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넘은 산사 돌길인데 입장료도 안 받아요"... 11월 중순이면 물드는 무료 사찰 산책 코스


만추의 범어사 / 한국관광공사-황보달

만추의 범어사 / 한국관광공사-황보달

부산 금정구 금정산 자락의 범어사는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까지 오르막 돌길과 돌계단을 차례로 밟고 올라가야 닿는 절이다. 길 양옆으로 단풍나무와 오래된 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가을이면 이 길 전체가 붉고 노란 잎에 덮인다. 계단 위로 고개를 들면 잎 사이로 기와지붕이 겹겹이 보이고, 돌 틈과 계단 모서리에도 떨어진 잎이 쌓인다.

부산은 내륙보다 단풍이 늦게 드는 편이라 예년에는 11월 중순 무렵 절정을 맞았다. 다른 지역의 단풍이 저물어 갈 즈음 범어사 돌길이 가장 짙게 물드는 셈이다. 도시철도역에서 버스로 한 번만 갈아타면 절 입구에 닿고 입장료도 받지 않아, 부산 여행 하루 일정 사이에 넣어 둘러보기에도 부담이 적다.

돌길 양옆으로 물드는 단풍

범어사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범어사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단풍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곳은 일주문에서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돌길이다. 길 양쪽 나무가 머리 위로 가지를 뻗고 있어, 잎이 물들면 걷는 내내 붉은 잎 아래를 지나게 된다. 바닥에 깔린 돌과 계단 위로 잎이 떨어져 쌓이면 발밑까지 같은 색으로 바뀐다. 계단을 오르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위아래로 이어지는 단풍 터널을 바라보며 쉬어 가기 좋다. 내려올 때는 오를 때 등 뒤에 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같은 길도 다르게 보인다.

범어사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범어사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돌길의 시작점인 일주문은 조계문이라고도 불리며 보물로 지정돼 있다. 문 앞에 서면 단풍 사이로 위쪽을 향해 이어지는 돌길과 그 끝의 전각 지붕이 한눈에 들어온다. 문을 지나 한 단씩 오를 때마다 나무와 지붕이 겹쳐 보이는 각도가 조금씩 달라진다.

계단을 다 오르면 대웅전 마당이 나온다.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절로, 대웅전은 조선 중기 건축 양식을 보여 주는 건물이라 보물로 지정됐다. 안에 모신 목조 불상도 보물이다. 마당에서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돌길과 단풍 든 산자락이 기와지붕 너머로 이어진다.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

범어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범어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오르는 길에 단풍과 전각을 사진에 담고 경내를 한 바퀴 둘러보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면 넉넉하다. 돌계단이 이어지는 구간이 있어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가 편하다.

관람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경내 성보박물관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고 월요일은 쉬며, 관람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절의 유물까지 함께 보려면 월요일을 피해 일정을 잡는 편이 낫다.

가는 시기는 예년 절정에 맞춰 11월 둘째 주부터 중순 사이가 무난하다. 다만 이는 지난 몇 해의 흐름을 기준으로 한 시기여서, 올해 단풍이 드는 속도는 날씨에 따라 며칠씩 앞당겨지거나 늦어질 수 있다.

지하철과 버스로 찾아가는 길

범어사 누리길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범어사 누리길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 5번이나 7번 출구로 나와 90번 버스로 갈아탄다. 버스는 범어사 입구 아래 주차장까지 운행하며 10분 남짓 걸린다. 내린 뒤 조금 걸어 올라가면 일주문 앞 돌길이 시작된다.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승용차로 가면 절 아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역에서 버스로 바로 닿는 곳이라 차를 두고 가도 불편이 적고, 돌아오는 길에도 같은 버스를 타고 범어사역으로 나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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