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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동안 을지로 공구골목 노동자들의 끼니를 책임져온 7천 원 노포 백반집이 재개발과 인력난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고된 노동과 무료 쟁반 배달은 상인들과 끈끈한 유대감 및 의리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 골목 상권의 물리적 해체 속에서도 마지막 한 사람이 떠날 때까지 밥상을 차려내겠다는 다짐은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구수한 된장찌개와 정갈하게 차려진 대여섯 가지 반찬, 그리고 갓 지어 윤기가 흐르는 쌀밥.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편이 든든해지는 소울 푸드 백반이 도심 한복판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을지로와 청계천 골목 한구석에서 50년 동안 7천 원이라는 정직한 가격과 배달비 0원을 지켜온 노포 백반집 역시 이제 아쉬운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중심지에서 묵묵히 땀 흘려온 이들의 하루를 지탱해주던 밥상이 왜 위기에 놓이게 되었을까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50년 골목 밥상의 위기와 현실

서울 도심 한복판, 좁은 미로처럼 얽힌 을지로 공업사 골목에는 아침 7시 30분부터 분주하게 불을 밝히는 작은 식당이 있습니다. 전대 사장님부터 이어받아 약 50년의 세월 동안 골목의 점심을 책임져온 이곳은 주방 베테랑, 홀 서빙 베테랑, 배달 베테랑 3인방의 호흡으로 운영되는 곳입니다. 하루 70~80인분의 찌개와 반찬을 매일 손수 만들고, 머리 위에 커다란 은쟁반을 인 채 인근 공구상가와 작업장으로 밥상을 직접 배달합니다.


줄무늬 상의를 입은 한 사람이 나무 문을 열고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담긴 영상 캡처 화면입니다.

반세기 동안 골목 일꾼들의 허기를 달래준 든든한 백반 한 상이 오늘도 정겨운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이토록 정겨운 풍경 뒤편으로 골목의 백반집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던 배달 백반집들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제는 손에 꼽힐 정도의 식당만이 좁은 골목을 누비며 식사를 배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왜 지금 백반집의 소멸이 주목받는가

백반집의 감소는 단순한 외식 메뉴의 변화를 넘어, 도심 제조업 생태계와 골목 공동체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최근 플랫폼 중심의 외식 시장에서는 배달비 인상과 단품 위주의 소비가 보편화되었지만, 이곳은 여전히 배달비 0원에 7천 원 백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검은색 폴로 셔츠를 입은 중년 남성이 식당 내부에서 웃으며 말하고 있는 인터뷰 장면.

20년 넘게 이 식당을 찾아온 단골손님에게서 노포가 골목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단골손님들은 20년, 길게는 40년 넘게 이곳의 밥을 먹으며 청춘을 바쳐 일터를 일궈왔습니다. 매일 메뉴를 고민할 필요 없이 시간에 맞춰 따뜻한 국과 밥을 배달해주는 백반집은, 자리를 비우기 힘든 1인 사업장과 공구상 기술자들에게 단순한 식당 이상의 생존 기반이었습니다. 이러한 생활 밀착형 식당의 소멸은 골목을 지탱해온 관계망의 약화를 뜻합니다.

무엇이 백반집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가

백반집이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은 낮은 마진과 극심한 노동 강도, 그리고 도심 재개발이라는 복합적인 요인에 있습니다. 주방에서는 매일 아침 생선을 굽고 나물을 무치며 대용량의 찌개를 끓여내야 하고, 하루 14~15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이 이어집니다. 반찬 가짓수가 많고 손이 많이 가지만 가격을 높게 책정하기 어려워 청년 세대의 유입이 거의 끊긴 상황입니다.


앞치마를 두른 젊은 여성과 뒤따르는 중년 여성이 좁은 계단을 오르며, 젊은 여성은 머리에 큰 은쟁반을 이고 있다.

매일 아침 골목 구석구석으로 정성이 담긴 밥상을 직접 배달하는 이들의 땀방울이 지난 50년의 시간을 지탱해 왔습니다.


여기에 을지로 일대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물리적인 터전마저 사라지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공구상과 금속 대리점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식당 건물 또한 철거 대상에 포함되면서, 더 이상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한계에 도달한 것입니다.

현장에서 마주한 사람들과 변화하는 일터

골목의 백반집을 이용하는 이들은 10대 시절 상경해 평생 펌프와 비철금속을 만져온 숙련 기술자들부터, 10년 차를 맞이하며 묵묵히 기술을 배우고 있는 청년 노동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땀 흘려 일하는 이들에게 탄수화물과 따뜻한 국물은 고단한 하루를 버텨낼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위로였습니다.


푸른색 셔츠를 입은 중년 남성이 실내 사무 공간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으로, 화면 상단과 하단에는 자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44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한 일터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젖은 눈으로 담담히 마음을 전합니다.


44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근무하며 입사 날짜까지 또렷이 기억하는 단골손님은 재개발로 인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별을 맞이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식당 사장님과 배달 베테랑 역시 다리와 허리의 통증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텨왔지만, 이웃들이 떠나가는 골목에서 더 이상 혼자 남을 수는 없는 처지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

을지로의 백반집은 재개발로 골목이 완전히 철거되기 전까지, 남아 있는 이웃들의 점심을 책임지기 위해 끝까지 문을 열어둘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은쟁반을 머리에 이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렸던 25년 배달의 여정 또한 그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을지로의 좁고 오래된 골목길에 나뭇잎이 걸쳐져 있고, 상점들의 차양과 흐릿한 간판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

수많은 이들의 땀과 애정이 서린 이 골목도 이제는 재개발로 인해 기억 속으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발전과 정비 속에서 낡은 공간이 현대적인 빌딩으로 바뀌어 가더라도, 그 안에서 수십 년간 서로의 끼니를 챙겨주며 정을 나누었던 공동체의 가치와 정직한 땀방울의 기억은 결코 쉽게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FAQ

을지로 노포 백반집이 배달비를 받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십 년 동안 한 골목에서 함께 일해온 공구상과 공업사 이웃들에 대한 의리와 정으로 별도의 배달료 없이 식사를 전달해왔기 때문입니다.

백반집의 노동 강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매일 바뀌는 다양한 밑반찬과 국, 생선구이 등을 아침 7시 30분부터 준비하며, 하루 14~15시간 동안 조리와 서빙, 직접 쟁반 배달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을지로 백반집이 문을 닫게 되는 주된 원인은 무엇인가요?

일대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식당과 단골 공구상가들이 이전·철거되는 환경 변화와 더불어, 고된 노동에 비해 낮은 수익성으로 대를 이을 인력이 부족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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