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해발 1,118m 산꼭대기가 나무 한 그루 없이 둥글게 열려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의 민둥산은 이름처럼 정상부에 키 큰 나무가 자라지 않고, 그 빈자리를 참억새가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정상과 주능선 일대를 덮은 억새밭은 약 20만 평으로, 축구장 90개를 넘는 넓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안내하는 억새꽃 시기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다. 이삭이 피면 초록이던 능선이 은빛으로 바뀌고, 햇빛을 받는 방향에 따라 흰색과 연한 갈색이 섞여 보인다. 앞을 가리는 숲이 없어 둥근 봉우리를 따라 이어진 억새밭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다른 산과 다른 점이다.
정상 앞 30분 동안 이어지는 억새밭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대표적인 산행은 증산마을의 증산초등학교에서 시작한다. 처음에는 나무가 우거진 비탈길을 오르다가 능선에 가까워질수록 숲이 낮아지고 억새가 하나둘 나타난다. 정상을 앞둔 마지막 30여 분은 사람 키만 한 억새 사이로 길이 나 있어 길 양쪽이 온통 억새로 둘러싸인다.
억새는 물가에서 자라는 갈대와 달리 햇볕이 잘 드는 마른 산비탈을 좋아한다. 바람이 세고 큰 나무가 없는 민둥산 꼭대기가 억새 군락이 넓게 자리 잡기에 알맞은 이유다. 바람이 불면 이삭이 한쪽으로 일제히 눕고 다시 일어서며 능선 전체가 물결치듯 움직인다.
정상에 서면 사방에 가리는 것이 없다. 둥글게 솟은 봉우리에서 억새밭이 사면을 따라 흘러내리고, 그 너머로 정선의 산줄기가 여러 겹으로 겹쳐 보인다. 해가 기울 무렵에는 역광을 받은 억새 이삭이 하얗게 빛나 능선이 한층 밝아진다.
땅이 꺼진 구덩이 마을, 발구덕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정상으로 둘러 오르는 길에 지나는 발구덕마을은 민둥산의 또 다른 볼거리다. 이 일대는 석회암 지대여서 빗물에 녹은 땅이 깔때기처럼 움푹 꺼진 돌리네 지형이 곳곳에 남아 있다. 산비탈 중간에 둥글게 파인 땅과 그 안에 일군 밭이 이어지는 모습은 다른 산행에서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마을을 지나 주능선에 올라서면 이번에는 억새가 시야를 채운다. 구덩이가 이어지는 산비탈과 은빛 억새가 덮인 둥근 봉우리를 한 번의 산행에서 차례로 볼 수 있어, 곧장 정상만 다녀오는 길보다 시간은 더 들지만 풍경은 훨씬 다양하다. 억새꽃 시기에 처음 찾는다면 발구덕마을을 거치는 길이 민둥산의 생김새를 가장 잘 보여 준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증산초등학교를 출발해 발구덕마을과 주능선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되돌아오는 길은 약 9km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짧게 오르려면 증산초등학교에서 정상으로 곧장 이어지는 약 2km 길을 고를 수 있는데, 경사가 가팔라 오르는 데만 1시간 30분 안팎이 든다. 능전마을에서 발구덕마을을 거쳐 오르는 길은 약 3.3km다.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억새밭 구간에는 그늘이 거의 없고 능선 바람을 그대로 맞는다. 낮에는 햇볕이 강하고 오후에는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는 계절이어서 모자와 겉옷이 쓸모 있다. 해가 짧은 때라 오전에 산행을 시작하면 억새밭에서 시간을 보내고도 여유 있게 내려올 수 있다.
증산마을은 태백선 민둥산역 가까이에 있어 기차로도 찾아갈 수 있고, 역에서 증산초등학교 들머리까지 멀지 않다. 자가용으로 간다면 증산마을을 목적지로 잡고 들머리 주변에 차를 세운 뒤 걸어 오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