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밖으로 이어진 에어컨 배수호스가 회색 배관용 보온재와 검정 테이프로 감싸져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10월 중순으로 들어서면서 올해 에어컨은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집이 많다. 리모컨을 서랍에 넣고 실외기에 커버를 씌우고 전원 플러그까지 뽑아 두면 겨울 준비는 다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렇게 해 두고 이듬해 여름에 다시 켜 보면 벽 아래쪽이나 베란다 바닥이 젖어 있는 집이 생각보다 많다. 실외기 본체는 쇠로 단단하게 만들어져 겨울을 그냥 넘기는데, 겨울 동안 상하는 쪽은 바닥으로 길게 늘어진 가늘고 약한 배수호스라서 커버를 씌워도 그 부분은 그대로 찬 바람을 맞는다.
배수호스는 몇천 원짜리 배관용 보온재 하나로 겨울을 넘길 수 있는 부품인데, 이것을 어떻게 감싸 두어야 하는지 순서대로 정리했다.
운전을 멈춘 뒤에도 배수호스에 남아 있는 물
베란다 바닥 가까이 늘어진 주름 배수호스의 낮은 굽은 부분이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에어컨을 켜면 실내기 안에서 공기 중의 물기가 맺히는데, 이 물을 응축수라고 하고 실내기에 연결된 배수호스를 타고 집 밖으로 흘러 나간다. 문제는 에어컨을 끈 뒤에도 호스 안이 바짝 마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스가 바닥에서 한 번 휘어져 있거나 중간이 늘어져 있으면 그 굽은 자리에 물이 조금씩 고인 채로 남는다.
그 상태로 한겨울을 보내면 고인 물이 얼어 부피가 늘어나면서 호스 안쪽을 밀어낸다. 배수호스는 얇고 주름이 잡힌 비닐 관이라 안에서 밀리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주름 골을 따라 금이 가거나 아예 갈라진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얼음이 녹은 자리에 작은 구멍이 남는 경우가 있어, 다음 냉방철에 물이 호스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새어 나온다.
발포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배관용 보온재는 속에 아주 작은 공기주머니가 빽빽하게 들어 있어 열이 잘 통하지 않는다. 호스에 끼워 두면 바깥의 찬 기운이 호스 안의 물까지 닿는 속도가 늦어져, 밤새 기온이 떨어져도 호스 안의 물이 그대로 얼어붙는 일이 줄어든다. 그래서 겨울이 오기 전에 손을 대야 하고, 눈이 내리고 나서는 늦다.
겨울에 에어컨 배수호스 갈라지지 않게 감싸는 방법
갈라진 원통형 배관용 보온재와 검정 전기테이프를 배수호스 옆에 준비한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배관용 보온재와 테이프 두 가지다. 보온재는 한쪽이 길게 갈라진 원통 모양으로 나오는데, 벽걸이 에어컨 배수호스는 보통 지름 14~16mm쯤이라 안지름이 그에 맞는 것을 고른다. 테이프는 끈적임이 오래 버티는 배관용 테이프나 검정 전기테이프가 알맞고, 종이테이프는 비를 한 번 맞으면 떨어지므로 쓰지 않는다.
먼저 전원 플러그를 뽑은 상태에서 호스 끝을 손으로 들어 올려 안에 남은 물을 흘려 보낸다. 호스를 끝에서부터 위쪽으로 쓸어 올리듯 쥐고 훑으면 고여 있던 물이 끝으로 밀려 나온다. 물을 빼낸 다음에는 호스 겉면에 묻은 흙과 물기를 마른 걸레로 닦고 잠깐 말린다. 젖은 채로 감싸면 테이프가 붙지 않는다.
전원 플러그를 뽑아 둔 뒤 마른 걸레로 배수호스 겉면을 닦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이제 보온재의 갈라진 틈을 양손으로 벌려 호스에 끼운다. 끼운 뒤에는 갈라진 이음매가 위를 향하지 않게 아래쪽으로 돌려 놓아야 비나 녹은 눈이 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다음 테이프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반 폭씩 겹쳐 감는다. 아래에서 위로 감아야 테이프가 기와처럼 겹쳐 물이 안으로 타고 들어가지 않는다.
배수호스에 끼운 보온재의 이음매를 아래로 돌린 뒤 검정 테이프를 아래에서 위로 겹쳐 감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벽 구멍으로 들어가는 자리까지 틈 없이 감싸고, 손가락으로 눌러 봐서 호스가 만져지는 곳이 없으면 다 된 것이다. 다만 호스 맨 끝 구멍은 막지 않고 열어 두고, 끝이 아래를 향하게 둔다. 보온재는 두세 해에 한 번 새것으로 바꿔 주면 충분하다. 실외기가 베란다 밖이나 창틀 밖에 있어 몸을 내밀어야 닿는다면 그 작업은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고, 설치 기사를 부르는 쪽이 낫다.
올가을 에어컨을 마지막으로 끄는 날, 플러그를 뽑으면서 배수호스까지 한 번 감싸 두길 권한다. 호스를 감싸는 데 드는 10분이 다음 여름에 벽을 타고 흐르는 물을 보지 않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