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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은갈치 가격은 과거 대비 반토막이 난 반면 고유가로 인한 출항 경비 부담은 사상 최고치에 달해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 해광호 선원들은 영하 45도의 급냉실과 4m의 거친 파도를 넘나들며, 일일이 낚싯바늘을 꿰는 연승 조업으로 하루 20시간 넘는 가혹한 노동을 소화합니다.
  • 만선의 기쁨도 잠시, 치솟은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귀항하자마자 가족과의 짧은 만남도 미룬 채 다시 바다로 떠나야 하는 구조적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제주 청정 바다에서 잡아 올린 은빛 갈치 한 마리. 우리 식탁 위에서는 그저 맛 좋은 별미일 뿐이지만, 그 이면에는 소리 없는 경제적 위기와 어민들의 눈물겨운 사투가 숨겨져 있습니다. 최근 치솟는 고유가와 수입산 급증으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갈치 단가 속에서, 어민들은 무너지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하루 무려 20시간이 넘는 가혹한 노동을 온몸으로 버텨내고 있습니다.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다시 거친 바다로 향해야 하는 제주 갈치잡이 배 해광호의 6박 7일간의 기록을 통해, 오늘날 바다가 직면한 묵직한 현실과 한줄기 희망을 깊이 들여다봅니다.

고유가와 반토막 난 어가, 바다 위에서 일어난 차가운 경제적 변화

과거 제주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은갈치 조업 전선에 붉은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입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최고 상품 기준으로 10kg당 무려 50만 원 선을 호가하던 갈치 단가는 수입산 수산물의 범람과 맞물려 절반 이하인 20만 원 안팎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시장 가치는 하락하는데, 배를 띄우기 위해 필수적인 유류비는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폭등하고 있습니다.

출항을 하면 할수록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기이한 경제 구조 속에서, 선장과 선원들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습니다. 예전보다 배 이상으로 고기를 낚아 올려야만 겨우 기름값과 필수 경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직한 땀방울이 온전한 결실로 이어지기 어려운 차가운 현실 속에서, 어민들은 바다라는 거대한 전쟁터로 매일 아침 다시 몸을 던집니다.

은갈치의 본고장 제주, 왜 51km의 긴 낚싯줄을 던질까요?

그렇다면 제주 갈치가 그토록 특별한 대접을 받는 비결은 대체 무엇일까요? 바로 갈치의 화려한 은빛 자태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선택한 유서 깊은 조업 방식, '연승어업(주낙)' 덕분입니다. 그물을 사용해 긁어모으는 방식과 달리, 연승어업은 긴 원줄에 수많은 가지줄과 낚싯바늘을 매달아 갈치를 한 마리씩 정성스레 낚아 올리는 방식입니다.

한 번 조업을 위해 바다에 길게 늘어뜨리는 어장의 길이만 무려 51km에 달합니다. 선원들은 냉동 꽁치 미끼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썰어 바늘 하나하나에 꿰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갑니다. 투망 도중 얇고 미세한 낚싯줄이 엉키는 것을 막기 위해 줄통 사이에 바둑알을 끼워 넣는 선원들의 지혜로운 삶의 숨결도 엿볼 수 있습니다.


선상에서 세 명의 선원이 대형 통 주변에서 낚싯줄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거대한 낚싯줄이 엉키지 않도록 세심하고 분주한 손길로 투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업의 규모가 워낙대단하다 보니 투망을 마치는 데만 꼬박 서너 시간이 소요됩니다. 바늘 끝에 상처 없이 올라온 대갈치들은 그야말로 자수정처럼 눈부시게 빛납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이빨과 바늘에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는 위험을 무릅쓰고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연두색 작업복을 입고 흰 장갑을 낀 어부가 낚싯줄을 준비하고 있으며 왼쪽 하단에 연승어업에 대한 설명 자막이 붙어 있는 화면

긴 줄에 수많은 낚싯바늘을 달아 갈치를 잡는 연승어업은 선원들의 고된 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4m의 거친 파도보다 무서운 치솟는 기름값과 생계의 무게

출항 이틀째, 예보에 없던 짙은 안개와 함께 4m가 넘는 파고를 동반한 풍랑주의보가 바다를 덮칩니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암흑 속에서 레이더조차 없는 소형 어선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선장은 며칠 밤낮을 조타실에서 뜬눈으로 지새웁니다. 설상가상으로 거친 풍랑에 공들여 던져놓은 51km의 어장이 끊어지는 비상사태까지 발생하고 맙니다.

날씨가 나빠지면 조업 효율이 극도로 떨어지고 양망 시간은 배로 늘어납니다. 평소보다 작업 속도가 더뎌지면서 선원들의 체력은 한계에 다다르고, 비바람을 뚫고 올라오는 갈치의 양마저 터무니없이 적을 때면 선원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이토록 험난한 자연재해와 조업 실패의 두려움 속에서도 선원들이 묵묵히 버텨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직 하나, 고향에서 그들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세 시간의 쪽잠, 구슬땀으로 일궈내는 정직한 수확

갈치잡이 배의 시계는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새벽 1시에 일어나 투망을 시작하고, 낮에는 끊임없이 양망과 선도 유지를 위한 얼음 적재 작업을 반복합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내일 쓸 미끼를 해동하고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는데, 겨우 주어지는 수면 시간은 하루 고작 3~4시간에 불과합니다. 깊은 잠에 빠져 행여 조업 시간을 놓칠까 걱정되어 선원들은 숙소가 아닌 차가운 철제 바닥에 온몸을 구겨 넣은 채 조각잠을 청합니다.


배 위에서 작업복을 입은 선원들이 낚싯바늘에 미끼를 꿰며 조업 준비를 하고 있으며 뒤쪽으로는 줄이 감긴 통들이 쌓여 있다.

하루 서너 시간의 쪽잠으로 버티며 미끼를 꿰고 낚싯줄을 정리하는 선원들의 고된 일상이 이어집니다.


서로를 보듬는 뱃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없다면 이 고단한 일상을 버텨내기란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가파른 흔들림 속에서 갓 잡아 올려 노릇하게 구워낸 은갈치 구이와 새콤새콤한 갈치회무침은 지친 선원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유일한 위안이자 최고의 별미입니다.


어두운 조타실 안에서 한 남성이 창밖 바다를 긴장된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다.

거친 파도와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선장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 채 긴장된 시간을 보냅니다.


출항 5일 차, 마침내 하늘이 열리고 은빛 만선의 기쁨이 찾아옵니다. 조금이라도 더 신선한 상태로 경매에 넘겨 제값을 받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에서 육지로 귀항하는 다른 선단선에 무려 2,800kg의 갈치 상자를 빠르게 이적하는 고난도의 해상 작업을 무사히 마칩니다.


어선 갑판 위에서 노란색 긴팔 상의를 입은 선원이 얼음이 채워진 갈치 상자를 옮기고 있다.

거친 바다 위에서 며칠간 사투를 벌이며 일궈낸 결실이 소중하게 하역된다.


배 안에서는 기계 고장도 직접 고쳐내야 하는 전천후 기술자가 되어야 하기에, 기관장의 가판 위 용접 작업 도중 예기치 못한 부상도 가끔 발생하지만 그들은 쉴 틈 없이 다시 움직입니다.


배 위에서 작업복을 입은 한 남성이 허리를 숙이고 자신의 발을 살피는 모습이 담긴 화면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조업 현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부상도 부지기수로 일어납니다.


우리가 식탁 위에서 기억해야 할 정성 어린 가치

6박 7일간의 폭풍우를 견뎌내고 마침내 해광호가 서귀포항에 닻을 내렸을 때, 선원들의 표정에는 안도감보다는 짙은 그늘이 먼저 드리웁니다. 모처럼 만난 아내와 가족의 품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싶었지만, 이번 조업에서 올린 수익이 천정부지로 솟구친 경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는 선장의 결단에 따라, 선원들은 가족과의 소박한 만남도 뒤로한 채 하루 평균 20시간 노동의 굴레로 되돌아가기 위해 또다시 한 달짜리 장기 출항 길에 오릅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밥상 위의 빛나는 갈치 한 토막에는 이처럼 자연의 변덕에 당당히 맞선 이들의 거친 손길과, 가난할지언정 평생을 성실하게 어업에 몸담아 온 어민들의 숭고한 인생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비록 현실의 바다는 차갑고 혹독할지라도, 정직한 땀방울이 만들어내는 만선의 희망이야말로 이들이 오늘도 힘차게 노를 젓게 만드는 위대한 원동력입니다.


FAQ

제주산 은갈치 가격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 원인은 무엇인가요?

수입 수산물의 증가와 국내 소비 유통 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해 국내산 갈치의 단가가 과거 최고가의 절반 수준인 10kg당 20만 원 선으로 급락했습니다. 반면 고유가로 인해 어선 출항 경비는 크게 치솟아 어민들의 수익성이 매우 악화된 상황입니다.

연승어업(주낙) 방식이란 무엇이며, 왜 이 방식을 사용하나요?

연승어업은 약 51km에 달하는 아주 긴 낚싯줄에 수많은 가지줄과 바늘을 매달아 갈치를 한 마리씩 낚아 올리는 전통 조업 방식입니다. 그물 조업과 달리 갈치의 몸체와 은빛 비늘에 상처가 나지 않아 신선도와 상품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수작업의 고단함을 무릅쓰고 고집하고 있습니다.

갈치는 잡은 후 어떻게 신선도를 유지하고 보관하나요?

신선도가 생명인 생갈치는 섭씨 0도 안팎의 냉장실에서 머리와 배 쪽의 연한 부분에 얼음을 촘촘히 덮어 선도를 유지합니다. 크기가 작아 가치가 다소 떨어지는 잔갈치들은 영하 45도 이하의 급냉참고로 이동시켜 급속 동결 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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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폭등과 반토막 난 갈치값, 제주 갈치잡이 배가 쉴 수 없는 이유 - 이글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