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 풍력발전단지(바람의언덕) / 한국관광콘텐츠랩-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강원도 태백 매봉산 능선에는 초록 배추가 산등성이를 통째로 덮은 자리가 있다. 해발 1300미터가 넘는 높이에서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능선이 겹겹이 이어지고, 그 위로 흰 풍력발전기가 천천히 돌아간다.
이 배추밭은 경치를 보여 주려고 만든 곳이 아니다. 1960년대에 정부가 산림 벌목 문제를 풀려고 화전민을 이 산으로 옮겨 살게 하면서 산비탈을 개간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밭이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조성된 고랭지 배추밭으로 불린다. 지금도 이곳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생업 현장이다.
해발 1300미터에서 배추를 키우는 이유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바람의언덕) / 한국관광콘텐츠랩-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배추밭이 걸쳐 있는 높이는 해발 1100미터에서 1300미터 사이다. 정상에서 8부 능선까지 132만 제곱미터, 40만 평쯤이 배추로 채워지는데 그 넓이 때문에 능선을 따라 초록 융단을 깔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 높이는 배추가 자라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준다. 7월과 8월 평균 기온이 12도에서 19도에 머물고 초속 5미터에서 8미터의 바람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밤낮의 기온 차까지 커서 평지에서는 여름에 기르기 어려운 배추가 이곳에서는 단단하게 자란다.
이 밭은 2016년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농산물우수관리 인증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매봉산이라는 이름 자체도 원래는 천의봉이었고,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길목이자 낙동정맥이 갈라져 나가는 지점이기도 하다.
초록 배추밭이 남아 있는 시기
매봉산 바람의 언덕 / 한국관광콘텐츠랩-황성훈 |
이 밭의 배추 출하는 8월에 접어들면서 시작된다. 8월에 뽑기 시작해 9월 중순까지 출하가 몰리기 때문에, 능선을 빈틈없이 채운 배추를 보려면 7월에서 8월 초순 사이에 찾는 편이 낫다.
8월 하순으로 접어들면 밭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진다. 수확이 상당히 진행돼 자리에 따라 흙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대신 밭에서 배추를 뽑아 트럭에 싣는 농사철 풍경을 보게 된다.
배추밭 위쪽 능선에서는 풍력발전기가 함께 돌아간다.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운 것인데 노후 설비를 바꾸는 작업이 이어져 지금 서 있는 대수는 그때그때 다르다. 사진 찍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면 미리 확인하고 나서는 편이 낫다.
영농기에 통제되는 좁은 농로
매봉산 바람의 언덕 / 한국관광콘텐츠랩-황성훈 |
이 배추밭으로 올라가는 길은 폭이 좁은 농로다. 편도 1차선 시멘트 포장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차가 마주치면 비켜서기 어렵고, 출하가 몰리는 시기에는 대형 운송 트럭까지 오르내려 마찰이 생기곤 한다.
그래서 농사가 한창인 영농기에는 통행이 제한된다. 해마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마을 통제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 성수기에는 삼수령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무료 셔틀을 운행하며 일반 차량을 아예 막은 해도 있었다.
태백시는 밭에 오르는 대신 다른 자리를 권하기도 한다. 농사철에는 인근 천상의 숲 전망대에서 능선을 건너다보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으니, 출하가 한창일 때는 이쪽을 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 / 한국관광콘텐츠랩-황성훈 |
이 언덕에 오르기 전에 확인해 둘 것이 하나 더 있다. 해마다 통제 구간과 셔틀 운행 여부가 달라지므로 태백시 관광안내소로 그해 상황을 물어보고 출발하면 헛걸음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