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호 ⓒ박종권/사진-진안군 |
[투어코리아=민경원 기자] 전북 진안의 가을은 산과 계곡, 호수가 차례로 색을 바꾸며 시작된다.
‘호남의 지붕’이라 불리는 고원 지대답게 마이산과 구봉산, 운일암반일암, 용담호 등 곳곳에서 서로 다른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등산으로 단풍을 즐기거나 계곡을 따라 걷고, 호숫길을 달리며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올해 10월 4일~5일 열린 ‘2026 진안고원 마이산 가을꽃 축제’에는 약 2만5000명이 몰렸다. 축제는 끝났지만 10월 중순부터는 마이산과 구봉산, 운일암반일암 등 진안의 산과 계곡이 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시기다.
마이산, 가을이면 이름도 ‘마이봉’
진안 가을 여행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역시 마이산이다. 숫마이봉과 암마이봉이 나란히 솟은 모습이 말의 두 귀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은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특히 가을에는 붉은 단풍 사이로 드러난 두 봉우리의 모습 때문에 ‘마이봉’이라 불려왔다. 숫마이봉은 해발 681m, 암마이봉은 687m다.
가을 마이산의 매력은 바위 봉우리와 단풍이 만들어내는 강한 대비다.
마이산 /사진-진안군 |
남부 코스로 들어서면 마이산을 대표하는 탑사를 만날 수 있다. 크고 작은 돌탑 80여 기가 바위 절벽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들고, 은수사와 금당사 등 문화유산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마이산 북부에서는 조금 더 여유로운 여행도 가능하다. 마이농촌테마공원 일원에서는 ‘퐁당퐁당 족욕소풍’이 오는 11월 8일까지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고 있어 단풍 산책 뒤 야외 족욕으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구봉산, 100m 구름다리 위에서 보는 고원 단풍
마이산보다 조금 더 역동적인 가을 산행을 원한다면 구봉산이 어울린다.
해발 1002m의 구봉산은 이름 그대로 아홉 개 봉우리가 줄지어 이어지는 산이다. 기암괴석이 연속되는 능선 풍경이 특징이며, 4봉과 5봉을 연결하는 길이 100m의 구름다리는 구봉산을 대표하는 포인트다.
구봉산 구름다리 |
가을에는 봉우리 사이로 단풍이 번지면서 바위 능선과 붉고 노란 숲이 함께 펼쳐진다.
정상에서는 운장산을 비롯해 덕유산과 지리산 방향까지 조망할 수 있어 하루 산행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체력 여유가 있다면 마이산보다 구봉산을 중심으로 가을 산행 일정을 잡아보는 것도 좋다.
운일암반일암, 계곡 단풍 따라 걷는 가을
산 정상까지 오르는 일정이 부담스럽다면 운일암반일암이 좋은 선택지다.
운장산 동북쪽 아래로 이어지는 주자천 계곡은 약 5km에 걸쳐 기암절벽과 맑은 물,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이어진다. ‘구름과 햇빛이 쉬어가는 곳’이라는 이름처럼 계곡이 깊고 숲이 울창해 가을에는 단풍과 계곡 풍경을 함께 즐기기 좋다.
운일암반일아 계곡 /사진-투어코리아 |
특히 운일암반일암 구름다리는 길이 220m, 폭 1.5m 규모다.
제1주차장에서 데크 탐방로를 거쳐 구름다리와 무지개다리를 돌아오는 코스는 약 60분 정도 걸려 가벼운 트레킹으로도 적합하다. 구름다리와 주차장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계곡 아래로 펼쳐진 단풍을 내려다보며 걷는 경험은 마이산이나 구봉산과는 또 다른 진안의 가을을 보여준다.
용담호, 걷지 않아도 즐기는 가을
등산 대신 차 안에서 느긋하게 단풍을 즐기고 싶다면 용담호로 방향을 돌려보자.
진안군은 용담호를 ‘하늘과 호수가 맞닿은 드라이브 명소’로 소개하고 있다. 넓은 호수와 주변 산자락이 이어지면서 가을에는 수면과 단풍이 함께 어우러진 고요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용담호 /사진-투어코리아 |
안천면 삼락리 일대 용담댐 조각공원도 함께 들러볼 만하다. 이곳에는 조각가 이웅휘의 환경예술 작품 약 204점이 전시돼 있으며, 잔디와 소나무, 자연석, 벤치 등이 조성돼 있어 용담호를 바라보며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가을 단풍철에는 산행보다 호숫길 드라이브와 산책을 선호하는 가족 여행객이나 중장년층에게 특히 잘 맞는 코스다.
용담댐 조각공원/사진-투어코리아 |
산약초타운, 구절초에서 약초정원까지
마이산 북부 인근에는 진안군 산약초타운이 자리한다. 전시관과 약초효능원, 사상체질의 숲, 초화원 등이 조성돼 있어 진안의 다양한 약초와 식생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산약초타운 /사진-투어코리아 |
맥문동과 비비추, 원추리 등 다양한 약초류와 조경수가 어우러진 정원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가을이면 구절초 군락이 흰빛으로 물들며 마이산의 독특한 산세와 어우러져 한층 운치 있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고원 숲에서 하루 쉬어가는 여행
진안은 단풍 명소만 보고 돌아가기보다 하루 이상 머물 때 매력이 더 잘 드러난다.
진안군은 현재 국립진안고원산림치유원을 대표적인 자연 힐링 공간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진안고원치유숲 방면 대중교통 노선도 운영하고 있다. 숲 체험과 휴식을 중심으로 일정을 잡으면 산행 중심 여행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안을 경험할 수 있다.
진안고원 치유숲 /사진-투어코리아 |
운장산자연휴양림 역시 깊은 산속에서 가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운장산 일대 숲길과 계곡, 휴양시설을 활용하면 하루 산책부터 숙박까지 가능해 가족이나 소규모 여행객이 조용히 쉬어가기 좋다.
진안의 과거가 궁금하다면 역사박물관으로
날씨가 흐리거나 여행 중 잠시 실내 코스를 찾는다면 진안역사박물관도 있다.
진안역사박물관 / 사진-투어코리아 |
진안역사박물관은 용담다목적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의 유물과 주민들의 삶을 기록·보존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1층에는 고고관과 민속관이, 2층에는 기록관과 기획전시관 등이 들어서 있다. 용담댐 수몰지역에서 발굴된 선사·고고 유물부터 마이산 석탑군, 진한풍물, 금척무, 매사냥, 고지도와 고문서 등 진안의 역사와 문화를 폭넓게 살펴볼 수 있다.
10월 중순을 지나며 고원지대의 가을색이 점차 깊어지는 지금, 산을 오르고 계곡을 걷고 호숫길을 달리며 진안의 가을을 천천히 만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