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오르는 고추장찌개가 담긴 뚝배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저녁상에 얼큰한 찌개 하나쯤 올리고 싶어진다. 삼겹살을 듬뿍 넣고 고추장을 풀어 끓인 고추장찌개는 밥과 잘 어울리는 메뉴인데, 막상 끓여 놓고 맛을 보면 국물이 텁텁하고 단맛만 앞서 숟가락이 몇 번 가다 멈추는 일이 생긴다. 식당에서 먹던 맛과는 어딘가 달라 아쉬움이 남는다.
이럴 때는 대개 고추장을 한 숟가락 더 풀거나 간장과 고춧가루를 보태 보지만, 간이 세질수록 국물은 더 무거워지고 텁텁한 맛도 그대로 남는다. 멸치나 다시마로 육수를 따로 내면 나아지기는 해도 평일 저녁에 그렇게까지 손을 들이기는 쉽지 않다.
이 찌개의 맛을 바꾸는 것은 찬장에 늘 있는 식초 한 큰술이다. 찌개를 다 끓인 뒤 마지막에 식초를 넣고 살짝만 더 끓이면 진하고 무겁던 고추장 국물이 한결 깔끔해지는데, 넣는 시점과 양만 지키면 시큼한 맛은 거의 남지 않는다.
삼겹살 기름과 고추장 단맛에 묻히는 국물 맛
삼겹살과 채소가 보이는 고추장찌개 국물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고추장찌개 국물이 텁텁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삼겹살에서 나온 기름과 고추장의 단맛이 함께 국물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고추장에는 원래 단맛이 들어 있어 오래 끓일수록 국물이 걸쭉해지는데, 여기에 돼지고기 기름까지 더해지면 매콤한 맛보다 달고 기름진 맛이 먼저 입 안에 남는다.
단맛과 기름진 맛은 짠맛을 더해서는 잘 가려지지 않는다. 간을 세게 할수록 짜고 달고 기름진 맛이 한꺼번에 커질 뿐인데, 식초를 조금 넣으면 단맛과 기름진 맛이 한결 덜 느껴지고 고추장의 매콤한 맛과 삼겹살의 고소한 맛이 또렷해진다. 식초의 톡 쏘는 냄새는 끓이면 금방 날아가므로, 식초는 찌개가 다 끓은 뒤 맨 마지막에 넣고 잠깐만 끓여야 신맛이 순하게 남는다.
고추장찌개에 식초 넣어 텁텁한 맛 없애는 방법
손질한 찌개 재료가 놓인 깨끗한 조리대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재료는 삼겹살 300g과 고추장 4큰술, 물 1L가 기준이다. 감자와 두부, 양파, 애호박은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썰어 두고, 식초는 집에서 쓰는 일반 식초 1큰술이면 충분하다. 삼겹살도 한입 크기로 썰어 두면 볶을 때 고루 익고 국물과 함께 떠먹기 편하다.
냄비에 삼겹살을 먼저 넣고 중불에서 볶아 기름이 나오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고추장 4큰술을 넣어 주걱으로 저어 가며 볶는다. 고추장은 쉽게 타서 쓴맛이 나기 때문에 약불을 지키는 것이 좋으며, 고추장이 고기에 고루 묻고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면 물 1L를 붓는다. 여기에 감자와 두부, 양파를 넣고 뚜껑을 덮어 10분을 끓인다.
고추장이 고루 묻은 삼겹살을 볶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10분이 지나 감자 겉이 익기 시작하면 애호박을 넣고 중불에서 10분을 더 끓인다. 애호박은 금방 익어서 처음부터 넣으면 오래 끓는 동안 물러지므로 이 시점에 넣는 것이 좋다. 감자를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힘없이 쑥 들어가고 애호박 색이 살짝 투명해지면 찌개가 다 끓은 것이다.
애호박을 넣어 끓이는 고추장찌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이제 불을 그대로 둔 채 식초 1큰술을 국물 위에 고루 둘러 넣고, 국물이 한 번 바르르 끓어오르면 바로 불을 끈다. 식초를 넣을 때 냄비 위로 얼굴을 숙이면 시큼한 김이 코를 찌르니 한 발 떨어져서 넣는 것이 좋다. 맛을 봤을 때 신맛이 따로 튀지 않고 국물 끝맛이 가볍게 느껴지면 알맞게 된 것이다.
식초는 1큰술을 넘기면 신맛이 국물 위로 드러나므로 처음에는 정량만 넣는 것이 좋다. 물과 고기 양을 두 배로 늘려 끓일 때도 한 번에 2큰술을 붓기보다 1큰술을 먼저 넣고 맛을 본 뒤 나머지를 더하는 편이 실패가 적다.
식탁에 올려 첫 숟가락을 떠 보면 고추장의 단맛보다 매콤한 맛이 먼저 오고, 삼겹살 기름이 떠 있는 국물도 끝맛이 개운하다. 마지막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을 때까지 입 안이 무겁지 않아 밥 한 공기가 금방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