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읍성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돈복 |
전북 고창군 고창읍 한복판에는 낮은 야산 하나가 통째로 성벽에 감싸인 자리가 있다.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그대로 쌓아 올린 성벽이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조선 초에 쌓은 고창읍성이다.
이 성은 다른 고을의 읍성과 자리를 잡은 방식부터 다르다. 보통은 고을 한가운데 평지에 성을 두르는데 이곳은 진산인 반등산을 에워싸며 올라가고, 왜구가 자주 들이닥치던 서해안 내륙을 지키려고 1453년 무렵 전라도 19개 고을이 구간을 나눠 맡아 쌓았다.
성벽 1684미터를 한 바퀴 도는 길
고창읍성(모양성)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이 성의 성벽은 둘레가 1684미터로, 야산의 능선을 따라 한 바퀴가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높이는 구간에 따라 4미터에서 6미터 사이로 달라지고 성 안 면적은 18만 9764제곱미터에 이른다. 성곽을 따라 한 바퀴를 도는 데는 중간중간 걸음을 멈춘다고 보고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쯤 잡아야 한다.
고창읍성(모양성)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
성 안팎을 드나드는 문은 네 방향 가운데 세 곳에만 났다. 북쪽 정문인 공북루와 서쪽 진서루, 동쪽 등양루가 각각 자리를 잡았고 남문은 애초에 내지 않았다. 문 앞을 한 번 더 감싸는 옹성 세 곳과 성벽 밖으로 튀어나온 치성 여섯 곳도 함께 남았다.
성곽길에 오르기 전에는 신고 온 신발부터 한 번 살펴야 한다. 정문에서 오르기 시작하면 초반 구간의 경사가 제법 가파르고 발을 딛는 자리가 다듬지 않은 돌이라, 비가 온 뒤에는 젖은 돌과 진창이 겹쳐 미끄러진다.
8월 하순에 이 성을 걷는 시간
고창읍성(모양성)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
성 안에서 제대로 그늘이 지는 자리는 서쪽 한 구간에 몰려 있다. 그곳에 맹종죽림이 조성돼 있는데 1935년에 심은 대숲이고 맹종죽은 다 자라면 키가 20미터에 이르러, 대나무 사이로 들어서면 바깥과 공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다만 이 대숲이 성 전체를 덮을 만큼 넓게 퍼지지는 않았다. 소나무도 대숲 경계에 섞여 자라기는 하나 성곽길의 나머지 구간은 하늘이 그대로 트여서, 한낮에는 성벽 위에 그늘이 거의 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여름에는 성곽에 오르는 시간대를 아예 옮기게 된다. 이 성은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중 문을 열어 두고 어두워지면 성곽을 따라 조명이 들어온다. 해가 기운 뒤에 올라 불 켜진 성벽을 걷는 사람이 여름에 특히 많다.
입장료와 성벽을 도는 옛 풍습
고창읍성(모양성)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이 성에 들어가는 데 드는 돈은 어른 한 사람에 3000원이다. 청소년과 군인은 2000원, 어린이는 1500원이고 65세가 넘으면 따로 받지 않는다. 성 밖 주차장은 승용차 100대쯤을 댈 수 있는 크기여서 버스가 함께 들어와도 자리가 남는다.
이 성에는 성벽 위를 걸어 도는 오래된 풍습이 하나 전해 내려온다. 부녀자들이 머리에 돌을 이고 성벽 위를 걷는 답성놀이인데, 한 바퀴를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를 돌면 오래 살며 세 바퀴를 돌면 극락에 간다고 여겼다. 돌을 이고 오른 데는 성벽을 밟아 다진다는 실용적인 뜻도 함께 있었다.
고창읍성(모양성)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
이 풍습을 사람들이 모여 재현하는 때는 해마다 가을이다. 모양성제가 올해는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닷새 동안 열리니, 8월에 찾아오면 사람에 밀리지 않고 성곽을 도는 대신 재현 행사는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