숲이 사람을 붙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길바닥에는 지난봄에 떨어진 동백 열매가 뒹굴고, 굵은 줄기는 겉껍질이 벗겨져 매끈한 살을 드러내고 있어 꽃이 있을 때와는 아주 다른 얼굴이 된다.

숲을 지나 절 마당에 올라서면 만경루가 앞을 막아선다. 이층으로 올린 큰 누각인데, 이름 그대로 만 가지 경치를 본다는 뜻이라 여기서 시선을 돌리면 강진만 바다가 통째로 들어온다.

백련사_강진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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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 절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구도는 흔치 않아서, 이 자리 하나 때문에 백련사를 다시 찾는 사람도 있다. 물이 들고 나는 때에 따라 갯벌이 드러나기도 하고 잠기기도 해 같은 자리에서 본 풍경이 매번 달라진다.

대웅보전은 정면과 측면이 각각 세 칸인 팔작지붕 건물로, 마당이 넓지 않아 누각과 법당과 바다가 한눈에 겹쳐 보인다. 좁은 마당이 오히려 득이 된 셈이다.

절 뒤편 비탈에는 사람이 심지 않은 야생 차나무가 자라고 있어, 강진이 예부터 차로 이름난 고장이 된 데에는 이 만덕산 자락이 한몫을 했다.

여름에는 마당가의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올려 색을 더하는데, 백일홍이라는 딴 이름이 붙을 만큼 꽃이 오래 가서 7월에 시작해 9월까지 이어진다.

여덟 명의 국사를 낸 절과 정약용의 길

백련사_강진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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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가 문을 연 것은 839년, 신라 문성왕 때 무염국사가 세웠다고 전한다. 이름이 크게 알려진 것은 그로부터 사백 년 가까이 지난 고려 희종 때인데, 원묘국사 요세가 절을 크게 고쳐 짓고 이곳에서 결사를 열면서부터다.

수행자들이 모여 실천을 앞세우자는 이 모임을 백련결사라 불렀고, 절 이름도 여기서 굳어졌다. 순천 송광사를 중심으로 한 수선사와 나란히 놓이며 고려 불교의 두 축을 이루었다.

이후 백이십 년 동안 이 절에서 여덟 명의 국사가 나왔는데, 나라의 스승 자리를 한 절이 그만큼 연달아 냈다는 것은 당시 백련사가 차지하던 무게를 그대로 보여 준다. 지금의 조용한 산중 풍경만 보고는 짐작하기 어려운 내력이다.

조선에 들어와서는 한동안 비었다가 세종 때 효령대군의 후원으로 주지 행호가 다시 일으켜 세웠고, 효종 때 또 한 차례 손을 봤다.

백련사_강진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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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이야기만큼 자주 입에 오르는 것이 정약용이다. 신유사옥으로 강진에 유배된 정약용은 산 아래 다산초당에 머물며 책을 썼고, 백련사의 혜장선사와 가까이 지내면서 이 산길을 자주 넘나들었다.

지금도 다산초당과 백련사 사이에는 그때의 숲길이 남아 있어 한 시간 남짓이면 반대편에 닿는다. 오르막이 가파르지 않고 중간에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자리가 있어, 두 곳을 따로 보는 것보다 이어서 걷는 편이 훨씬 낫다.

강진에 왔다면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 강진만 갯벌을 함께 보거나, 다산초당 쪽에서 하루를 시작해 백련사에서 마무리하는 순서로 동선을 짜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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