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천장호 출렁다리/사진=충남도 |
[투어코리아=민경원 기자] ‘청양’ 하면 가장 먼저 고추와 구기자가 떠오르지만, 가을 여행지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칠갑산 자락에는 850년 역사를 간직한 고찰이 숨어 있고, 천장호 위에는 207m 길이의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독립운동가 면암 최익현의 발자취와 조선시대 향교를 따라 걷는 역사여행도 가능하다.
특히 9월에는 청양의 맛과 예술까지 여행에 합류한다. 9월 11일부터 제27회 청양고추구기자축제가 열리고, 청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9월 30일까지 지역 작가 37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자연과 역사만 둘러보던 청양여행에 먹거리와 체험, 전시를 더하기 좋은 시기다.
올가을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여행부터 부모님과 떠나는 나들이까지 두루 어울리는 청양의 여행지를 따라가 본다.
207m 호수 위를 걷는다…청양 대표 명소 ‘천장호출렁다리’
청양에서 짜릿한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정산면 천장리 천장호로 향해보자. 칠갑산 자락과 잔잔한 호수가 맞닿은 풍경 한가운데 청양의 랜드마크인 천장호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천장호 출렁다리 / 사진-청양군 |
2009년 조성된 다리는 총길이 207m에 달한다. 가운데에는 청양의 대표 특산물인 고추와 구기자를 형상화한 높이 16m의 주탑이 우뚝 서 있어 멀리서도 단번에 눈에 들어온다.
다리를 건너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약 20m 구간에서는 발걸음에 따라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출렁임을 경험할 수 있다. 무섭다기보다는 호수 위를 걷는 여행에 적당한 긴장감을 더하는 정도여서 가족 여행객도 도전해볼 만하다.
다리 건너편에서는 전망대와 칠갑산 등산로로 이동할 수 있다. 본격적인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천장호 물길을 따라 황룡정까지 천천히 걸어보는 방법도 있다. 야간에는 낮과 다른 분위기의 천장호를 만날 수 있어 여행 시간을 저녁까지 늘려볼 만하다.
850년 고찰에 국보·보물이…칠갑산 품은 장곡사
출렁다리에서 청양의 자연을 만났다면 대치면 장곡리에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장곡사/청양군 제공 |
장곡사는 850년 보조선사 체징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천년고찰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의 말사로, 산세를 따라 상·하 두 영역으로 나뉘어 있는 독특한 가람 배치가 눈길을 끈다.
오랜 역사만큼 문화유산도 풍부하다. 국보 제58호 장곡사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를 비롯해 보물 제162호 상대웅전, 보물 제181호 하대웅전 등이 전해진다.
사찰을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약 1m 크기에 비늘 모양이 선명하게 표현된 목어와 수령 850년으로 전해지는 괴목도 만날 수 있다. 화려한 관광시설보다 오래된 산사의 고요함을 즐기고 싶은 여행객에게 특히 잘 어울린다.
독립운동가 최익현의 삶을 따라…모덕사
목면 송암리에 자리한 모덕사는 면암 최익현의 항일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역사 공간이다. 1914년 세워졌으며 충청남도문화재자료 제152호로 지정돼 있다.
모덕사/청양군 제공 |
영당에는 최익현 선생의 영정과 위패가 봉안돼 있고, 유품도 살펴볼 수 있다. 고택을 비롯해 중화당과 장서각, 춘추각, 유물전시관 등이 자리해 그의 생애와 사상을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매년 4월 13일에는 항일의거기념 추모제가 열린다. 청양여행을 자연경관 중심에서 역사와 인물 이야기로 확장하고 싶다면 기억해둘 만한 장소다.
태극문양 지나 조선의 교육 공간으로…정산향교
정산면 서정리의 정산향교에서는 조선시대 지역 교육의 흔적을 만난다. 조선 전기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깊은 향교다.
‘정산향교 청아루’ /사진-충남도 |
공간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학생들이 공부하던 강학 영역에는 명륜당과 동재·서재 등이 자리하고, 강학루와 전사청도 남아 있다. 제향 공간인 대성전에는 공자를 비롯한 제자들과 우리나라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입구에서 눈길을 잡는 건 2층 누정인 청아루다. 1층 출입문에 그려진 태극문양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옛 교육 공간 특유의 단정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현재도 봄과 가을에 제향이 이어지며 청양군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단순히 옛 건물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향교가 지닌 교육과 문화의 기능을 엿볼 수 있다.
아이와 청양 간다면…칠갑산 아래 알프스마을
아이를 동반했다면 정산면 천장리 알프스마을까지 동선을 이어보자. 농촌의 자연환경을 계절별 체험과 결합한 마을로, 시기에 따라 여행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
겨울에는 칠갑산 얼음분수축제와 눈썰매가 대표 콘텐츠로 등장하고, 여름에는 물놀이장이 아이들을 맞는다. 칠갑산 자락이라는 자연환경에 놀이와 농촌 체험을 더했다는 점에서 가족 단위 방문객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다.
천장호출렁다리와 같은 정산면에 있어 두 장소를 한 코스로 묶기도 편하다. 오전에는 호수를 걷고 이후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는 식으로 일정을 짜면 아이와 어른 모두 만족할 만한 가족여행이 된다.
“내가 매운맛 최강자”…9월엔 청양고추구기자축제로
9월 청양여행이라면 제27회 청양고추구기자축제를 빼놓기 어렵다. 올해 축제는 9월 11일부터 열리며 청양을 대표하는 고추와 구기자를 단순히 구입하는 것을 넘어 직접 맛보고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청양고추구기자축제 / 사진-청양군 |
대표 프로그램 가운데 ‘대형 김치 겉절이 체험’은 9월 11일과 13일 각각 100명 규모로 진행된다. 참가자가 청양산 고춧가루를 활용한 양념과 배추를 직접 버무리고 완성한 김치를 가져갈 수 있다. 체험비는 3000원이며 회차별 20명을 온라인에서 선착순으로 사전 모집한다.
9월 13일에는 130명이 함께 만드는 ‘구기자 떡 모자이크 체험’도 펼쳐진다. 구기자 가루를 넣은 절편을 글씨와 그림 형태로 맞춰가는 프로그램으로, 체험 후 떡을 가져갈 수 있다. 참가비는 1000원이며 온라인 사전 모집 인원은 30명이다.
매운맛에 자신 있다면 9월 11일 ‘맵부심의 제왕을 찾아라’에 도전해보자. 청양고추의 매운맛을 견디며 최강자를 가리는 행사로 총 50명이 참가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이 가운데 30명을 인터넷으로 먼저 모집한다. 사전 예약은 8월 31일까지 청양고추구기자축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김홍열 청양군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청양을 방문하는 많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을 위해 대형 김치 겉절이 체험과 구기자떡 모자이크 체험 행사 등을 운영한다”며 “청양에 방문하셔서 가족과 함께 즐겁게 체험하고, 담아가는 기쁨을 듬뿍 느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버스 기다리다 미술관 산책…청양터미널갤러리
여행의 마지막은 조금 의외의 장소에서 예술로 채워보자. 청양시외버스터미널 안에 자리한 청양터미널갤러리에서는 9월 30일까지 ‘제20회 청양군미술협회전’이 열린다.
올해로 20회를 맞은 전시에는 청양군 미술협회 작가 37명이 참여해 모두 3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별도의 미술관을 찾아갈 필요 없이 여행객과 주민이 오가는 터미널에서 지역 미술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청양을 여행한다면 버스를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을 작은 미술관 여행으로 바꿀 수 있다. 관람료도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