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천년숲정원 / 한국관광공사-박장용 |
경주 남산 아래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 부지는 50년 가까이 연구용 시험림으로 쓰여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었다. 2023년 그 가운데 약 33만㎡, 10만 평이 경북천년숲정원으로 열렸다. 수십 년 동안 베어내지 않고 키운 나무가 그대로 남아 있어, 새로 흙을 돋워 만든 정원과 달리 줄기가 굵고 키가 큰 나무가 길 위를 덮는다. 경상북도가 137억 원을 들여 손본 첫 공립 지방정원이다.
정원 안에는 910종, 54만여 그루의 나무와 화초가 심겨 있고 13개 테마정원이 산책로로 이어진다.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메타세쿼이아숲 사이로 실개천이 흐르는 '거울숲'이다. 물 위에 놓인 외나무다리에 올라서면 양옆으로 곧게 선 줄기와 그 색이 수면에 겹쳐 보인다. 잎이 물드는 철에는 머리 위와 발밑이 같은 색을 띤다.
물에 한 번 더 비치는 거울숲
경북천년숲정원 / 한국관광공사-박장용 |
거울숲의 실개천은 수심이 얕고 물살이 느려 수면이 흔들리지 않는다. 메타세쿼이아는 가을에 붉은 갈색으로 물드는데, 그 색이 물에 비쳐 아래쪽으로 한 번 더 번진다. 숲 바닥에는 떨어진 잎이 두껍게 깔려 길과 물가의 경계가 흐려진다.
외나무다리는 한 사람이 지나갈 폭이다. 다리 가운데에서 보면 나무가 양쪽으로 좁혀지며 끝이 한 점으로 모이고, 물 쪽으로도 같은 모양이 뒤집혀 비친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아 주말에는 다리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생긴다.
경북천년숲정원 / 한국관광공사-박장용 |
숲 안쪽에는 연구용으로 줄을 맞춰 심은 나무가 그대로 남아 있다. 한 종을 여러 줄로 붙여 심은 구간이 많아 같은 높이의 줄기가 길 양쪽에서 반복되고, 그 사이로 시야가 안쪽까지 길게 트인다. 시험림으로 쓰던 흔적이 지금은 풍경이 된 셈이다.
13개 정원을 잇는 완만한 산책로
경북천년숲정원 / 한국관광공사-박장용 |
테마정원은 나무와 꽃의 종류에 따라 구역이 나뉘어 있다. 단풍나무를 모아 심은 정원은 색이 가장 진하게 나오는 구간이고, 소나무와 활엽수가 섞인 구역은 초록과 노란색이 함께 남는다. 연못과 계류를 지나는 구간에서는 물에 비친 나무가 계속 따라온다.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넓어 걷는 부담은 적다. 다만 구간마다 흙길과 데크길이 번갈아 나오고 돌을 밟고 건너는 곳도 있어, 바닥이 얇은 신발보다 밑이 단단한 신발이 편하다. 숲이 깊어 해가 기울면 안쪽부터 어두워진다.
메타세쿼이아와 단풍나무는 보통 11월 초순에 색이 가장 깊어진다. 그 시기 전후로는 나무 종류에 따라 물드는 속도가 달라 초록과 붉은색이 섞인 숲을 보게 된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경북천년숲정원 / 한국관광공사-박장용 |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산책로를 따라 거울숲까지 다녀오는 데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면 된다. 13개 정원을 모두 지나는 길로 돌면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입장료와 주차료를 받지 않는다.
관람 시간은 3월부터 10월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이며 입장은 오후 4시 30분까지다.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후 4시에 문을 닫고 입장 마감이 오후 3시 30분으로 당겨진다. 단풍이 드는 철에 가면 겨울 시간이 적용되므로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1월 1일과 설·추석 당일은 문을 닫는다.
주소는 경상북도 경주시 통일로 366-4로, 경주 시내에서 남산 방향으로 통일로를 따라 내려가면 된다. 같은 길에 통일전과 남산 등산로 입구가 있어 반나절 일정으로 묶어 돌기에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