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저수지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경남 창원 동읍에 있는 주남저수지는 겨울 철새로 이름을 얻은 곳이라, 여름에 간다고 하면 지금 뭐 볼 게 있느냐는 말부터 듣게 된다. 그런데 새가 빠져나간 이 계절에 물 위를 채우는 것이 따로 있으니 연잎과 연꽃이다.
물가를 따라 이어진 탐방로를 걸으면 사람 허리께까지 올라온 연잎이 시야 끝까지 깔려 있고, 그 사이로 붉은 홍련과 흰 백련이 섞여 올라온다. 물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잎이 빽빽해지는 것이 7월 말부터인데, 8월로 넘어가면 꽃과 잎이 함께 가장 왕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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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하나로 뭉뚱그려 부르지만 주남저수지는 사실 세 개의 저수지가 붙어 있는 물이고, 그 안에서 겨울과 여름이 전혀 다른 얼굴을 내놓는다는 점이 이곳을 여러 번 찾게 만드는 이유다.
늪이라 불리던 시절의 세 물길
주남저수지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주남저수지라는 이름이 굳은 것은 197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고, 그전까지는 이 일대에 딱 떨어지는 공식 이름이 없었다. 사람들은 물이 고인 자리를 따라 산남늪, 용산늪, 가월늪이라고 나누어 불렀다.
지금도 물은 셋으로 나뉘어 있어서 위쪽의 산남저수지가 75만㎡, 가운데 주남저수지가 285만㎡, 아래쪽 동판저수지가 242만㎡를 차지한다. 셋을 합치면 600만㎡가 넘으니, 흔히 말하는 주남저수지는 이 가운데 한 덩어리를 가리키는 셈이다.
낙동강이 굽이치며 남겨 놓은 배후 습지가 바탕이 되고 그 위에 사람이 제방을 쌓아 물을 가둔 것이 지금의 모습인데, 1920년대 지도에도 이 일대에 둑을 올린 기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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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이 가장 넓게 퍼진 쪽은 아래쪽 동판저수지 방면인데, 차를 세워 둔 곳에서 물가로 몇 걸음 내려서면 바로 연잎 밭이 시작되므로 멀리 걸어 들어갈 일이 없다.
연꽃 사이에 섞여 있는 가시연꽃을 알아보면 걸음이 한 번 멈춘다. 잎 앞뒤로 온통 가시가 돋아 있고 지름이 사람 몸통만 하게 벌어지는데, 꽃은 그 두꺼운 잎을 뚫고 보랏빛으로 올라온다.
가시연꽃은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돼 있어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꽃이 아니고, 개화도 연꽃보다 늦어 8월과 9월에 집중된다.
물 위에는 이 밖에도 줄과 생이가래, 물억새가 자리를 나눠 갖고 있어 물풀 종류만 훑어도 습지 한 곳이 얼마나 여러 겹으로 짜여 있는지 보인다.
재두루미가 비운 자리에 뜬 연잎
주남저수지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겨울이 되면 이 물은 완전히 다른 곳이 되어, 150종이 넘는 새가 찾아들고 하루 평균 1만에서 2만 마리가 물 위에 내려앉는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철새 도래지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그중에서도 재두루미와 큰고니, 가창오리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탐조객이 겨울마다 이 저수지로 몰려드는 이유가 된다.
주남저수지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여름에 이 새들은 모두 북쪽 번식지에 올라가 있다. 대신 백로와 왜가리가 연잎 사이에 목을 빼고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흰 새와 초록 잎이 겹치는 장면은 겨울에는 나오지 않는 그림이다.
새를 좀 더 알고 보고 싶다면 물가에 선 람사르문화관에 들를 만하다. 습지 보전을 다루는 국제 협약의 이름을 딴 전시관인데, 이 일대가 국가생태관광지로 지정되면서 함께 자리를 잡았다.
주남저수지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저수지 남쪽 끝으로 내려가면 주남돌다리라는 옛 다리가 하나 놓여 있다. 동읍과 대산면 사이의 하천을 건너다니던 다리로, 넓적한 돌을 걸쳐 만든 생김새 때문에 지금도 마을에서는 새다리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여름 오후 늦게 물가에 서면 연잎 위로 해가 낮게 깔리는데, 이때가 하루 중 연꽃 색이 가장 진하게 보이는 시간이다. 같은 자리를 겨울에 다시 찾으면 잎이 사라진 물 위로 새가 앉아 있어, 두 계절을 다 봐야 이 저수지를 봤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