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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산에만 의존해 한 점에 3천 원을 호가하던 민물의 제왕 쏘가리가 강원도 인제에서 드디어 양식에 성공했습니다.
  • 살아있는 먹이만 먹는 까다로운 야생성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잉어를 번식시켜 먹이고, 장어 사료를 잉어 치어 모양으로 빚어 먹이는 정성을 쏟았습니다.
  • 크기별 선별 작업과 극심한 스트레스 관리를 거쳐 탄생한 양식 쏘가리는 향후 대중적인 보양식으로 식탁에 오를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강원도 인제의 깊은 골짜기, 이곳에 민물의 제왕이라 불리는 귀한 손님이 살고 있습니다. 쫄깃하고 담백한 맛으로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이라 손꼽히는 쏘가리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워낙 예민하고 야생성이 강해 그동안은 오직 자연산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이 쏘가리를, 수많은 실패 끝에 마침내 양식하는 데 성공한 이들이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정성이 숨어 있기에 이 불가능한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을까요?

1. 자연산에만 의존하던 '민물의 제왕', 드디어 양식의 문을 열다

그동안 우리가 쏘가리 매운탕이나 회를 맛보려면 부르는 게 값인 '시가'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민물고기 중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쏘가리는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데다 그 개체 수가 적어 낚시꾼들 사이에서도 그야말로 '꿈의 물고기'로 통하죠. 자연산에만 의존하다 보니 공급이 늘 부족했고, 가격은 치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강원도 인제의 한 양식장에서 약 2만 5천 마리의 쏘가리 치어를 성공적으로 길러내며 수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쏘가리 양식은 수많은 전문가가 혀를 내두르며 포기했던 분야이기에, 이번 성공은 민물 수산물 시장의 판도를 바꿀 엄청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한 점에 3천 원, 왜 이토록 귀한 대접을 받았을까요?

쏘가리가 이처럼 귀한 몸값을 자랑하는 이유는 독보적인 맛과 영양, 그리고 극악의 서식 조건 때문입니다. 쏘가리는 바다 생선 못지않게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하여 횟감으로도 훌륭하며, 특유의 흙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매운탕으로 끓였을 때 깊고 담백한 맛을 냅니다. 기운을 돋우는 효능이 뛰어나 예로부터 최고의 원기 회복 음식으로 대접받았지요.


검은 마스크를 쓴 요리사가 주방에서 쏘가리 요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맑은 물에서만 자라는 쏘가리는 귀한 몸값만큼이나 까다로운 서식 환경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자연산 쏘가리는 아무 곳에서나 잡히지 않고, 오직 깨끗하고 흐르는 물의 바위 틈새에서만 살아갑니다. 이 때문에 쏘가리 회 한 점의 가치가 무려 3천 원에 달할 정도로 서민들이 쉽게 다가가기 힘든 높은 장벽이 존재했습니다. 양식 성공 소식이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대중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3. 살아있는 먹이만 고집하는 야생성과의 고단한 싸움

쏘가리 양식이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쏘가리의 '독특한 식성'에 있었습니다. 최상위 포식자인 쏘가리는 지독한 육식성인 데다, 오직 살아 움직이는 먹이만 사냥하는 까다로운 야생성을 품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식장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성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양식장 수조에서 검은색 차광막을 들어 올리는 작업자의 모습

쏘가리의 먹이가 될 치어를 얻기 위해 잉어의 산란을 유도하는 세심한 과정이 이어집니다.


우선 알에서 깨어난 쏘가리 치어들에게 먹이기 위해, 양식장 한편에서는 무려 잉어를 직접 산란시켜 잉어 치어를 키웁니다. 수정률을 높이기 위해 수컷 10마리와 암컷 5마리의 비율을 맞추고 수온을 5도 이상 끌어올리는 정성을 거쳐 탄생한 잉어 치어들만이 쏘가리의 첫 먹이가 됩니다. 쏘가리 치어 한 마리가 하루에 먹어 치우는 잉어 치어가 무려 7~8마리에 달하니, 잉어 치어 10만 마리도 열흘이면 금세 바닥을 드러내고 맙니다.


양식장 수조 안에서 헤엄치는 수많은 작은 쏘가리 치어들의 모습

까다로운 식성 탓에 사료 적응이 쉽지 않은 쏘가리 치어들을 건강하게 길러내기 위한 세심한 노력이 이어집니다.


진짜 고비는 쏘가리가 3cm 이상 성장했을 때 찾아옵니다. 이때부터는 살아있는 물고기 대신 인공 사료를 먹여야 하는데, 예민한 쏘가리는 사료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굶어 죽기 일쑤입니다. 작업자는 단백질 함량이 45%가 넘는 고영양 장어 사료를 정성스럽게 손반죽하여, 쏘가리가 좋아하는 잉어 치어와 비슷한 약 1cm 크기로 하나하나 모양을 빚어 던져줍니다. 이 눈물겨운 과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쏘가리들은 사료의 맛에 길들여지게 됩니다.

4. 10%의 폐사율과 크기 선별, 잠시도 놓을 수 없는 긴장의 끈

사료 적응 훈련을 거쳐도 약 10%에서 15%의 치어들은 끝내 사료를 거부하고 몸이 까맣게 변하며 폐사하고 맙니다. 살려낸 녀석들도 방심할 순 없습니다. 같은 날 태어난 형제들이라도 먹이 경쟁에서 밀리면 몸집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지는데, 쏘가리의 강한 공격성 때문에 큰 녀석이 작은 녀석을 공격하거나 굶겨 죽이는 비극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양식장 수조 속에서 헤엄치는 작은 쏘가리 치어들과 화면 하단에 자막이 표시된 영상 캡처 화면

까다로운 식성 탓에 사료 적응에 실패한 치어는 몸 색깔이 변하며 폐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업자들은 한두 달에 한 번씩 예민한 쏘가리들을 크기별로 골라내는 선별 작업을 진행합니다. 쏘가리는 워낙 성격이 예민한 탓에 작은 스트레스에도 쉽게 목숨을 잃습니다. 무려 8~9개월을 애지중지 키운 녀석들이 선별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갑작스레 폐사할 때면, 자식처럼 고기를 돌보던 작업자의 가슴은 무너져 내립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것은 기적 같은 기술이 아니라, 매 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땀 흘려온 작업자들의 지극한 정성이었던 셈입니다.

5. 우리의 식탁에 찾아올 따뜻하고 든든한 변화를 기다리며

오랜 시간 쏟아부은 구슬땀 덕분에 이제 쏘가리는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나 낚시꾼들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곁의 대중적인 요리로 다가올 준비를 마쳤습니다. 비싸고 귀해서 특별한 날에만 아주 어렵게 맛볼 수 있었던 쏘가리 매운탕을, 조만간 대형 마트나 가까운 식당에서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반 소비자들도 대중화되어 저렴한 가격으로 이 녀석들을 맛보고, 우리 식단에 편하게 올라갔으면 좋겠다"라는 양식장 사장님의 따뜻한 바람처럼, 묵묵히 흘린 정직한 땀방울이 만들어낼 든든하고 행복한 식탁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봅니다. 오늘 저녁, 당신의 식탁에는 어떤 따뜻한 정성이 오를 준비를 하고 있나요?


FAQ

쏘가리 양식이 그동안 불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쏘가리는 지독한 육식성 어종으로, 오직 살아 움직이는 먹이만 먹는 까다로운 야생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수질과 환경 변화에 극도로 예민하여 인공적인 환경에서 기르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양식 쏘가리에게 사료를 먹이기 위해 어떤 정성을 들이나요?

쏘가리가 3cm 이상 자라면 사료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살아있는 잉어 치어와 비슷한 크기(약 1cm)로 고단백 장어 사료를 직접 손반죽하여 빚어 던져주는 정성어린 적응 과정을 거칩니다.

쏘가리 양식 과정에서 폐사율이 가장 높은 시기는 언제인가요?

살아있는 먹이에서 사료로 전환하는 시기에 적응하지 못한 개체들이 약 10~15% 폐사하며, 성격이 예민하여 크기 선별 작업 시 스트레스로 인해 폐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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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만 고집하던 '민물의 제왕' 쏘가리, 마침내 양식의 길을 열다 - 이글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