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에서 주걱으로 떠 올린 뭉친 흰밥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햅쌀이 나오는 늦가을에는 평소와 같은 눈금으로 물을 잡았는데도 밥솥을 열어 보면 밥이 질척하게 떡져 있는 일이 잦다. 주걱을 넣으면 밥알이 한 덩어리로 들러붙어 올라오고, 그릇에 담아도 숟가락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먹기가 영 불편하다.
이럴 때는 대개 보온 상태로 뚜껑을 닫아 두면 물기가 알아서 날아가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나도 밥은 그대로 질고 오히려 밥솥 바닥 쪽이 더 눅눅해지기 쉽다. 결국 다시 밥을 지을지, 남은 밥을 버릴지 고민하게 된다.
살짝 질어진 정도라면 버리지 않아도 된다. 취사가 끝나자마자 밥을 넓은 접시에 얇게 펴고 주걱으로 풀어 뜨거운 김을 날려 보내면 과한 물기가 줄어 뭉친 식감이 한결 덜해진다.
밥솥 안에 갇힌 김이 진밥을 더 질게 만드는 이유
열린 밥솥 뚜껑 안쪽에 맺힌 물방울과 뜨거운 밥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밥이 질어지는 것은 쌀이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물이 많았기 때문인데, 남은 물을 밥알 겉면이 계속 빨아들이면서 표면이 풀어지고 끈기가 강해져 밥알끼리 서로 달라붙는다. 햅쌀은 쌀 자체에 수분이 많아 같은 양의 물로도 밥이 더 질게 되는 편이다.
뚜껑을 닫은 채 기다려도 물기가 빠지지 않는 이유는 밥솥 안에 김이 빠져나갈 곳이 없어서다. 밥에서 올라온 김은 뚜껑 안쪽에 물방울로 맺혔다가 다시 밥 위로 떨어지고, 깊은 솥에 두껍게 쌓인 밥은 가운데까지 열이 오래 남아 계속 눅눅한 상태로 머문다.
넓은 접시에 밥을 얇게 펴면 공기에 닿는 면이 크게 늘어나 뜨거운 김이 그대로 날아간다. 밥이 뜨거울 때 수분이 가장 활발하게 빠져나가므로, 밥솥에서 꺼내는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이 방법의 핵심이다.
떡처럼 뭉친 진밥 물기 줄이는 방법
물기 없이 깨끗한 넓은 흰 접시와 밥주걱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물기 없이 깨끗한 넓은 접시나 쟁반 하나와 주걱이면 충분하다. 접시가 넓을수록 밥을 얇게 펼 수 있어 김이 빨리 빠지므로, 밥 양이 많으면 접시를 두세 개로 나눠 쓰는 것이 좋다.
취사가 끝났다는 신호가 나면 바로 뚜껑을 열고, 밥을 위에서부터 떠서 접시에 옮긴 다음 주걱으로 얇고 고르게 편다. 김이 세게 올라오니 얼굴을 밥솥 가까이 대지 말고 손목을 옆으로 비켜 밥을 뜨는 것이 안전하다.
넓은 흰 접시에 뜨거운 밥을 얇게 펴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밥을 편 뒤에는 주걱을 세워 밥 덩어리를 가르듯 가볍게 풀어 주는데, 위에서 꾹꾹 누르면 밥알이 으깨져 더 끈적해진다. 뭉친 곳을 뒤적여 아래쪽 밥이 위로 올라오게 하면 김이 골고루 빠지고, 올라오는 김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 대부분의 물기가 빠진 것이다.
주걱을 세워 얇게 편 밥을 가볍게 풀어 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너무 오래 펼쳐 두면 겉면 밥알이 말라 딱딱해지므로, 김이 잦아들면 밥알을 한두 개 집어 상태를 보고 바로 먹는 것이 좋다. 다만 죽처럼 밥알이 완전히 퍼진 밥은 김을 날려도 원래 식감으로 돌아오지 않으며, 햅쌀로 밥을 지을 때는 다음부터 물을 평소보다 조금 적게 잡는 편이 낫다.
김을 다 날린 밥을 그릇에 담아 숟가락으로 떠 보면 한 덩어리로 들러붙던 밥알이 낱낱이 떨어지고, 반찬과 함께 먹어도 입안에서 질척하게 뭉치지 않는다.