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색의 위양지 / 한국관광공사-허흥무 |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의 위양지는 신라 때 농사에 쓸 물을 대려고 쌓은 저수지로 전해진다. 원래 이름은 양양지였고, 지금의 못은 임진왜란 뒤인 1634년 밀양 부사 이유달이 다시 쌓은 것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근처에 큰 가산저수지가 생기면서 논에 물을 대는 역할은 줄었고, 지금은 물가를 따라 걷는 산책 명소로 더 알려져 있다.
못 한가운데 작은 섬에는 완재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1900년 안동 권씨 문중이 지은 건물로 경상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다. 봄에는 저수지를 두른 이팝나무의 흰 꽃으로 이름난 곳이지만, 늦가을에는 물가 나무들이 붉고 노랗게 물들면서 단풍 든 가지와 정자 지붕이 잔잔한 수면에 함께 비친다. 밀양 8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유도 이 물 위 풍경에 있다.
정자와 단풍이 물에 겹쳐 보이는 자리
위양지의 가을 / 한국관광공사-황기모 |
위양지 풍경의 중심은 완재정이다. 섬과 둑길 사이가 가까워 물가 어느 쪽에서 보아도 정자가 풍경 한가운데 들어온다. 그중 완재정 앞쪽과 옆쪽 물가는 정자와 단풍, 물에 비친 모습을 한 장에 담을 수 있어 사진 찍기 좋은 자리로 꼽힌다.
바람이 잦아든 날에는 수면이 거울처럼 가라앉아 나무와 정자가 물속에 한 번 더 나타난다. 물가 쪽으로 기운 가지가 많아 단풍 색이 둑 위와 물 위에 위아래로 겹치고, 수면에 떨어진 잎이 떠 있으면 물빛도 한층 짙어 보인다.
지난해에는 11월 중순 위양지 단풍이 절정에 든 모습이 소개됐다. 해마다 기온에 따라 며칠씩 차이가 나지만, 올해도 비슷한 무렵이라면 물가 나무가 가장 짙게 물든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한 바퀴 30분 걸리는 평탄한 흙길
위양못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산책은 입구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저수지 둘레를 따라 1km 남짓한 흙길이 이어지고 오르막이 거의 없어, 천천히 걸어도 한 바퀴에 30분 정도 걸린다. 길이 물가에 바짝 붙어 있어 걷는 동안 정자가 보이는 방향이 계속 바뀌고, 둑 위의 나무 사이로 수면이 끊기지 않고 따라온다.
긴 산행 없이 단풍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이곳의 장점이다. 아이나 어르신과 함께 걸어도 부담이 적다. 완재정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머물 생각이라면 1시간 정도 잡으면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
위양지의 아침 / 한국관광공사-최재영 |
한 바퀴를 돌면 같은 정자를 여러 각도에서 보게 된다. 입구 쪽에서는 물 건너편에 정자가 작게 앉아 있고, 둑을 따라 돌아 섬 가까이 다가가면 지붕과 기둥이 또렷해지면서 물에 비친 모습도 커진다. 반대편 물가에서는 정자 뒤로 산자락과 단풍 든 나무가 함께 겹쳐 보여, 한 곳에 서서 보는 것과는 다른 풍경이 이어진다.
입장료 없이 늘 열려 있는 저수지
위양못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위양지는 입장료를 받지 않고 시간 제한 없이 늘 열려 있다. 입구에 전용 주차장이 있으며, 사람이 몰리는 철에 주차장이 차면 진입로 도로변에 차를 세우는 경우도 있다. 지도에서 찾으면 이름이 비슷한 신위양지가 함께 나오는데, 완재정이 있는 곳은 부북면 위양리의 위양지다.
늦가을 단풍철이 지나면 저수지는 한동안 잎을 떨군 나무와 잔잔한 물빛만 남는다. 다음으로 풍경이 크게 바뀌는 때는 봄이다. 해마다 4월 하순부터 5월 초순 사이 이팝나무가 흰 꽃을 피우면 정자 둘레가 다시 하얗게 덮인다. 단풍과 꽃 모두 날씨에 따라 시기가 조금씩 달라지지만, 같은 정자와 물가가 계절마다 전혀 다른 색으로 바뀌는 곳이어서 두 번 찾아도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