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개심사 / 한국관광공사-이효직 |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상왕산 자락의 개심사는 차를 타고 절 마당까지 바로 닿는 곳이 아니다. 초입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 사이로 난 산길을 약 20분 걸어 올라가야 경내가 나온다. 길 입구에는 일주문 대신 '세심동', '개심사입구'라고 새긴 돌 두 개가 서 있다. 마음을 씻고 마음을 연다는 뜻의 이름을 지나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 산길과 절이 가장 붉어지는 때는 가을이다. 충청남도가 지난해 11월 1일 개심사를 찾아 남긴 기록에는 절 주변 단풍이 곱게 물든 모습이 담겼다. 경내 앞마당에는 감나무가 있어 단풍이 들 무렵이면 주황빛 감과 붉은 잎을 한 장면에 담을 수 있다. 긴 등산 없이 산길과 산사의 가을빛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산길 끝에서 만나는 연못과 굽은 기둥
서산 개심사 / 한국관광공사-이효직 |
산길을 다 오르면 먼저 네모난 연못이 나온다. 거울 연못이라는 뜻의 경지다. 이름처럼 잔잔한 수면에 주변 나무가 비쳐, 가을에는 물든 잎이 물 위에서도 한 번 더 보인다. 연못을 지나면 안양루로 오르는 넓은 계단이 이어진다. 안양루에 걸린 '상왕산 개심사' 현판은 서화가 해강 김규진의 글씨다.
개심사는 예산 수덕사의 말사로, 백제 때 처음 지어졌다고 전한다. 지금의 대웅전은 산불로 기단만 남았던 자리에 조선 성종 때인 1484년 다시 세운 건물로, 보물로 지정돼 있다. 대웅전과 안양루 사이 마당에는 5층석탑이 서 있어 계단을 올라서면 탑과 법당이 차례로 눈앞에 들어온다.
서산 개심사 / 한국관광공사-이효직 |
대웅전 옆 요사채인 심검당은 휘어진 나무를 곧게 다듬지 않고 그대로 기둥으로 썼다. 굽은 결이 드러난 기둥이 나란히 서 있어 다른 절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종각 기둥 역시 굽은 나무를 그대로 살려 세웠다. 곧은 목재만 고르는 여느 건물과 달리 나무가 자란 모양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라, 마당에서 기둥 하나하나를 견줘 보는 재미가 있다.
감나무와 단풍을 담기 좋은 자리
서산 개심사 / 한국관광공사-이효직 |
사진을 남기기 좋은 곳은 안양루 앞이다. 누각 지붕과 그 뒤로 이어지는 산자락 단풍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다. 앞마당 감나무 쪽에서는 가지에 매달린 감을 앞에 두고 그 너머 단풍 든 숲을 함께 넣으면 개심사의 가을이 한 장에 들어온다. 사람이 적은 이른 시간에 오르면 계단과 마당이 비어 있는 장면을 담기 쉽다.
단풍 시기는 해마다 조금씩 다르다. 지난해에는 11월 초에 절 주변이 곱게 물들었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라면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감과 단풍이 함께 붉은 풍경을 볼 수 있다.
산길 왕복 시간과 찾아가는 길
서산 개심사 / 한국관광공사-이효직 |
주차장에서 경내까지는 산길로 약 20분이다. 오르막이 이어지지만 등산로처럼 길지 않아 천천히 걸어도 부담이 적다. 왕복 걷는 시간과 경내 관람을 합쳐 1시간 30분 정도면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 산길 양옆도 숲이라 가을에는 절에 닿기 전부터 물든 나무 사이를 걷게 된다. 걷기 어렵다면 임도를 따라 자동차로 절 초입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주차장은 운산면 신창리에 있다. 고풍저수지와 목장 초지, 신창저수지를 차례로 지나는 길 끝이라 가는 길의 차창 밖 풍경도 넓게 트여 있다. 가까운 곳에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과 해미읍성이 있어 함께 묶어 하루 일정으로 돌아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