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_banner
  • 삼국 시대부터 이어진 전통 품바는 현재 협회 기준 전국 약 150명의 예인이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 트로트 방송 열풍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이들은 맨땅에 무대를 세우고 엿을 팔며 관객과 호흡합니다.
  •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지역 소외 계층의 한과 외로움을 달래는 마지막 광대들의 노동 가치에 주목할 때입니다.

화려한 축제장 한편, 요란한 꽹과리 소리와 함께 험상궂은 거지 분장을 한 이들이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장터를 돌며 노래하고 춤추며 물건을 파는 '각설이(품바)'는 삼국 시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 고유의 민중 예술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품바협회에 등록되어 현역으로 활동하는 각설이는 전국에 단 150여 명에 불과합니다. 거지 취급을 받는 편견과 고단한 생계 속에서도 이들이 분장을 지우지 않고 마당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 지금 장터에서 벌어지는 일: 팁 문화와 현장 결제의 변화

최근 지역 축제장의 각설이 무대는 과거와 사뭇 다른 풍경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무대로 다가와 가슴팍에 5만 원권 지폐를 꽂아주는가 하면, 계좌이체나 카드 결제로 엿과 누룽지를 사 가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역광을 받아 어두운 실루엣으로 보이는 나뭇잎들 사이로 밝은 햇살이 비치고 있으며 화면 상단에 로고가 삽입된 영상 프레임입니다.

화려한 장터의 소란함 뒤에는 각설이들이 마당을 지키며 묵묵히 견뎌온 고단한 세월의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흥겨움 이면에는 냉혹한 현실이 자리합니다. 대형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으로 대중의 관심과 행사 예산이 유명 가수들에게 집중되면서, 장터 품바 무대를 찾는 발길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설 자리가 좁아진 상황에서도 각설이들은 1시간 반이 넘는 긴 공연 시간 동안 온몸을 던져 관객의 흥을 돋우고 있습니다.

2. 왜 지금 각설이 무대의 존재를 되돌아봐야 하는가

품바는 단순한 길거리 만담이나 구걸이 아닌 노래와 춤, 타악 연주와 극 연기까지 두루 섭렵해야 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예술입니다. 특히 각설이들이 찾아가는 곳은 문화적 혜택에서 소외되기 쉬운 지방 소도시와 시골 장터입니다.


공연장 천막 기둥에 올라가 현수막을 고정하고 있는 사람과 아래에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모습

허허벌판에 무대를 직접 설치하며 공연을 준비하는 각설이들의 땀방울이 담겨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복지관에서 무표정하게 하루를 보내던 지역 어르신들이 각설이의 거친 농담과 신명 나는 가락 앞에서는 아이처럼 활짝 웃고 눈물을 훔칩니다. 서울과 대도시 중심의 문화 소비 구조 속에서, 소외된 노인 세대의 애환을 현장에서 직접 보듬어주는 정서적 안전판 역할을 각설이들이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3. 맨땅에서 꽃피우는 신명, 그 무대를 움직이는 구조

각설이 무대는 기획사나 스태프의 도움 없이 공연자들의 순수한 육체노동으로 세워집니다. 흙먼지 날리는 허허벌판에 거대한 트럭을 대고, 무대 철골부터 관객용 플라스틱 의자 하나까지 손수 나르고 조립해야 비로소 한 판의 마당이 완성됩니다.


한 여성이 야외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거나 말하며 노란색 바구니를 들고 관객석을 향해 걷고 있다.

공연을 마친 뒤 관객들에게 다가가 엿과 같은 물건을 직접 판매하며 현장과 소통하는 모습입니다.


공연의 경제적 자립 구조 역시 독특합니다. 정해진 출연료(페이)만으로 생활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연 중간중간 엿이나 젤리를 파는 행위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엿을 파는 것까지가 하나의 공연'이라 말하는 이들은, 관객에게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웃음을 선사하는 대신 삶을 영위할 최소한의 대가를 얻습니다.

4. 편견을 딛고 무대에 서는 광대들과 이들이 마주한 현실

무대 위에서는 거침없이 호통을 치고 웃음을 터뜨리지만, 분장실 뒤편의 광대들은 깊은 그늘을 안고 살아갑니다. 가족에게조차 십수 년간 직업을 숨겨야 했을 만큼 '거지 행세로 돈을 번다'는 사회적 낙인과 손가락질은 여전히 이들에게 무거운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장터 무대 위에서 각설이 의상을 입은 두 명의 공연자가 관객으로부터 팁을 받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어르신들에게는 잊지 못할 활력을, 품바들에게는 삶의 무대가 되어주는 장터 공연 현장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무대를 떠나지 못하는 까닭은 관객과의 깊은 교감 때문입니다. 가난했던 보릿고개를 함께 견뎌낸 부모 세대의 슬픔을 노래로 달래고, 관객이 건네는 박수와 웃음 속에서 살아갈 의미를 찾습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바닥까지 자신을 낮춘 자리에서 비로소 진정한 위로와 행복이 피어난다고 입을 모읍니다.

5. 전통의 소멸을 막기 위해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

스스로를 '이 시대의 마지막 광대'라 부르는 각설이들의 평균 연령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신규 유입은 극히 드문 실정입니다. 이들의 무대가 단순히 장터의 볼거리로 소모되다 사라지지 않으려면 제도적·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화려한 무대 조명 아래 핑크색 블라우스와 반짝이는 원피스를 입은 여성 공연자가 손에 지폐를 든 채 춤추고 있고, 뒤편에는 드럼과 악기들이 배치된 품바 공연 무대 모습.

관객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건네며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공연자의 진심은 오늘도 무대 위에서 꽃을 피웁니다.


각설이 공연을 비주류의 저급한 문화로 치부하기보다, 민중의 삶과 한을 담아내는 소중한 무형의 전통 연희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길을 지나다 우연히 품바의 장단을 마주친다면, 10분이라도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구슬땀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는 것이 이 시대 마지막 광대들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FAQ

각설이와 품바는 역사적으로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나요?

품바는 삼국 시대부터 장터를 돌며 노래와 재담으로 흥을 돋우고 물건을 팔던 민중 문화에서 출발했습니다. 전남 무안 천사촌 등 역사적 발상지를 중심으로, 가난한 이들의 애환을 나누고 부자의 것을 덜어 약자를 돕던 광대 문화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

각설이 공연 중에 엿이나 간식거리를 파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반 대중가수와 달리 각설이 공연은 고정된 출연료만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엿이나 누룽지 등을 파는 행위는 무대를 유지하고 생계를 잇기 위한 필수 과정이며, 관객과 눈을 맞추고 소통하는 공연의 한 갈래로 취급됩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전문 품바 예술인은 얼마나 되나요?

품바협회 등록 기준 전국에 약 150여 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체적인 고단함과 대중적 편견, 수입의 불안정 등으로 인해 신규 전수자가 줄어들며 점차 수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원본 영상 보기

# PD로그
# 각설이
# 광대
# 어르신문화
# 장터공연
# 전통문화
# 지역사회
# 축제
# 품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