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논이었다는데 11.2km가 통째로 습지예요"... 갈대와 둠벙 사이로 이어지는 산지 생태길


운곡람사르습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운곡람사르습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아산면 산자락에는 한때 계단식 논이 층층이 놓였던 골짜기가 있다. 저수지가 들어서며 농사짓던 사람들이 골짜기를 떠났고, 논둑은 무너지고 물길은 제멋대로 흘렀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자 논은 다시 늪이 됐다. 지금 이 골짜기를 부르는 이름이 운곡람사르습지다.

습지 바닥에는 옛 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층을 이루던 논둑 자리마다 물이 고여 크고 작은 둠벙이 생겼고, 그 사이를 갈대와 물억새가 메웠다. 산으로 둘러싸인 자리라 바닷가 갯벌 습지와는 풍경이 다르다. 국내 산지 습지 가운데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대표적인 곳이고, 습지를 가로지르는 생태길은 모두 11.2km다.

논둑 자리에 들어선 둠벙과 갈대밭

운곡람사르습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운곡람사르습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습지에 들어서면 평평한 들판이 아니라 완만하게 층이 진 지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논을 만들려고 쌓았던 둑이 그대로 남아 물을 가두고 있어서, 낮은 계단처럼 이어진 물웅덩이가 골짜기 위쪽으로 계속된다. 웅덩이마다 수심이 달라 수생식물이 자라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여름 내내 키를 키운 수풀이 꺾이는 초가을에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물길과 둠벙이 드러난다. 갈대가 이삭을 내밀어 빛을 받으면 습지 전체가 밝아지고, 물가에 선 나무들이 색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초록 일색이던 풍경에 여러 색이 섞인다. 탐방로 중간의 조류관찰대에서는 물가에 내려앉은 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운곡람사르습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운곡람사르습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골짜기 안쪽 안덕제 주변은 가시연꽃 군락지다. 잎이 넓게 퍼져 수면을 덮는 식물이라 물때가 아니어도 저수지 가장자리를 덮은 잎의 모양이 눈에 띈다. 생태길은 이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습지 쪽으로 돌아온다.

3.6km 한 바퀴와 11.2km 전체 길

가장 짧은 1코스는 고인돌 유적지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 생태연못과 조류관찰대를 지나 돌아오는 3.6km 길이다. 걷는 데 1시간 30분쯤 걸리고, 습지의 주요 지형을 한 번에 훑는 구간이라 처음 오는 사람에게 적당하다.

더 걷고 싶으면 안덕제 가시연꽃 군락지까지 도는 9.6km 2코스를 고르면 된다. 3시간 정도 잡으면 되고, 저수지와 습지를 모두 지나기 때문에 물가 풍경이 여러 번 바뀐다. 생태길 전체를 이어 걸으면 11.2km가 된다.

무료 해설과 탐방열차, 찾아가는 길

운곡람사르습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운곡람사르습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고창군은 해설사가 동행하는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시간 30분가량 걸으며 습지가 되살아난 과정과 계절마다 달라지는 식생을 설명해 주고, 참가비는 받지 않는다. 출발지는 고인돌 유적지와 운곡람사르습지자연생태공원 두 곳이다.

생태공원 쪽에서는 습지 입구까지 탐방열차를 탈 수 있다. 요금은 편도 기준 중학생 이상 2,000원, 초등학생 이하 1,000원이고 65세 이상은 신분증을 보여주면 무료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시에 출발하며 낮 12시대는 쉰다. 월요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운곡람사르습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운곡람사르습지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차로 갈 때는 목적지에 따라 주차장이 갈린다. 저수지와 생태공원을 둘러볼 계획이면 아산면 운곡서원길의 친환경주차장에, 오베이골 습지부터 볼 생각이면 고인돌박물관 주차장에 세우고 20분쯤 걸어 들어가면 된다. 습지 자체는 연중 개방돼 있어 걷는 데 따로 입장료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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