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김치통 안 김치 맨 위를 넓은 건다시마 한 장이 고르게 덮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11월로 들어서면 집집마다 김장 준비가 시작되고, 담근 김치를 통에 나눠 담아 김치냉장고에 넣는 일까지가 한 묶음이다. 이때 대부분은 김치를 담은 다음 비닐을 한 장 펼쳐 위에 덮고 손으로 꾹 눌러 둔다. 공기만 막아 두면 김치가 천천히 익는다는 것을 오래 살림한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며칠 지나 통을 열어 보면 비닐 가장자리가 들떠 있고, 그 아래 맨 위쪽 배추가 물기 없이 마른 채 누렇게 변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부분만 걷어 내고 먹다 보면 애써 담근 김치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김장철을 앞두고 비닐 대신 덮을 것이 하나 있다. 국물 낼 때 쓰려고 부엌에 두는 건다시마 한 장이다.
비닐을 눌러 덮어도 김치 맨 위가 마르고 색이 변하는 이유
김치통 뚜껑 아래에 남는 빈 공간과 국물 위쪽 배추 잎이 가까이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김치 맛이 위쪽부터 변하는 이유는 통 안에 남은 공기 때문인데, 김치를 담고 뚜껑을 닫아도 김치와 뚜껑 사이에는 빈 공간이 남고 국물 위로 올라온 배추 잎은 그 공기에 그대로 닿는다. 공기에 닿은 자리는 물기가 날아가면서 질겨지고 색이 갈색으로 변한다.
비닐을 덮는 것도 이 공기를 막으려는 것인데, 비닐은 너무 가볍고 뻣뻣해서 국물 면에 끝까지 붙어 있지 못한다. 손으로 눌러 둔 자리는 금방 다시 떠오르고, 김치를 꺼내려고 통을 여닫는 사이 들뜬 틈으로 공기가 들어간다.
건다시마는 비닐보다 두껍고 무게가 있어서 김치 위에 얹어 두면 그 자리에 가라앉은 채로 있다. 국물에 닿은 면이 물기를 머금으면서 부드럽게 늘어나 배추 잎과 국물 면에 밀착되고, 김치가 익는 동안 다시마에서 우러난 감칠맛이 국물로 내려간다. 그래서 비닐을 눌러 두는 대신 다시마를 덮는 쪽으로 손을 대는 것이 좋다.
국물에 닿아 부드러워진 다시마가 김치 윗면에 밀착해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김치통 맨 위에 다시마 덮어 보관하는 방법
마른 건다시마 한 장과 김치통 넓이를 맞춰 준비한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국물용으로 파는 건다시마다. 통 넓이를 거의 덮을 만큼 큼직한 것 한 장이면 되고, 통이 넓으면 두 장을 겹쳐 덮어도 된다. 다시마는 물에 씻지 않는다. 물에 담그면 맛 성분이 먼저 빠져나가니, 젖은 행주나 키친타월로 표면의 먼지만 가볍게 닦아 낸다.
깨끗한 키친타월로 마른 다시마 표면을 가볍게 닦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김치는 통에 담을 때부터 공기를 빼 둔다. 한 번에 쏟아 넣지 말고 몇 번에 나눠 넣으면서 손으로 꾹꾹 눌러 담으면 포기 사이에 있던 공기가 빠지고 국물이 위로 올라온다. 통은 꼭대기까지 채우지 않고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빈 곳을 남기는 것이 안전하다. 익으면서 국물이 불어나 넘칠 수 있다.
그 위에 다시마를 이불처럼 펼쳐 덮는다. 가운데만 올려놓지 말고 네 귀퉁이가 통 벽에 닿도록 펴서 김치가 드러난 자리가 남지 않게 덮는다. 덮고 나서 손바닥으로 한 번 눌러 주면 국물이 다시마 위로 살짝 비치는데, 이렇게 되면 공기가 지나갈 틈이 거의 없다.
뚜껑을 닫고 김치냉장고에 넣은 뒤 반나절쯤 지나 열어 보면 뻣뻣했던 다시마가 말랑하게 늘어져 김치 면에 붙어 있는데, 이 상태면 제대로 덮인 것이다. 김치를 꺼내 먹을 때는 다시마를 한쪽으로 젖히고 덜어 낸 다음 다시 펴서 덮어 둔다.
다시마는 한 통에 한 장이면 충분하고, 김치가 푹 익어 국물이 시어지면 그때 꺼내 가위로 잘게 잘라 김치찌개에 넣어 쓴다. 다시마 표면에 하얗게 핀 가루는 닦아만 내고 그대로 써도 되는 맛 성분이라서 따로 씻을 일이 없다.
올 김장에는 비닐 대신 다시마 한 장을 덮어 보길 권한다. 김치 맨 위를 제대로 덮어 두는 일은 겨울 내내 꺼내 먹을 김치의 첫 맛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