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냄비에 반달 모양 무와 마른 멸치를 넣고 간장 양념에 졸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10월로 들어서면 무가 제대로 굵어진다. 속이 단단하게 찬 무를 한 통 사 오면 국에도 넣고 생채로도 무치지만, 밥반찬으로 가장 자주 하는 것은 간장에 졸인 무조림이다. 짭짤하고 달게 졸인 무 한 조각을 밥 위에 얹으면 다른 반찬이 없어도 한 끼가 된다.
그런데 집에서 무만 넣고 졸이면 맛이 심심하다. 간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한참 졸였는데도 양념 맛만 겉돌고, 식당에서 먹던 생선무조림 같은 구수한 맛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반찬 하나 만들려고 갈치나 고등어를 한 토막 사 와 손질하는 일은 번거롭다.
생선을 넣지 않고도 그 맛에 가까워지는 방법이 있다. 볶아 먹으려고 사 둔 마른 멸치를 한두 줌 집어서 무와 함께 양념에 넣고 졸이는 것이다.
무만 졸였을 때 맛이 겉도는 이유
맑은 무 조림 국물에 반달 모양 무만 한 겹으로 담긴 냄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무는 거의 수분으로 채워진 채소라서 그 자체의 맛이 아주 옅다. 그래서 무조림의 맛은 무가 양념 국물을 얼마나 머금었는지로 결정되는데, 국물에 든 맛이 단순하면 아무리 오래 졸여도 무 속까지 밴 맛도 단순해진다.
간장과 고춧가루, 설탕으로 낸 국물에는 짠맛과 단맛, 매운맛만 들어 있다. 생선무조림이 다른 것은 아래에 깔린 무가 위에서 끓는 생선에서 나온 국물을 그대로 받아 가며 익기 때문인데, 입에 넣었을 때 혀에 남는 구수한 맛이 바로 그 국물에서 온다.
마른 멸치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멸치는 삶아서 말리는 사이에 감칠맛이 살 안쪽에 모여 있어, 뜨거운 양념 국물에 들어가면 그 맛이 국물 쪽으로 풀려 나온다. 그래서 멸치는 다 졸인 뒤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무와 같이 넣어, 국물이 줄어드는 동안 무가 그 맛을 빨아들이게 해야 한다.
마른 멸치로 간장 무조림 감칠맛 내는 방법
손질한 중간 크기 마른 멸치와 2cm 두께 반달 무를 조리 전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무는 가운데 통통한 부분을 2cm 두께로 둥글게 썬 다음 반으로 잘라 반달 모양으로 준비한다. 멸치는 국물 낼 때 쓰는 중간 크기가 좋고 한두 줌이면 충분한데, 머리와 검은 내장을 떼어 내야 졸인 뒤에 쓴맛이 돌지 않는다. 양념은 간장 4큰술에 고춧가루 1큰술, 설탕 1큰술, 맛술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을 섞어 간장이 고춧가루보다 넉넉히 들어가는 비율로 맞춘다.
냄비는 넓적한 것을 골라 바닥에 무를 겹치지 않게 한 겹으로 깔고, 그 위에 양념을 골고루 끼얹은 다음 멸치를 흩어 올린다. 물은 무가 반쯤 잠길 만큼만 2컵 정도 붓는다. 무에서도 물이 나오기 때문에 처음부터 물을 넉넉히 부으면 졸이는 시간만 길어진다.
넓적한 냄비에 무를 한 겹으로 깔고 양념과 멸치를 올린 조리 전 상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센 불에서 국물이 끓어오르면 중약불로 줄이고 뚜껑을 덮어 30분을 둔다. 무는 뒤집지 않고 중간에 두세 번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위에 끼얹어 주면 윗면까지 색이 고르게 든다. 멸치는 건져 내지 않고 그대로 두는데, 끝까지 함께 졸인 멸치는 무와 같이 먹어도 맛이 좋다.
숟가락으로 조림 국물을 떠서 무 윗면에 끼얹는 중간 조리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국물이 바닥에 자작하게 남을 정도로 줄고 무가 속까지 비칠 듯 투명해지면 다 된 것이다. 젓가락을 꽂았을 때 걸리는 느낌 없이 쑥 들어가면 익은 것이니 불을 끈다. 국물이 적게 남은 끝 무렵에는 바닥이 금방 눌어붙으니 불을 가장 약하게 낮추고 냄비 앞을 지키는 것이 좋다. 마지막에 어슷 썬 대파와 고추를 올려 2분쯤 더 두면 향이 돈다.
멸치 종류는 가려 쓰는 것이 좋다. 손바닥만큼 큰 다시용 멸치는 내장이 많아 오래 졸이면 쓴맛이 남고, 볶음용 잔멸치는 끓는 사이에 다 부서져 국물만 탁해진다. 멸치 자체에 짠맛이 있으니 간장은 적어 보일 만큼 넣고 다 졸인 뒤에 맛을 봐서 더하는 편이 안전하다.
무가 가장 단단하고 단맛이 오르는 철이니 한 통 사 두고 반은 조림으로 졸여 보길 권한다. 생선을 사러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멸치만 꺼내도 밥상에 올릴 반찬 하나가 그만큼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