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계리 은행나무의 가을 / 한국관광공사-김현진 |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에는 마을 들판 가운데 은행나무 한 그루가 홀로 서 있다. 196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나무는 높이가 약 35m, 줄기 둘레가 16m를 넘는다. 아파트 12층과 비슷한 높이까지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있어 멀리서 보면 나무 한 그루가 작은 숲처럼 보인다.
이 거대한 수관은 해마다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 노랗게 물든다. 원주시가 안내하는 감상 시기도 이 무렵이다. 잎이 모두 물들면 둥근 나무 윤곽 전체가 황금빛 구름처럼 하늘을 채우고,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나무 아래가 노란 잎으로 두껍게 덮인다. 산을 오르지 않고 평지에서 바로 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이 나무를 찾는 이유다.
1,300년 넘게 마을을 지켜 온 나무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황성훈 |
이 나무는 오랫동안 나이가 800살 남짓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라이다 스캔과 생장 자료로 분석한 결과 약 1,317년(±50년)을 살아온 것으로 추정됐다. 통일신라 시대부터 같은 자리에서 자라 온 셈이다.
오래 자란 만큼 줄기도 굵다. 가장 굵은 부분의 둘레가 16.27m로, 어른 열 명 가까이 손을 맞잡아야 겨우 둘러쌀 수 있는 굵기다. 이 굵은 줄기에서 갈라진 가지들이 옆으로 넓게 뻗어 나가기 때문에 나무가 위로 뾰족하지 않고 둥글게 퍼진 모양을 하고 있다. 나무 아래에 서면 머리 위가 가지와 잎으로 넓게 덮인다.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황성훈 |
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여럿 전해진다. 길을 지나던 한 대사가 이곳에서 물을 마신 뒤 꽂아 두고 간 지팡이가 자라 나무가 됐다는 전설과, 성주 이씨 선조가 심었다는 이야기가 함께 내려온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 속에 흰 뱀이 살면서 나무를 지켜 준다고 믿었고, 가을에 잎이 한꺼번에 물들면 그해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 나무에서는 잎이 고르게 물드는 시기가 특히 반갑다. 가지 끝까지 잎이 촘촘히 달려 있어 단풍이 들면 나무 전체가 노란 덩어리 하나로 보이고, 맑은 날에는 파란 하늘과 들판 사이에서 노란빛이 더 또렷해진다.
멀리서 한 번, 나무 아래서 한 번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나무를 둘러보는 데는 30분에서 1시간이면 충분하다. 먼저 나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수관 전체를 바라보면 들판 위에 노란 구름이 내려앉은 듯한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나무가 워낙 커서 가까이 다가가면 사진 한 장에 다 들어오지 않으므로, 전체 모습은 멀리서 먼저 찍어 두는 편이 좋다.
그다음 나무 아래로 걸어 들어가 굵은 줄기와 머리 위로 뻗은 가지를 올려다본다. 잎이 지기 시작하는 11월 초에는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이 융단처럼 깔려 발밑까지 노랗게 바뀐다. 같은 나무라도 멀리서 볼 때와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 풍경이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새로 단장한 광장과 찾아가는 길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원주시는 85억 원을 들여 나무 일대를 '반계리 은행나무 광장'으로 정비해 지난해 9월 말 문을 열었다. 진입로와 주차장을 새로 갖춰 단풍철마다 겪던 주차 혼잡을 덜었고, 지난해 11월 초에는 광장 단장 뒤 첫 공식 축제도 열렸다.
은행나무는 상시 개방하며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주소는 원주시 문막읍 반저리2길 42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주말에는 방문객이 몰리는 편이어서 평일 오전에 찾으면 한결 여유롭게 나무 주변을 걸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