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송호수공원 / 한국관광공사-최민희 |
부리는 검은데 주황색 띠가 한 줄 둘려 있다. 큰기러기를 알아보는 표시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한 이 겨울 철새를 찾아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경기 의왕시 왕송호수는 수도권 전철 1호선 의왕역에서 걸어서 닿는 호수이고, 지난해 10월 말 이곳에서 큰기러기 여러 마리가 관찰됐다.
큰기러기는 한국 같은 중위도 지역에서 겨울을 나는 새다. 호숫가에 있는 조류생태과학관은 철새가 지내던 월동지로 되돌아오는 습성을 들어 큰기러기의 재방문을 설명한다. 지난해처럼 올해도 돌아온다면 늦가을 갈대가 둘러선 호수에서 기러기 무리를 찾아볼 수 있다.
기러기 무리를 찾아보는 호숫가
왕송호수공원 / 한국관광공사-최민희 |
왕송호수는 큰기러기만 찾아오는 곳이 아니다. 의왕도시공사 조류생태과학관에 따르면 이 호수에는 원앙과 황조롱이를 비롯해 40여 종, 5,000여 마리의 새가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조류를 조사한 수치여서 기러기만 그만큼 모인다는 뜻은 아니지만, 호수 한 곳에서 이만큼 다양한 새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해 질 무렵의 호수는 특히 기다려 볼 만하다. 2024년 관찰 때는 큰기러기 약 150마리가 해가 지는 호수 위를 무리 지어 날았다. 날마다 같은 장면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면에 앉은 새를 보는 낮과는 다른 풍경을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이다.
수면만 보고 지나가면 놓치는 곳이 갈대밭이다. 올해 2월에는 호수 남쪽 갈대밭에서 큰고니 4~5마리가 쉬는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탐방로를 걸을 때 탁 트인 수면과 갈대 가장자리를 번갈아 살피면 더 많은 새를 찾을 수 있다.
멀리 앉은 무리는 맨눈으로 부리 색까지 알아보기 어렵다. 쌍안경을 챙기면 주황색 띠를 확인할 수 있고, 무리가 수면을 옮겨 다니는 모습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다.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과 즐길 거리
왕송호수공원 / 한국관광공사-최민희 |
호숫가 탐방로를 따라 새를 살피는 일정은 1~2시간이면 충분하다.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호수 둘레를 도는 4.3km 레일바이크를 타고 물가 풍경을 볼 수도 있다. 공원 입장료는 없지만 레일바이크는 요금을 따로 내야 한다. 호수 가까이에는 철도박물관도 있어 아이와 함께라면 새를 본 뒤 기차까지 구경하는 일정으로 묶기 좋다. 박물관 쪽으로 가는 마을버스가 있어 차 없이 둘러보기에도 어렵지 않다.
새에 대해 먼저 알고 싶다면 조류생태과학관부터 들르는 편이 좋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표는 오후 5시까지 판다. 관람료는 어른 5,000원, 학생·군인 3,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과 추석 당일은 문을 닫는다.
의왕역에서 호수까지 가는 길
왕송호수공원 / 한국관광공사-최민희 |
전철을 이용한다면 1호선 의왕역에서 내려 호수 쪽으로 걸어가면 된다. 걷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철도박물관과 공원 입구 쪽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차를 가져오면 왕송호수공원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11월 하순에는 오후 5시를 조금 넘기면 해가 진다. 오후 3시쯤 도착해 과학관을 먼저 둘러본 뒤 호숫가로 나서면 해 질 무렵의 수면까지 일정 안에 담을 수 있다. 해가 진 뒤에는 바람이 금세 차가워지니 겉옷을 한 벌 더 챙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