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코스모스가 핀 악양둑방 / 사진-함안군 |
[투어코리아=민경원 기자] 가을이 깊어지는 10월, 경남 함안은 낮과 밤의 표정이 뚜렷하게 달라지는 여행지다. 낮에는 남강을 따라 이어지는 둑방에서 코스모스와 노을을 감상하고, 해가 지면 무진정 일원에서 불빛과 공연, 국가유산 이야기가 이어진다.
넓은 들판과 강변 풍경을 걷고 오래된 역사 공간에 머문 뒤 밤에는 전통 불꽃을 바라보는 일정까지 더하면 함안의 가을을 하루 안에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다.
코스모스 물든 악양둑방…가을 산책은 여기서 시작
함안 가을여행의 첫 코스로는 법수면 악양둑방이 어울린다. 함안군은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11일까지 악양둑방 가을 꽃길을 운영하고 있다. 둑방길 3.6km와 하천 둔치 약 13ha에 일반 코스모스와 황화코스모스를 중심으로 꽃밭을 조성했다.
남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악양둑방은 탁 트인 시야가 매력이다. 둑길을 걸으며 한쪽으로는 꽃밭을, 다른 한쪽으로는 강과 들판을 바라볼 수 있어 산책과 사진 촬영을 함께 즐기기 좋다.
악양둑방길 가을풍경/사진-함안군 |
붉은 풍차도 악양둑방을 대표하는 풍경 가운데 하나다. 꽃밭과 강변, 풍차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지점은 가을철 사진 명소로 꼽힌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하늘을 지나는 경비행기를 볼 수도 있다. 둑방 아래에서는 함안 일대를 내려다보는 경비행기 체험도 가능해 지상에서 바라보는 풍경과는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남강 건너 기암절벽 위에 자리한 악양루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높은 곳에서 남강과 너른 들판을 바라보며 비교적 한적하게 함안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500m 야간 조명 더해진 꽃길…노을 질 때 더 낭만적
악양둑방의 매력은 해가 기울수록 더욱 짙어진다. 꽃길 운영 기간 가운데 일부 구간에는 야간 조명과 바람 깃발이 설치돼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든다.
둑방길 약 500m 구간을 따라 이어진 깃발과 조명은 저녁 산책에 분위기를 더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노을 시간대에 맞춰 풍차 주변에서 거리공연도 펼쳐진다.
함안 악양둑방 '야행 페스티벌' /사진-함안군 |
먹거리장터와 체험 부스도 함께 운영해 단순히 꽃을 보고 돌아가는 일정이 아니라 공연과 먹거리, 체험까지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지난 9월 29일 오후 6시 30분에는 바람 깃발 점등식과 거리공연이 진행되며 ‘악양둑방 야행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렸다.
차석호 함안군수는 “악양둑방의 낮 꽃길에 야간 볼거리와 공연, 먹거리, 체험을 더한 야행 페스티벌에서 방문객들이 더욱 풍성한 가을 추억을 만들어 가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함안 악양둑방 '야행 페스티벌 / 사진-함안군 |
400개 낙화봉이 밤을 수놓는다…함안 국가유산 야행
낮 동안 악양둑방의 가을 풍경을 즐겼다면 저녁에는 무진정으로 향해보자.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동안 무진정과 성산산성, 대산리 석조삼존상 일원에서는 ‘2026 함안 국가유산 야행’이 열린다.
지난 2024년 함안 국가유산 야행에서 펼친 낙화놀이와 가곡공연/사진-함안군 |
주제는 ‘무궁무진(無窮無盡)!’이다. 낮에는 지나치기 쉬운 국가유산의 아름다움을 야간 조명과 공연, 해설,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보여주는 행사다.
프로그램은 야경, 야로, 야설, 야사, 야화, 야시, 야식, 야숙 등 8개 주제로 구성된다.
밤길을 걸으며 국가유산을 감상하고, 전통 공연과 해설을 듣고, 장터와 먹거리, 체험 프로그램까지 즐길 수 있어 여행객이 머무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린다.
가장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은 ‘함안낙화놀이’다. 이번 야행에서는 400개의 낙화봉을 활용해 전통 불꽃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대형 불꽃축제와는 달리 연못 주변을 따라 이동하며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낙화가 떨어지는 모습을 감상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고정 좌석은 두지 않고 팀별로 연못을 순환하며 관람하도록 운영한다.
무진정에서는 수묵 애니메이션과 먹글씨 영상, 비파와 기악 연주를 결합한 ‘무진정 묵향 스크린 퍼포먼스’도 펼쳐진다.
관광객이 직접 행렬에 참여하는 ‘선비들의 왁자지껄 밤길사색’과 국가유산 해설 프로그램도 마련돼 함안의 역사와 문화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
함안 국가유산 야행은 방문객 안전과 원활한 운영을 위해 사전예약제로 진행된다.
지난 2024년 함안 국가유산 야행에서 함안군수 행렬을 진행했다 /사진-함안군 |
600년 충절의 흔적 따라…고려동유적지
함안의 역사를 조금 더 깊게 만나고 싶다면 산인면의 고려동유적지로 이동해볼 만하다. 이곳은 고려 후기 성균관 진사였던 이오 선생이 새 왕조에 벼슬하지 않고 절의를 지키기 위해 정착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오 선생은 이곳에 ‘고려동학’이라는 비석을 세우고 고려 유민의 거주지임을 드러냈으며, 벼슬길을 멀리한 채 자급자족하며 생활했다. 후손들은 19대에 걸쳐 약 600년 동안 선조의 뜻을 이어 유적을 보존했다.
화려한 건축물보다 한 집안이 오랜 세월 지켜온 가치와 정신에 초점을 맞춰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주변 길도 비교적 잘 정비돼 있어 천천히 걸으며 함안의 역사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 정원문화 만나는 ‘무기연당’
칠원읍에서는 조선 후기의 전통 정원을 만날 수 있다. 함안 무기연당은 영조 4년 이인좌의 난 때 의병을 일으킨 주재성 선생의 생가에 조성된 연못이다.
연못 한가운데에는 산의 형태를 표현한 섬이 자리하고 있으며 주재성 선생은 이 연못을 ‘국담’이라 부르며 학문에 힘쓴 것으로 전해진다. 주변에는 풍욕루와 하환정, 충효사가 자리하고 있고 담장과 일각문인 영귀문도 남아 있다.
조선 후기 연못과 정원의 기본적인 형태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어 전통 정원문화와 건축 공간에 관심 있는 여행객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여름엔 해바라기, 가을엔 들판 산책…강주해바라기마을
악양둑방과 가까운 법수면 강주리에는 강주해바라기마을도 있다.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해바라기를 심고 가꿔온 곳으로, 매년 여름이면 넓은 들판이 노란빛으로 물든다.
특히 7월에는 해바라기 축제가 열려 많은 방문객이 찾는다. 가을에는 해바라기 절정 시기는 지났지만, 마을 풍경과 들판을 따라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주민들이 직접 꽃밭을 관리하고 축제를 운영한다는 점에서도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지역 공동체가 만들어낸 여행지라는 의미가 있다.
비 오는 날엔 실내 문화공간…살롱드꿈북
날씨가 흐리거나 아이와 함께 움직인다면 군북면의 ‘살롱드꿈북’을 일정에 넣어도 좋다. 도시재생예비사업으로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역 주민과 여행객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1층에는 공유주방이 있고, 2층은 원데이 클래스 공간과 놀이방, 수유실, 미팅룸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연이나 대형 관광지를 찾는 여행과는 분위기가 다르지만, 지역 주민의 일상과 가까운 공간에서 소규모 체험이나 문화 프로그램을 즐기고 싶을 때 활용하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