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서원 아홉 곳 중 한 곳이 여기라니"... 10월이면 절벽까지 붉어지는 강변 서원


병산서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병산서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는 낙동강이 크게 휘어 도는 물가에 서원 한 채가 앉아 있다. 병산서원 강당 앞에 서면 정면 일곱 칸 누각인 만대루가 담 대신 시야를 가로지르는데, 벽이 없이 기둥만 세운 구조라 그 사이로 강과 강 건너 병산 절벽이 그대로 들어온다. 건물이 풍경을 가리지 않고 액자처럼 잡아 주는 셈이다.

병산은 이름 그대로 병풍처럼 선 산이다. 강을 따라 바위 벽이 길게 이어지고 그 위를 잡목이 덮어, 10월로 들어서면 붉고 노란색이 절벽 중턱까지 번진다. 강물에는 같은 색이 한 번 더 비친다. 서원 마당에서 기둥과 서까래 사이로 이 장면을 보는 것이 병산서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다만 만대루 마루는 보존을 위해 출입을 막고 있어 누각에 올라앉는 대신 아래 마당과 강당 앞에서 바라보게 된다.

기둥 사이로 들어오는 절벽과 강

병산서원 마루에 앉아서 / 한국관광공사-윤정희

병산서원 마루에 앉아서 / 한국관광공사-윤정희

정문인 복례문을 지나면 바로 만대루 아래를 통과하게 된다. 굵은 기둥이 줄지어 선 그늘을 빠져나와 돌계단을 올라서면 강학 공간인 입교당이 나온다. 입교당 마루에 앉아 정면을 보면 만대루의 지붕선과 기둥, 그 너머 강과 절벽이 위아래로 층을 이룬다. 서 있는 자리를 몇 걸음만 옮겨도 기둥 사이에 걸리는 풍경이 달라진다.

병산서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병산서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서원 담을 나서면 강이 바로 앞이다. 물가로는 넓은 모래밭과 자갈밭이 펼쳐지고, 강 건너 절벽은 높이 솟아 물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이 이어져 있어 서원 안을 다 본 뒤 물가에서 한참 더 머무는 사람이 많다. 아침에는 강 위로 물안개가 끼는 날이 있고, 해가 기울면 절벽에 빛이 들어 색이 짙어진다.

서애 류성룡이 가르친 자리

병산서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병산서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병산서원은 조선 중기 문신 서애 류성룡이 제자를 가르치던 곳에서 출발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제자들이 위패를 모시는 사당 존덕사를 세워 서원의 모습을 갖췄다. 강학 공간과 제향 공간이 앞뒤로 나뉘고, 그 앞을 누각이 막아서는 배치는 조선 서원 건축의 전형으로 꼽힌다.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한국의 서원' 아홉 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고 병산서원도 그중 하나다. 등재된 서원 가운데서도 강과 산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인 짜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물 하나하나를 뜯어보기보다 마당 어디에 서서 어느 방향을 보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병산서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병산서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경내를 한 바퀴 도는 데는 30분 안팎이면 넉넉하다. 복례문에서 만대루, 입교당, 존덕사까지 거리가 짧고 계단도 몇 단뿐이다. 강변까지 내려가 물가를 걷는다면 한 시간 정도를 잡으면 된다. 관람 시간은 여름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겨울철에는 오후 5시까지이며 주차장은 요금을 받지 않는다.

서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오랫동안 좁은 비포장 구간이었다. 안동시가 올해 봄부터 진입도로 확포장 공사를 진행해 흙먼지가 날리던 구간을 정비했다. 공사 기간에는 차량 통행이 제한된 날이 있었던 만큼, 주말에 맞춰 가려면 출발 전 통행 상황을 한 번 보고 가는 편이 낫다.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나들목에서 차로 20분 거리이며, 안동 하회마을과 같은 풍천면에 있어 두 곳을 함께 돌아보기 좋다. 대중교통은 안동터미널과 안동역 쪽에서 하회마을 방면 버스를 타고 중간에 내려 걸어 들어가는 방법을 쓴다. 운행 횟수가 많지 않아 자가용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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