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열어 둔 냄비에 아욱된장국이 끓고, 곁에 들기름 병과 계량스푼이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아욱은 값이 싸고 손질도 어렵지 않아 장을 보다 한 단 집어 오기 쉬운 채소인데, 막상 된장국을 끓여 놓고 한 숟갈 떠먹어 보면 밍밍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국물은 맑고 깔끔한데 구수한 맛이 받쳐 주지 않아 밥반찬으로는 어딘가 모자란 국이 된다.
이럴 때 대부분 된장을 한 숟갈 더 풀어 넣는다. 그런데 된장을 더 넣으면 짠맛만 앞으로 나오고 국물은 오히려 텁텁해져서, 몇 번 떠먹다 보면 숟가락이 느려진다. 멸치를 더 넣어 봐도 시원한 맛이 조금 보태질 뿐 구수한 맛은 따로 생기지 않는다.
아욱된장국의 구수한 맛을 살리는 것은 된장 양이 아니라 들기름 한 숟갈이다. 넣는 시점만 지키면 평소와 똑같은 재료로 끓인 국의 맛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된장을 더 풀어도 텁텁해지기만 하는 아욱국
체에 푼 된장이 쌀뜨물에 고르게 풀린 냄비 안으로 아욱을 넣기 전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아욱은 잎이 연하고 맛이 순한 채소라서 국물에 내놓는 맛 자체가 강하지 않고, 그래서 된장과 멸치만 넣고 끓이면 짠맛과 시원한 맛은 나는데 입안에 남는 고소한 맛이 비어 있다. 여기서 된장을 더 풀면 소금기와 함께 콩에서 나온 거친 맛까지 같이 진해져 국물이 텁텁해지는데, 물 대신 쌀을 씻고 받아 둔 쌀뜨물로 국물을 잡으면 쌀에서 나온 전분기가 국물을 부드럽게 감싸 주어 된장의 텁텁한 맛이 한결 덜하다.
그래도 고소한 맛은 쌀뜨물로 채워지지 않는데,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들기름이다. 들기름은 들깨를 볶아서 짠 기름이라 참기름보다 고소한 향이 두껍고 끝에 구수한 맛이 길게 남는다. 다만 이 향은 열에 쉽게 날아가서, 처음부터 넣고 오래 끓이면 기름기만 남고 향은 거의 사라진다. 그래서 들기름은 넣는 시점을 맨 뒤로 미뤄야 한다.
아욱된장국에 들기름 넣어 구수한 맛 살리는 방법
손질한 아욱과 쌀뜨물, 된장, 들기름을 조리대에 필요한 만큼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네 식구 기준으로 아욱 한 단과 쌀뜨물 1.5리터, 된장 두 큰술, 들기름 한 큰술을 준비한다. 쌀뜨물은 쌀을 처음 씻은 물은 버리고 두 번째로 씻은 물을 받아 두면 흙내 없이 쓸 수 있다.
아욱은 줄기 끝의 질긴 껍질을 손으로 벗기고 잎이 큰 것은 반으로 잘라 둔다. 그다음 소금을 조금 뿌려 양손으로 바락바락 주물러 씻는데, 물이 푸른색으로 진하게 우러나올 때까지 두세 번 물을 갈아 주며 주무른다. 이 풋내 섞인 물을 빼지 않으면 국물이 미끈해지고 비린맛이 돈다.
깨끗한 스테인리스 볼에서 아욱 줄기를 손으로 손질하는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냄비에 쌀뜨물을 붓고 된장을 체에 걸러 풀어 끓이다가 국물이 끓어오르면 씻어 둔 아욱을 넣는다. 중불로 낮춰 10분쯤 끓이면 아욱 줄기가 손으로 눌러 뭉개질 만큼 부드러워진다.
여기서 불을 끄기 직전에 들기름 한 큰술을 둘러 넣고 한소끔만 더 끓인다. 한소끔은 국물이 다시 한 번 부르르 끓어오르는 정도로, 길어도 30초를 넘기지 않는다. 뚜껑을 열어 두면 향이 더 빠지니 들기름을 넣은 뒤에는 뚜껑을 덮는 것이 좋다. 국자로 저었을 때 국물 위에 기름이 얇게 돌고 코끝으로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면 다 된 것이다.
끓어오른 아욱된장국 위로 들기름을 한 큰술 둘러 넣는 마무리 단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들기름은 쉽게 산패해서 오래 두면 냄새가 쓴 쪽으로 변하는데, 이런 들기름을 넣으면 국 전체에 그 냄새가 돈다.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넣어 두고 두세 달 안에 쓰는 것이 좋다. 간이 싱거우면 국간장으로 맞추고, 된장을 더 넣어 간을 올리지는 않는다.
아욱 한 단에 들기름 한 숟갈만 더하면 평소 끓이던 국이 훨씬 구수해지니, 다음에 아욱을 사 오면 불을 끄기 전에 들기름을 꺼내 보길 권한다. 똑같은 재료로 끓이고도 식구들이 국그릇을 비우는 속도가 달라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