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은행마을 / 한국관광공사-김석태 |
논두렁과 개울가, 집 담장 곁까지 은행나무가 흩어져 자라는 마을이 있다. 충청남도 보령시 청라면 장현리의 청라 은행마을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마을에 은행나무가 3,000여 그루 자란다고 소개한다. 길가에 줄지어 심은 가로수가 아니라 밭 가장자리와 집 마당, 개울 둑마다 나무가 서 있어 마을 전체가 하나의 군락을 이룬다.
가을이 깊어지면 이 나무들이 한꺼번에 노랗게 물든다. 수확을 마친 논과 낮은 지붕 위로 노란 잎이 겹쳐, 도시의 은행나무길과는 다른 넓은 풍경이 펼쳐진다. 관광공사 취재 당시 주민들은 11월 첫 주말부터 둘째 주 초까지를 노란 단풍을 보기 좋은 때로 꼽았다. 올해 물드는 속도는 날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예년대로라면 11월 초순이 마을을 찾기 좋은 때다.
500년 수나무가 선 고택 앞길
청라 은행마을 / 한국관광공사-김석태 |
마을 풍경의 중심은 신경섭가옥이다. 조선 후기에 지은 한옥으로, 당시 부호의 사랑채로 전해진다. 대문 앞에는 수령 약 500년으로 알려진 수은행나무가 서 있다. 이 나무의 가지가 길 건너편 나무와 맞닿으면서 고택 앞길 위로 노란 터널이 만들어진다.
고택 주변에도 수령 1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여러 그루 자리한다. 돌담과 기와지붕 위로 굵은 줄기와 노란 잎이 드리워,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 잎이 떨어져 담장 아래 쌓이면 고택 앞 골목까지 노랗게 덮인다.
청라 은행마을 / 한국관광공사-김석태 |
마을에는 은행나무의 기원에 얽힌 이야기도 전해진다. 장현리 뒷산에 살던 까마귀가 은행을 물어 와 심은 것이 지금의 나무가 됐다는 설이다. 이곳은 토종 은행나무가 모여 자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군락지로도 소개된다. 수백 년 된 고목과 그보다 젊은 나무가 섞여 있어, 마을을 걷다 보면 굵기와 높이가 제각각인 나무를 차례로 만난다.
논밭과 개울 따라 걷는 1~2시간
청라 은행마을 / 한국관광공사-김석태 |
산책은 옛 장현초등학교 일대에서 시작하면 편하다. 이곳에서 마을 둘레길로 들어서면 논밭 가장자리와 개울 둑을 따라 은행나무가 이어진다. 넓게 트인 논 너머로 노란 나무들이 군데군데 무리 지어 서 있어, 걷는 방향에 따라 마을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된다. 논 너머로 나무 무리를 멀리 담거나, 고택 돌담과 기와지붕을 앞에 두고 고목을 올려다보면 농촌 마을다운 가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둘레길을 따라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신경섭가옥 주변 고목과 담장 풍경까지 둘러보는 데는 1~2시간이면 충분하다. 길이 마을 안 농로와 골목으로 이어져 등산 장비는 필요 없다. 다만 주민들이 농사를 짓는 마을이므로 논밭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길에서 풍경을 즐기는 것이 좋다.
입장료와 주차, 축제 소식
청라 은행마을 / 한국관광공사-김석태 |
청라 은행마을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늘 열려 있다. 마을에서는 해마다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은행마을 축제가 열려 왔으며, 지난해에는 11월 1일부터 8일까지 제11회 축제가 진행됐다.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면 노란 단풍과 함께 마을 행사를 즐길 수 있다.
마을에는 별도의 대형 주차장이 없다. 차는 옛 장현초등학교 일대에 마련된 주차 안내를 따르면 되고, 지난해 축제 기간에는 임시 주차장도 운영됐다. 마을 길이 좁아 단풍철 주말에는 차가 몰릴 수 있으니 이른 오전에 도착하면 한결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